올 들어 국내 전업계 카드사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기관제재가 '기관주의' 1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주의는 금감원이 내리는 기관제재 중 가장 낮은 단계다.

지난해부터 금감원이 금융회사에 부담을 주는 방식보다 개별 금융회사에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검사·제재방식을 바꾼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제재가 너무 물러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금감원은 올해 금융사고가 적게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금감원으로부터 '기관주의' 이상 제재를 받은 카드사는 하나카드(대표 정수진) 한 곳에 불과했다. 지난해 7월 하나-외환카드 전산시스템 통합 과정에서 시스템 장애 및 금전적 피해가 발생해 기관주의와 과태료 5천만 원을 부과받았다.

금감원이 지난해 4월, 금융회사 자체 징계 등 자율성 강화 및 현지조치를 활성화하고 내규 위반 등의 경미한 제재는 금융회사가 자율조치하도록 한 뒤 제재건수와 수위가 크게 낮아졌다. 
 

지난 달 27일 현대카드(부회장 정태영)가 '카드 리볼빙 불완전판매'로 '기관경고' 및 관련 임직원 징계 조치를 받았지만 제재심의위원회 조치만 내려진 상태라 제외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카드사들은 금감원으로부터 기관 징계를 줄곧 받았다. 작년 한 해에만 기관주의 5건, 기관경고는 3건에 과태료는 5천350만 원, 2014년에는 기관경고 4건에 영업정지도 2개 카드사가 각각 3개월씩 받았다. 과태료와 과징금도 각각 6천700만 원과 5천만 원씩 내려졌다.

2014년에는 KB국민카드(대표 윤웅원), 롯데카드(대표 채정병), 농협카드(대표 신응환)의 개인정보유출 사고로 인해 대규모 중징계가 내려진 점을 감안하더라도 올 들어 금감원의 기관 제재 수위가 크게 낮아진 것은 분명하다. 

다만 각 금융회사에 대한 비제재성 조치는 급증했다. '경영유의'와 '개선사항', '자율처리'까지 총 3가지로 분류되는데 이는 금융회사의 자율적 개선을 유도하는 조치이기 때문에 앞선 제재와는 다른 성격이다.

올해 금감원이 전업계 카드사에 내린 경영유의는 총 70건, 개선사항은 5건이었는데 이는 지난해 경영유의 10건, 개선사항 12건, 자율처리 2건과 비교하면 확연히 늘었다.

이처럼 금융당국의 의지대로 금융회사의 자율성을 강조한 제재환경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후 금융당국의 존재감이 약화됐다거나 검사 및 제재 강도가 약해 오히려 금융시장 질서가 무너지고 있고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있다.

진웅섭 원장도 지난 9월 금융경영인 조찬 강연회에서 "감독당국의 제재개혁 의지와 달리 금융사들은 온정주의적 자체 징계가 이뤄지고 있다. 금융사별 징계의 형평성 차이 등 징계절차·관리체계가 미흡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금감원은 기관제재의 경우 대형 금융사고를 비롯해 중요 위규사항에 대한 처벌이기 때문에 올해 금융사고가 상대적으로 적어 기관제재가 적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경미한 잘못은 금융회사의 자율적 제재, 중대한 사고는 기관·금전 위주의 무거운 제재로 엄벌한다는 것.  

금감원 관계자는 "제재 개혁 이후 개인적 제재는 되도록 금융회사들이 자율적으로 처리하되 중한 제재는 감독 당국이 기관제재 등으로 직접 하겠다는 것이 원칙"이라며 "기관 제재는 위규 행위 위주로 처벌을 하다보니 올해처럼 금융사고가 적게 발생하면 기관제재가 적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