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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법감시인' 2년 임기 보장해야 하지만 잦은 보직 변경,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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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법감시인' 2년 임기 보장해야 하지만 잦은 보직 변경, 왜?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20.02.17 0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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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금융회사들이 자사 준법감시인의 임기 만료 전 보직을 변경하거나 계열사 임원으로 전보하는 경우가 확인돼 우려를 낳고 있다. 최근 연이은 금융사고 발생으로 준법감시인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25조에 따르면 금융회사들은 내부통제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준법감시인'을 1명 이상 임명해야 한다. 임기는 충분한 임무 수행이 가능하도록 2년 이상 보장하고 있으며 이사회의 의결을 받아 선임한다. 해임할 경우 이사 총수의 3분의 2 이상 찬성을 받아야 할 만큼 임면절차가 까다롭다.

대신증권(대표 내정 오익근)은 지난해 12월 정기 임원인사에서 당시 준법감시인이었던 이성근 이사를 상무로 승진시켜 경영기획본부장으로 발령냈다. 지난해 4월 준법감시인으로 임명된지 8개월 만이다. 현재는 지난해 11월 임명된 홍대한 前 경영지원본부장(전무)이 업무를 수행중이다.
 
현대해상(대표 이철영)은 지난해 7월 정기인사 당시 김종선 전무가 준법감시인으로 임명됐지만 5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정기인사에서 사임해 전임 준법감시인이었던 안영태 상무가 다시 선임됐다. 임원 퇴임으로 인해 준법감시담당이었던 안영태 상무가 준법감시인으로 임명됐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유진투자증권(대표 유창수)의 경우는 지난 2018년부터 2년 간 준법감시인이 3번이나 바뀌었다. 지난 2018년 1월 준법감시인으로 임명된 이재길 前 상무가 6개월 만에 자산운용업계로 이직하면서 공석이 생겼다. 지난해 1월 임명됐던 이상식 상무보 역시 6개월 뒤 신영부동산신탁으로 자리를 이동해 공석이 됐다. 신영부동산신탁은 신영증권과 유진투자증권 컨소시엄이 설립한 신설 부동산신탁사다.

이후 작년 7월 아이템투자증권과 리딩투자증권에서 준법감시업무를 했던 윤성근 상무가 임명돼 현재까지 준법감시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18년 신한금융지주 준법감시인이었던 이순우 상무가 임기 도중 이듬해 신한은행 준법감시인으로 자리를 옮겼고 같은 해 한화생명 준법감시인이었던 남광현 상무보는 임기 1년 만에 경영관리팀장으로 이동했다. KB국민카드도 지난 2018년 1월부터 준법감시인이었던 김기엽 상무가 1년 뒤 브랜드전략담당 임원으로 보직 이동을 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본인이 사임서를 제출했고 의견을 존중해서 보직 임명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KB국민카드 관계자도 "당시 브랜드전략담당 임원 자리가 공석이었고 전임 준법감시인이 해당 업무를 오래했던터라 본인이 직접 원해서 보직 이동을 한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준법감시인 임기를 보장하도록 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이 존재 하지만 해임이 아닌 '자진 사임' 형식으로 이뤄질 경우 법적 하자가 없다는 점이 이런 잦은 변경을 가능케 만드는 구멍이 되고 있는 셈이다. 앞서 언급된 대신증권의 경우 지난해 4월 준법감시인으로 임명된 이성근 당시 이사가 그 해 11월 24일 자진 사임했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를 삼을 수 없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이성근 상무는 주로 기획업무를 담당했었고 지난 인사에서도 본인 의사를 반영해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적법한 절차에 의해 진행됐다"고 밝혔다.

반면 다수 금융회사들은 지배구조법상 보장된 준법감시인 임기(2년)를 보장하고 있고 전문성 강화와 이해상충 문제 해결을 위해 외부 인사를 적극적으로 등용하거나 책임 경영 강화를 위해 준법감시인 직급을 상향 조정하기도 한다.

농협은행이 최근 금융당국과 법무법인에서 근무한 외부 출신 홍명종 변호사를 준법감시인(부행장)으로 신규 선임한 것이 대표적이다. 미래에셋대우(대표 최현만·조웅기)는 강길환 부사장을 혁신추진단 소속에서 준법감시인으로 임명하고 기존 준법감시인이었던 최춘구 이사를 컴플라이언스본부장으로 승진 발령하며 준법감시조직을 확장했다.

준법감시인과 준법감시조직의 활동으로 인한 성공적 사례 역시 이런 제도적 문제점의 빠른 개선이 필요한 근거가 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전 금융권을 뒤집어놨던 DLF 사태 당시 불완전 판매가 없었던 것은 물론이며 다른 시중은행 DLF와 달리 리버스형으로 상품 구성을 달리하면서 오히려 고객들에게 수익을 안겨줘 화제를 모았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위와 같은 관행은 내부고발을 하지 않는 한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대표이사의 내부통제 준수 의식이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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