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회사를 위한 소비자법?...부작용 치료비 받으려면 병원 소견서에 '원인 성분' 적어 오라고?
상태바
화장품 회사를 위한 소비자법?...부작용 치료비 받으려면 병원 소견서에 '원인 성분' 적어 오라고?
사실상 발급 어려운 구조....규정이 되레 덫
  • 조윤주 기자 heyatti@csnews.co.kr
  • 승인 2020.04.24 07: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례1 성남시 여수동에 사는 김 모(여)씨는 지난 2019년 2월 한 다단계업체의 클렌징크림과 앰플, 수분크림 등  화장품을 수십만 원에 구매했다. 얼굴이 따갑고 열이 나는 등 이상반응이 왔지만 지속적으로 쓰면 좋아진다는 판매자의 말만 믿은 게 화근이었다. 한 달쯤 지나자 얼굴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고 군데군데 발진도 나타났다. 업체 측은 환불과 치료비를 받으려면 ‘화장품의 특정 성분으로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의사 소견서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의사가 어떤 성분으로 발생했는지 어떻게 알 수 있겠느냐"며 "치료비를 주지 않으려는 꼼수"라며 괘씸해 했다.
 

#사례2 경남에 사는 이 모(여)씨는 온라인몰에서 산 수입브랜드 핸드크림을 쓰자 손등이 빨갛게 부어올라 사용을 중단했다. 업체에서 '핸드크림으로 피부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의사소견서를 요구해 병원 진료확인서를 제출하고 환불 받았다. 이후 손에 심한 물집이 올라오고 극심한 가려움증이 생겨 다시 피부과 진료를 받고 업체에 알렸으나 '핸드크림의 어떤 성분 때문에 알레르기가 유발됐다'는 소견서가 있어야 치료비 배상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이 씨는 "어떤 성분 문제인지 알려면 시약반응검사를 해야 하는데 그 비용은 소비자가 부담해야 한다고 배짱을 부린다"며 기막혀 했다.
 

화장품 부작용 발생 시 치료비 등 배상을 위한 기준이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피부 발진, 가려움증 등 화장품 부작용이 빈번히 발생하는데 보상 절차가 까다로운데다 업체 편의에 치중됐다는 지적이다.

반품의 경우 구매 내역과 함께 병원 진료 내역이나 부작용 사진 등으로 처리되기도 하지만 치료비는 보상받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치료비를 지급 받으려면 소견서에 '특정 화장품이나 특정 성분으로 인한 부작용'이라는 내용이 기재되거나 대학병원 등에서 알레르기 검사를 통해 입증해야 하는데 시간과 비용을 몇 배로 들여야 해 피해자들이 포기하기 일쑤다.

이런 지적에 대해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애경 등 화장품 제조사 및 판매업체들은 소비자법에 근거해 규정대로 치료비 보상 기준을 안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서는 화장품 사용으로 부작용이 발생하면 치료비와 경비 및 일실소득을 배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치료비를 지급받기 위해서는 피부과 전문의의 진단 및 처방에 의한 질환 치료 목적의 경우에 한하며 화장품과의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문제는 화장품과 부작용 발생의 인과관계를 의사 소견서 등으로 입증해야 한다는 점이다. 

의사 소견서에 특정 제품이나 특정 성분으로 인해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정확하게 명시돼야 하지만 이같은 소견서를 받는 것 자체가 어렵다보니 규정을 위한 규정이라는 질책도 나오고 있다.

피부과 의원을 운영하는 A의사는 "소견서에 특정 제품이나 특정 제품의 특정 성분으로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명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며 "이같은 요구는 화장품 회사에서 보상을 해주지 않으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화장품으로 인한 부작용의 경우 직접 바르는 현장과 부작용 증상의 발현 장면을 직접 목격하지 않은 이상 화장품 사용을 원인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는 거다.

한국소비자원에서는 현실적으로 소비자가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서 제시한 인과관계를 입증하기란 어려운 문제가 있다는 데 동의했다.

관계자는 "특별한 기준이 있다기보다 진단서상에 나타나는 의사의 소견이 화장품과 소비자의 질환 간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준이면 된다”면서도 “어느 정도 수준이어야 한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사안마다 확인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어 “의사가 소견서를 작성하기 부담스런 상황이기 때문에 사실관계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가 직접 대응하긴 어려울 수 있으므로 소비자보호기관의 도움을 받아서 종합적으로 판단을 받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조윤주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