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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어비스가 불붙인 콘솔용게임 경쟁에 NC·넥센·넷마블 '3N'도 맞불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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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어비스가 불붙인 콘솔용게임 경쟁에 NC·넥센·넷마블 '3N'도 맞불작전
  •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 승인 2020.05.11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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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 넥센, 넷마블, 펄어비스 등 국내 게임업체들이 콘솔게임에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면서 향후 어떤 성적을 거둘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펄어비스(대표 정경인)가 MMORPG(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 플레잉 게임) '검은사막'을 콘솔버전으로 출시해 인기를 끌며 가능성을 보여줬고, 글로벌 시장 공략 중요성이 커지면서 '3N'으로 불리는 대형 3사가 앞다퉈 콘솔 게임 출시를 서두르는 상황이다.

현재 구도는 펄어비스가 AAA급으로 꼽히는 대작을 잇달아 콘솔용으로 출시해 콘솔게임시장에서 확실하게 승기를 잡겠다는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며, 엔씨소프트도 북미, 유럽시장을 겨냥한 대작을 준비하며 추격전에 나선 형국이다. 넥슨과 넷마블은 기존 인기작을 콘솔용으로 추가 출시하며 다소 보수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선 펄어비스는 국내 게임업체 중 콘솔게임시장에서 가장 높은 경쟁력과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펄어비스는 MMORPG '검은사막'으로 유명하다. 2015년 출시된 ‘검은사막’은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펄어비스는 검은사막 IP를 가지고 국내 게임업체들이 약세를 보여온 콘솔시장에도 도전했다. 검은사막 PS4 버전은 지난해 8월 론칭 초반 국내 PS스토어 월간 랭킹 6위로 진입했고, 지난 1월 최고 순위 3위까지 올랐다. 이후 현재까지 톱10을 유지하고 있다.

펄어비스는 검은사막 콘솔버전이 비교적 성공을 거두고 있는데다, 차기작을 이미 공개했다는 점에서 국내 업체 중 가장 콘솔 쪽으로는 가장 앞서있다. 펄어비스는 '새도우 아레나', '도깨비', '플랜8', '붉은사막' 등을 개발 중에 있다. 올해 섀도우 아레나가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며, 다른 게임들은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출시된다.

중요한 사실은 이들 신작들이 PC 뿐만 아니라 PS4 등 콘솔로도 출시될 예정이라는 점이다. 특히 플랜8과 붉은사막이 콘솔 유저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플랜8과 붉은사막 두 게임의 장르는 방대한 오픈월드를 자랑하는 MMO 슈터, MMORPG다. 이미 검은사막이 글로벌 콘솔 시장에서 한국산 MMORPG의 가능성을 증명했지만 대성공까지는 아니었다. 사실상 이 두 게임이 펄어비스의 MMORPG가 콘솔시장에서도 성공할 것이냐 아니냐를 가르는 척도가 될 전망이다.

펄어비스는 AAA급 게임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타사들과 차별성을 지닌다. 신작 4종은 모두 AAA급으로 개발되는 작품들이다. 콘솔게임에서 AAA급 게임의 의미는 라스트오브어스, 스파이더맨, 위쳐3 같은 막대한 개발비와 수 많은 마케팅 비용이 사용된 대작 게임을 일컫는다. 한국이나 일본 등에서는 잘 사용되지 않지만, 해외에서 흔히 사용되는 이 단어는 영화계의 블록버스터와 같이 공식적인 분류는 아니지만, 게임의 규모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는 일종의 명칭으로 사용된다.

또 자체적인 게임엔진 개발력을 갖추고 있어 콘솔게임 개발에 유리하다. 새로 나올 신작 4종도 섀도우 아레나를 제외한 모든 게임에 직접 개발한 차세대 엔진을 적용했다. 상용 엔진보다 이해도가 높고 업데이트에 용이하다. 3N을 포함한 타사들은 아직 자체적인 차세대 콘솔게임 엔진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펄어비스의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콘솔에 대응하는 게 글로벌 매출 비중 확대에 유리하고, 엔진 자체 개발이 수익성을 극대화해줄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MMORPG로 글로벌 콘솔시장을 개척하려는 점도 글로벌 톱 게임사들과 차별점이 있다는 측면에서 높게 평가받는다. 펄어비스는 처음 콘솔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발표했을 당시 무모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국에서는 콘솔게임이 약세이고, MMO RPG는 콘솔 시장에서 비주류라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MMORPG는 PC에 어울리지, 콘솔에 어울리지 않다는 지적도 많았다. 실제 콘솔시장에서 성공한 MMO RPG는 거의 없다시피하다.

펄어비스 관계자는 "콘솔게임 역량이 아직 갈길이 멀지만 향후 콘솔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MMORPG 신작들을 통해 국산 콘솔게임의 가능성을 제시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펄어비스가 콘솔용으로도 개발 중인 '플랜8'
▲ 펄어비스가 콘솔용으로도 개발 중인 '플랜8'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는 MMORPG 신작 ‘프로젝트TL’을 PC를 비롯해 콘솔, 모바일 등 멀티 플랫폼으로 준비 중이다. ‘프로젝트TL’은 리니지 IP(지식재산권)에 기반한 게임으로 올해 안에 CBT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 엔씨 북미 법인 엔씨웨스트는 지난 2월 PC와 콘솔 게임기로 출시되는 리듬 게임 ‘퓨저’를 공개했다. ‘퓨저’는 올가을 북미와 유럽 지역에 PS4, X박스 원, 닌텐도 스위치, PC 등 총 4개 플랫폼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엔씨소프트는 오는 6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국제 게임 전시회 ‘E3’에 7년 만에 참여해 이 같은 콘솔 게임들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대를 모으는 것은 '프로젝트TL'이다. 이 게임은 AAA급으로 개발되며 10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대작이다. 엔씨쏘프트는 지난 2월 차세대 AAA급 콘솔 대작을 만든다며 콘솔게임 기획자 경력직을 뽑기도 했다. 필수조건이 FPS/TPS 게임 및 AAA급 콘솔 게임 플레이 경험이고, 언리얼엔진 4 개발 경험이 있으면 우대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국내 톱 게임회사가 AAA급 콘솔게임을 만든다는 사실에 게이머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엔씨소프트는 현재 개발하고 있는 콘솔 게임의 타깃을 국내보다 북미, 유럽 시장으로 두고 있다. 리니지M, 리니지2M 등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국내 모바일게임의 최강자 자리를 굳혔지만 해외에서는 이렇다할 실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국내와 아시아 시장을 넘어 북미, 유럽 시장 등 글로벌 게임업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콘솔 게임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프로젝트TL의 경우 최근 개발에 들어가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완성된 작품을 수년 뒤에야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 한계로 지목된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지난 3월 25일 주주총회에서 "새 장르 게임을 포함한 콘솔 게임 다수를 준비한다"며 "나날이 성장하는 세계 콘솔게임 시장이 엔씨소프트의 새 무대가 될 것이다"고 밝힌 바 있다. 엔씨소프트는 PC·모바일게임에 이어 콘솔까지 플랫폼을 확장해 ‘글로벌 종합게임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방침이다.

 
▲ 엔씨소프트가 개발 중인 MMORPG '프로젝트TL'. 콘솔용으로도 개발된다.
▲ 엔씨소프트가 개발 중인 MMORPG '프로젝트TL'. 콘솔용으로도 개발된다.

넥슨(대표 이정헌)도 콘솔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넥슨은 PC와 엑스박스 이용자 간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하는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를 연내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지난해 11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팬 페스티벌 ‘X019’에서 처음 공개된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는 넥슨의 첫 글로벌 멀티 플랫폼 프로젝트다. PC 온라인 게임이었던 전작과 달리 콘솔과 PC로 시작해 다양한 플랫폼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전세계 이용자가 하나의 세상에서 게임을 즐기는 폭넓은 크로스 플레이를 지향한다. 

넥슨은 이미 콘솔시장에 진출했다가 쓴 맛을 본 적이 있다. 지난 2017년 8월 로브레이커즈를 PC와 PS4 버전으로 출시했지만 유저 수 감소로 2018년 9월 14일 서비스 종료됐다. PS4 버전은 개발 후반부에 급하게 만들어진 탓인지 스터터링과 일반 PS4 버전에서의 낮은 프레임 등 몇몇 기술적인 문제를 겪으며 흥행에 실패했다.

넥슨은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의 글로벌 진출을 위해 멀티 플랫폼 전략과 크로스 플레이 지원이 필수라고 판단했으며,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콘솔 개발을 결정했다. 이미 검증된 게임성을 갖고 있는 카트라이더 IP를 활용하는 만큼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하지만 현재 대세 게임기인 PS4는 대응을 하지 않는데다 카트라이더의 경우 캐주얼한 게임으로 AAA급 게임도 아니어서 넥슨의 콘솔시장 목마름을 해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넥슨 관계자는 "콘솔 신작 개발과 도전은 글로벌 게임 시장 진출, 해외 개발 경쟁력 강화, 플랫폼 다변화 등에 있어 필요한 부분으로 계속 도전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 넥슨이 개발 중인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 넥슨이 개발 중인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넷마블(대표 이승원)은 첫 콘솔 도전작으로 자사의 대히트 게임인 '세븐나이츠' IP를 활용한 '세븐나이츠: 타임원더러'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 게임은 휴대용 게임기인 닌텐도 스위치 전용게임이다. 실시간 턴제 전투 방식 RPG로 2020년 여름 스위치 e숍에서 유료로 출시될 예정이다. 당초 닌텐도 다이렉트’를 통해 이 작품을 6월 발매할 예정이라고 알린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출시가 연기됐다.

넷마블이 글로벌 콘솔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첫 콘솔 게임으로 세븐나이츠를 선택한 것은 대중성 때문이다. 세븐나이츠는 지난 2014년 3월 국내에 첫 출시된 이후 글로벌까지 진출해 6000만 누적 다운로드를 기록할 정도로 탄탄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플랫폼 자체가 휴대용 게임기인 닌텐도 스위치로써 그래픽 등 품질 한계가 명확하고, AAA급 게임으로 분류되지도 않아 기대감 자체가 높지는 않다. 넷마블은 콘솔시장에 관심이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모바일 게임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PS4 등 거치형 게임기용 개발 소식은 아예 없는 실정이다.

넷마블 관계자는 "콘솔에 대한 준비가 미흡한 상황이지만 향후 진출해야 할 시장으로 판단하고, 최근 콘솔 개발에 대해 심도깊은 내부 검토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넷마블이 개발 중인 '세븐나이츠:타임원더러'
▲ 넷마블이 개발 중인 '세븐나이츠:타임원더러'

그동안 시장규모가 60조 원에 이르는 콘솔시장은 서양과 일본의 점유물이나 다름없었다. 국내에서는 모바일과 PC 게임이 대세지만, 글로벌로 눈을 돌렸을 때 상황은 달라진다. 2019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8년 전세계 게임 시장에서 콘솔 게임의 비중은 27.5%로, 모바일 게임(35.8%)의 뒤를 잇는다.

특히 북미나 유럽 등 서구권 국가에서는 거실에서 즐기는 콘솔 게임 문화가 일찍이 자리 잡았다. 2018년 기준으로 북미와 유럽이 게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2.6%, 48.4%로 전체 게임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국내 게임사들은 모바일 중심으로 국내에서 성과를 내고 있지만 해외 시장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한국 게임의 전세계 시장 점유율은 6.3%에 불과하다. 여기에 국내 모바일 게임시장은 방대한 물량으로 밀어붙이는 중국 게임과 각종 현질유도로 인한 유저들의 외면으로 향후 고전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콘솔 게임에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펄어비스는 이미 수년 전부터 콘솔시장 진출의 필요성을 깨닫고 신작들을 준비해온 만큼 콘솔분야에서 국내업체 중 가장 앞서 있는 상황"이라며 "타사들도 올해 4분기 차세대 콘솔 출시 이후 고퀄리티 게임 수요 증가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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