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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가지 맛 여성 캐릭터 골라먹는 재미'...중국산 모바일 게임 도 넘는 선정적 광고 난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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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가지 맛 여성 캐릭터 골라먹는 재미'...중국산 모바일 게임 도 넘는 선정적 광고 난무
게임사 아닌 플랫폼만 제재...청소년들 무방비 노출
  •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 승인 2020.05.14 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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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비의 맛' 게임 광고에서는 각 여성 캐릭터를 장미맛, 레몬맛, 복숭아맛 등으로 분류했다. '좀비스팟:미녀와 좀비' 게임 광고엔 여성이 끈으로 중요 부위만 가린 채 포박된 이미지가 담겼다.

'왕이되는 자' 광고에는 “폐하, 오늘 밤은 어떤 후궁과 소견을 할 것입니까?”, '아버님을 위해 몸을 팔기' 등 선정적 멘트가 난무한다. '상류 사회' 광고에는 여자캐릭 이미지를 늘어놓고 '인생은 초이스, 골라먹는 재미'라는 문구를 넣는다.

다른 중국산 모바일 게임에서는 남자가 게임을 하며 여자에게 따귀를 연속으로 맞는 영상이 나오고, 유튜브에는 중국인이 등장하는 광고에 어색한 한국어가 더빙된 질 낮은 중국산 모바일 게임 광고가 수시로 송출된다. 
 

▲ 중국산 모바일 게임 '왕비의 맛' 광고 캡쳐.
▲ 중국산 모바일 게임 '왕비의 맛' 광고 캡쳐.
▲ 중국산 모바일 게임 '상류사회' 광고 캡쳐.
▲ 중국산 모바일 게임 '상류사회' 광고 캡쳐.

최근 n번방 사건으로 온라인과 SNS에서의 여성 성상품화에 대한 비난이 거센 가운데  도를 넘는 선정적 중국산 저질 모바일 게임 광고가 유튜브, 구글, 페이스북 등 플랫폼에 난무하고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부랴부랴 문화체육관광부가 대책마련에 나섰지만 실효성있는 대책이 실제 마련될 지는 미지수다.

중국산 모바일 게임 광고는 여러 플랫폼 중 특히 유튜브에 집중되고 있다. 유튜브는 전연령 시청이 가능해 초등학생 등 어린 학생들도 저질 광고에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눈살이 찌뿌려질 정도의 불쾌감을 조성하는 이런 선정적 광고는 어린 학생들에게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왜곡된 성의식을 심어줄 수 있다.

국내 게임업체들도 중국산 저질광고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호소한다. 게임에 대한 이미지 손상 자체는 물론 작품성 있는 게임개발 의지를 꺾어버리기 때문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모바일 게임의 저질 광고로 인해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하며 국내 게임업체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저질 광고를 앞세운 중국산 모바일 게임들이 성공가도를 달리고, 참신하고 작품성을 갖춘 게임들이 시장에서 퇴출되면 결국 돈벌이만 몰두한 게임들이 시장에서 득세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 중국산 모바일게임 '왕이되는 자' 광고 캡쳐.
▲ 중국산 모바일게임 '왕이되는 자' 광고 캡쳐.

◆ 광고 중단 요청 국민청원까지...선정적 광고, 게임 내용과 유사하면 규제 못해

중국산 저질 게임광고가 계속되자 지난 2018년부터 청와대 신문고에 '저질 게임광고를 막아달라'는 내용의 국민청원이 수시로 올라오고 있는 실정이다.

규제 책임처인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솜방망이 제재로 심각한 상황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주를 이룬다. 지난 2월 중국 37게임즈의 모바일 게임 ‘왕비의 맛’ 저질광고 민원이 빗발치자 게임위는 온라인 광고가 송출되는 플랫폼에 해당 광고 삭제를 요청하는 공문을 전달하는 것으로 끝났다.

마땅한 현행법이 없는데다 게임 광고는 사전 심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선정적 광고 내용이 게임물의 내용과 일치한다면 규제할 수 없다. 현행 게임산업진흥법에는 ‘등급을 받은 게임물의 내용과 다른 내용의 광고를 하거나 그 선전물을 배포·게시하는 행위'에 대해서만 규제한다고 나와 있다. 실제 '왕이되는자', '상류사회'에 이어 3번째로 '왕비의 맛' 광고가 삭제 조치됐지만 사유는 선정성이 아닌 광고가 게임과 전혀 다르다는 점 때문이었다.

저질 광고를 개제한 게임업체에게 대한 제재도 없다. 게임위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현재까지 '강호의원' 1건, '왕비의 맛' 5건, '용의 기원' 1건 등 총 7건의 게임 광고에 내려진 시정 조치 모두 중국 게임사가 아닌 유튜브 등 플랫폼 사업자가 대상이다. 시정 조치 역시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나 1년 이하의 징역에 끝나는데 지금껏 광고 문제로 게임사에 과태료 등이 집행된 경우는 없다.

유튜브는 영상물의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경우 노란딱지나 19금 표시를 붙이고 이용자 제재등 까다롭게 운영한다. 하지만 광고의 경우 저질 내용으로 미풍양속을 저해해도 전혀 규제하지 않는다. 

유튜브는 이용자의 성향을 파악해 관련된 광고를 집중적으로 내보내는 '애드센스' 시스템으로 운여오딘다. 게임 관련 영상을 즐겨보는 청소년 구독자들의 중국산 모바일게임 저질 광고 노출빈도가 더 높아지는 셈이다.

중국 게임사들은 저질광고로 이용자들을 끌어모은 뒤 캐쉬(현질) 장사를 통해 짭짤한 수익을 내고 있다. 지난해 한국에서 2조 원의 매출을 올렸다.

현행법상 규제 방법이 없기 때문에 강력한 법적 제재조치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중순 경 이동섭 전 바른미래당 의원은 '게임 불법 광고를 제재하는 게임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 의원은 '게임 광고 사전심의'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여전히 국회 계류 중이다.
 
궁여지책으로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 내 게임광고자율규제위원회가 4월 말 회의를 통해 선정적 광고를 내는 중국 저질게임 광고리스트 공개를 결정했지만 실효성에 대한 기대는 낮다. 중국 게임사들이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희망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의 제도개선 방안 뿐이다. 문체부는 지난 5월 7일 '게임산업 진흥 종합 계획'을 통해 게임광고 관련 제도 개선 방침을 밝혔다.

먼저 게임법을 개정해 사회통념상 부적절한 게임광고를 제한할 법적 근거를 신설키로 했다. 등급 받은 내용과 다른 내용의 게임광고만 제한하도록 한 현행법을 개정, 지나친 선정성 등으로 올바른 게임이용을 해치는 게임광고까지도 제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경우 게임위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협조 없이도 주도적으로 부적절한 게임광고를 제한할 수 있게 된다.

문체부는 또 국내 법인이 없는 해외 게임사업자를 대상으로 국내 대리인 지정을 의무화 할 방침이다.제도권 밖에서 저질 광고를 내보낸 중국 등 해외 게임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될 전망이다. 그동안 시정권고를 내려도 강제성이 없는데다 국내 지사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직접적인 제재가 어려운 실정이었다.

문체부 관계자는 "자극적인 게임 광고가 최근 중국산 게임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으며, 청소년들에게도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게임광고를 제한하는 근거가 담긴 법령을 신설할 예정"이라며 "직접적으로 저질 게임광고를 제한하기 위한 조치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동섭 전 의원, 민경욱 전 의원의 제재법안이 국회 계류된 점으로 볼 때 문체부의 제도개선 방안도 실현되기까지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게임광고 제한에 대한 구체적 방안도 나오지 않은 상태다.

게임업계는 정부가 나서서 유튜브 등 플랫폼이 아닌 저질 광고를 내는 중국 게임사를 직접 규제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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