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손해배상·집단소송제 도입 두고 소비자단체-재계-금융계 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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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벌적 손해배상·집단소송제 도입 두고 소비자단체-재계-금융계 격론
소비자 단체 "반드시 도입" VS. 재계 "이중처벌 등 우려"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20.09.28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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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28일 집단소송제 및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확대 도입하는 '집단소송법 제정안'과 '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학계, 재계, 소비자단체 등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정보의 열위에 놓여 있었고 문제 발생시 기업의 소극적인 배상 책임이 있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은 환영하는 반면 재계를 중심으로는 '과잉입법' 내지 '기업 옥죄기' 법안이라고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법무부가 입법예고를 거쳐 오는 11월 국회에 법률안을 최종 제출 후 연내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어 향후 관련 법안을 두고 논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21대 국회에서도 박주민·이학영·백혜련 의원 등이 '집단소송제' 도입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했고 박주민·오기형 의원은 '징벌적 배상 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상황이다. 금융분야에 국한되어서는 전재수·민병덕 의원이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 형태로 징벌적 손해배상과 집단소송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 배기가스조작·가습기살균제 사태 이어 DLF 사태 까지 지지부진..."반드시 입법돼야"

소비자단체와 일부 학계를 중심으로 이번 법무부의 징벌적 손해배상 및 집단소송제 전면 도입안에 대해 '적극 찬성' 입장을 밝히고 있다. 상대적으로 약자 입장의 소비자들을 구제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이 확대돼 소비자권익증진의 기틀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24일 금융소비자연맹, 소비자권리찾기시민연대 등 소비자단체들은 성명서를 통해 "디젤차 배기가스 조작사건, 가습기 사망사건 등 수많은 집단적인 소비자피해 사건이 발생해도 집단소송제, 징벌배상제, 입증책임전환의 소비자권익 3법이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실효성있는 소비자피해구제가 사실상 불가능했다"면서 "집단소송제, 징벌배상제가 도입되면 공급자가 상품을 만들기 전에 상품의 안전성, 합리성, 적합성을 미리 따져보게 되고 기업의 책임경영 수준이 향상되고 공정한 경제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환영의사를 밝혔다.

참여연대 역시 25일 성명을 통해 "집단소송제와 징벌적손배제, 증거개시제도의 도입은 기업의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장려하고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막대한 소비자 피해와 분쟁발생을 줄여 사회적 비용을 크게 감소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정부는 이번 집단소송법 제정안, 상법 개정안의 취지가 퇴색되지 않도록 끝까지 입법에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고 입장을 밝혔다.

지난 2011년 8월 보건복지부가 폐 질환 사망자와 환자를 역학 조사하는 과정에서 가습기 살균제를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세상에 알려진 '가습기 살균제' 사고는 최근 재조사 과정을 거쳐 관련회사 임직원들을 기소하고 현재 1심 재판이 진행중이다. 사건 발생 이후 9년 여의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피해자 구제는 물론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처리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번 입법예고에 직접적 원인이 됐던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사건 역시 회사 측이 동일 사안에도 최대 1200만 원을 보상하는 미국과 달리 1인당 100만 원에 불과한 차량 관리 바우처만 제공한 보상책을 두고 도마위에 올랐다. 당시 한국법인 대표 등 주요 증인들은 독일 본사로 출국하는 등 중대과실에 대한 제조사의 책임없는 자세는 현재까지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융권에서도 주요 금융투자상품 불완전판매로 인한 투자자들의 집단 분쟁조정 신청이 이어졌다.
▲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융권에서도 주요 금융투자상품 불완전판매로 인한 투자자들의 집단 분쟁조정 신청이 이어졌다.

금융분야에서도 지난해 일부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발생한 'DLF 사태'와 올 들어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에서 투자자들에게 불완전판매 내지 사기판매 정황이 나타나는 등 대형 금융사고로 인해 징벌적 손해배상 강화와 집단소송제 도입 요구가 컸다.

소비자단체들은 징벌적 손해배상 기준으로 산정된 '피해액의 최대 5배'는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해서 절대 높은 수준이 아니고 소송 남발에 대한 우려도 사 측의 단순 실수로는 집단 소송을 제기할 수 없는 등 악법으로 보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우리보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앞서 도입한 미국은 소비자 권익을 해치는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한 처벌을 내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6년 미국 웰스파고 은행은 고객 동의없이 유령계좌 200만 개를 만든 사실이 적발되면서 벌금 3조6000억 원을 부과받았고 존 스텀프 웰스파고 회장은 450억 원을 추징당했다. 해당 사건에 연루된 직원 5000여 명은 해고당하는 등 강력한 처벌이 뒤따랐다.

과잉입법을 논하기 앞서 소비자들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이 변화하고 오히려 정도경영을 하는 기업들이 더 빛을 발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당초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에 포함됐지만 상법 개정으로 인해 적용범위가 모든 기업으로 확대되면서 재계를 중심으로 불똥이 튀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면서 "이와 함께 집중투표제 도입 등을 거론하면서 기업 경영을 악화시키는 악법이라며 방어막을 칠 것으로 예상되는데 (법안 심사 과정에서) 절대 물러서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 징벌적 손해배상 시 이중처벌문제·집단소송 우려 등 넘어야 할 산 수두룩

반면 재계 및 금융권 일각에서는 '소비자보호' 강화를 위한 입법 취지는 동의하지만 과잉 입법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먼저 집단소송제의 경우 현재 증권분야에만 한정돼 있는 것을 전 분야로 확장하면서 피해자 50명 이상이 모이면 집단소송 최소 요건을 갖추게 돼 소송 다발로 인한 기업 경영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현재 증권관련 집단소송은 소송 남발을 막기 위해 소송허가요건을 갖추는 등 6심제로 운영돼 소송 남발을 막고 있지만 이번 법안 추진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완화도 고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소송 전 증거조사 절차 도입, 국민참여재판 등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항목들이 줄줄이 포함돼있는 것도 논란 중 하나다. 특히 수 년간의 소송 끝에 기업 측이 승소하더라도 이미 기업 브랜드 가치 훼손, 신인도 하락을 복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번 법무부 추진안에서는 집단소송제에 대해 소급입법을 가능케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입법 이후에도 과거 사건에 대해 소급입법을 함으로서 집단소송을 제기해 사법적 판단을 받도록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 부분은 과거의 행위를 새로 만든 법률로 처벌할 수 없다는 헌법 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

맹수석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소급입법 적용은 헌법상 문제가 될 수 있는 점은 있지만 위법행위가 명확하고 고의성이 증명되는 명확한 범죄에 준하는 것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을 하더라도 법리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면서 "고의 등 범죄에 준하는 것은 소급 입법이 되어야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현재 부문별로 산재돼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상법으로 묶어 전면 시행하고 배상책임한도도 피해액의 5배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 역시 기업들이 우려하는 대목이다. 그 중에서도 징벌적 손해배상이 기존의 과징금 부과 및 형사처벌과 동시에 이뤄질 경우 헌법상 이중처벌금지 원칙과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는 점은 대표적인 논리다.

최근 DLF사태와 사모펀드 사태로 논란이 벌어진 금융권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 확대를 주시하고 있다. DLF 사태와 사모펀드 사태 모두 환매는 중단됐지만 손실이 확정되지 않은 상품에 대해서도 금융회사가 선제적 보상을 해야하는지 여부를 두고 각 회사 이사회 별로 격론이 벌어지는 등 갈등을 겪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고위임원은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집단소송도 부담이지만 징벌적 손해배상의 경우 피해액이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물어줘야하는 점이 더 부담스럽다"며 "증권사로만 국한되어보면 과거 증권집단소송은 발행증권만 해당됐지만 이번에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더욱 우려스럽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법무부는 오는 28일 해당 내용을 포함한 집단소송법안 및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하고 11월 중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최대 쟁점인 가습기살균제 특위 활동 종료시점이 연말이라는 점에서 올해 내로 법안 처리를 목표로 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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