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건설산업⑤] 한라, 정몽원 회장 지배력 취약…3세 승계도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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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건설산업⑤] 한라, 정몽원 회장 지배력 취약…3세 승계도 첩첩산중
  • 김경애 기자 seok@csnews.co.kr
  • 승인 2020.11.03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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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으로 기업혁신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그 토대가 되는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관심이 재계 안팎에서 고조되고 있다. 특히 대기업집단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중견기업에 대해 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창업자나 오너일가 중심의 경영구조가 뿌리 깊은 제약·바이오와 식품, 건설 등 주요 산업을 대상으로 소유구조를 심층 진단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올해 창립 58주년을 맞은 한라그룹(회장 정몽원)은 지주사 한라홀딩스 체제 아래 건설업 한라(대표 이석민)와 자동차 부품 제조업 만도(대표 김광헌)로 양분되는 사업구조를 지니고 있다.
 
현대그룹 고(故) 정주영 회장의 동생인 고 정인영 회장이 1962년에 설립한 현대양행이 한라그룹의 모태다. 양식기 생산으로 시작해 자동차 부품과 조선업, 플랜트 등으로 저변을 확대하며 대기업 집단으로 성장했다.
 
1997년 1월 정인영 명예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차남인 정몽원 회장(66)이 바통을 이어받아 2세 경영을 시작했다. 그러나 같은 해 12월 외환위기로 부도가 나면서 한라를 제외한 삼호중공업, 만도 등 대다수 계열사들이 매각되거나 청산됐다.
 
정몽원 회장
정몽원 회장

정몽원 회장은 한라를 중심으로 부지런히 그룹을 재건해왔다.

2008년 현대차그룹의 도움을 받아 만도를 다시 인수했으며 2014년 만도를 인적분할해 한라홀딩스를 세우면서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만도→한라마이스터→한라→만도'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존속법인 한라홀딩스는 자회사 관리와 신규사업 투자를, 신설법인 만도는 자동차부품 사업을 맡게 됐다.

한라홀딩스는 이듬해 한라에 대한 전환우선주를 품고 있던 한라마이스터를 흡수 합병해 순환출자 고리를 끊었고 이때 확보한 우선주를 활용해 지배력을 보완할 수 있게 됐다. 한라는 아파트 브랜드로 한라비발디를 보유하고 있으며 2020년 기준 시공능력평가 순위 36위, 시가총액은 약 1308억 원이다. 

◆ 한라 지분율 15.85%로 지배율 취약…전환우선주로 경영권 방어

한라그룹은 2014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현 지배구조를 갖추게 됐다. 지주사인 한라홀딩스와 상장사인 한라·만도를 비롯한 비상장 계열사 30여 곳을 보유하고 있다.
 


한라홀딩스는 자회사 만도와 한라의 지분을 각 30.25%, 15.85% 보유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상장 자회사 지분을 20% 이상 소유해야 하는데 한라에 대한 지분율이 20%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전환우선주가 향후 보통주로 전환될 가능성을 감안해 보통주와 우선주를 합산한 총 발행 주식 수 기준으로 전체 지분율이 적용되고 있다. 한라홀딩스가 보유한 한라 주식은 보통주 약 616만 주(지분율 15.85%)와 우선주 약 1017만 주(지분율 100%)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지주회사 관련 규정에 관한 해석지침에 따라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까지 총 발행 주식 수로 포함해 지분율을 계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라에 대한 한라홀딩스 지분율은 33.3%로 집계된다"고 설명했다. 

전환우선주는 자금 지원이 가능하지만 의결권이 없는 주식으로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다. 한라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는 한라에 대한 전환우선주는 2013년 4월에 발행됐으며 전환 청구기간은 발행일로부터 9년 경과 후 1년 이내로 2023년 4월까지 보통주로 전환될 예정이다.

당초 발행 조건상 전환우선주의 전환 청구기간은 발행일로부터 5년 경과 후 2년 이내였으나 한라홀딩스는 전환청구 시점을 4년 연장했다. 전환 가격이 시가보다 높아 실익이 없고 보통주 전환 시 총 발행 주식이 늘어나서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대해 한라그룹 측은 "어떠한 계기나 목적이 있어서가 아닌 한라홀딩스와 한라간 협의로 전환청구 시점을 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 지분 5% 이상 주주 다수…KCC 우호지분으로 지배력 보완

한라홀딩스는 최대 주주인 정몽원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들의 지분율이 28.48%인데 반해 최대 5% 이상의 지분을 가진 주주들이 다수 존재해 지배력이 취약한 상황이다. 

한라홀딩스 지분 24.31%를 보유하고 있는 정몽원 회장 밑으로는 국민연금공단(13.87%), VIP투자자문(5%), 베어링자산운용(8.41%), 트러스톤자산운용(6.2%), 신영자산운용(4.5%) 등이 분포하고 있다.
 


KCC가 보유한 4.13%의 지분은 오너일가의 부족한 지배력을 보완하고 있다. KCC는 2015년 인수한 한라홀딩스 지분을 단 한 주도 처분하지 않고 갖고 있다. 2012년 인수한 한라건설 지분(현 9.53%)도 그대로 갖고 있는데 정몽원 회장(66)과 KCC 정몽진 회장(61)이 사촌지간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여기에 자기주식(2.12%) 등을 합산할 경우 우호 지분은 30.6%로 집계된다. 30%를 간신히 넘기는 지분으로 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한라홀딩스와 한라, 만도 세 기업의 시가총액 합은 10월 23일 기준 2조849억 원으로 만도(약 1조6153억 원)의 회사 가치가 가장 높다. 한라홀딩스(약 3388억 원)와 한라(약 1308억 원)가 뒤를 잇는다.

한라홀딩스는 만도와 독일계 자동차 부품 회사 헬라가 2008년 공동 출자해 설립한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다. 100% 자회사로는 제이제이한라, 위코(WECO) 등이 있다.
 

정몽원 회장은 한라홀딩스(24.31%)와 한라(17.06%) 최대 주주로 슬하에 장녀 정지연(39) 씨와 정지수(26) 씨 두 딸을 두고 있다. 두 딸 모두 한라홀딩스(대표 최경선) 지분과 한라 지분을 소량 보유하고 있는데 정 회장이 아직 60대여서 지분 및 경영권 승계는 아직 본격적인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
 
맏딸 정지연 씨는 2010년 만도 기획팀 대리로 입사해 영업팀 과장, 미국 만도 주재원 등을 지내며 경영 수업을 착실히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이재성 전(前) 현대중공업 회장의 아들 이윤행 씨와 결혼했다.

정지연 씨는 정몽원 회장의 후계자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으나 구체적인 승계 시나리오는 아직 그려지지 않고 있다. 정지연 씨가 보유한 관계사 지분은 한라홀딩스 0.01%, 한라 0.25%에 불과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는 수준이다. 통상 승계 자금줄로 활용되는 오너일가 개인 소유의 비상장 계열사도 알려진 바가 없다.

현재 정몽원 회장의 지주사 지분율이 20%대에 머물고 있는 상태에서 자녀들의 자금축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향후 승계작업이 본격화될 경우 상속증여세 납부 문제로 지배력이 크게 흔들릴 우려가 상존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한라그룹은 이와 관련해 특별한 계획이 없다고 설명한다. 

한라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이 아직 젊고 건강해 승계 계획은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라그룹은 대내외 악재로 인한 실적 부진이 발목을 잡고 있다. 2017년 정 회장이 만도 대표직에 복귀한 그해 만도는 별도 기준 영업손실, 730억 원, 순손실 860억 원으로 큰 폭의 적자를 냈다.

건설 주력사인 한라도 마찬가지다. 2018년 별도 기준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9.9% 감소한 1조1653억 원, 영업이익은 53.5% 감소한 471억 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537억 원에서 -144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주력 계열사들의 실적 부진은 한라홀딩스에 고스란히 영향을 미쳤다. 2018년 영업익은 전년동기 대비 11.3% 감소했고 순이익은 무려 90.4% 감소했다. 

자체 사업의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이제 살아나는가 싶더니 올해는 만도가 코로나19 사태 여파를 직격으로 맞게 됐다. 별도 기준 올 상반기 매출은 1조3086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9.1% 감소했으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모두 적자 전환했다. 만도 최대주주인 한라홀딩스도 매출과 영업익, 순익이 일제히 감소했다. 

한라와 만도는 부채비율도 좋지 않다. 한라는 2017년 204%에서 2018년 256%·2019년 284%로 올 상반기 292%까지 증가했다. 만도도 같은 기간 200% 내외의 부채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그룹지배력에 취약점을 안고 있는 정몽원 회장의 입장에서는 주력 회사의 건전성을 회복하면서, 승계에도 대비해야 하는 힘겨운 과제가 남겨져 있는 셈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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