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이 소비자의 고지의무위반을 핑계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계약을 해지하는 일이 적지 않다. 피해 소비자들은 고의적인 누락이 아닌 어디까지, 어떤 방식으로 고지해야 하는 지에 대한 정보가 부실한 상황에서 상품 가입을 진행하고 뒤늦게 위반을 문제삼는다고 지적한다.
‘고지의무위반’은 상품 가입 시 또는 유지 시 계약 당사자가 자신의 상태를 정확하게 보험사에 알려야 한다는 소비자의 의무조항이다.
3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24개 생보사의 보험금 부지급건수는 6065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77% 감소했다. 이 중 절반이 넘는 3355건이 고지의무위반에 따른 부지급이다.
가벼운 증상으로 병원을 방문해 약을 받았는데 복약 기간이 30일 가량으로 길었던 것을 기억하지 못하고 보험사에 알리지 않은 이력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보험 설계사에게 구두로 알렸지만 계약서에 포함되지 않아 나중에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앞서 사례의 김 씨처럼 초기 계약뿐 아니라 실효 후 재계약 시에도 자신의 병력을 모두 고지해야 하는데 이를 알리지 않아도 '고지의무위반'이 된다. 최근에는 출퇴근 시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다가 사고가 발생했는데 이를 보험사에 미리 알리지 않아 ‘고지의무위반’으로 분류된 사례도 있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 계약자가 자신의 병력이나 상황 등을 제대로 고지 않으면 보험료 책정에도 차이가 발생하고 보험금은 더 많아지기 때문에 보험사 입장에서는 손해율이 높아지게 된다”며 “당사자가 계약 당시 직접 ‘병력 없음’으로 체크해놓았는데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골치 아픈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지의무위반을 들어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도 매년 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제출받은 ‘보험사별 보험계약해지 현황’에 따르면 고지의무위반으로 보험계약이 해지된 건수는 지난해 1만2200건에 달했다. 2018년 1만820건, 2017년 9242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올해 역시 7월 기준 7743건에 달했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보험금을 타낼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고지의무를 위반한 것이 아니라 대부분 어디까지 고지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가입하고 뒤늦게 보험금을 신청할 때 피해를 당한다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원에서도 고지의무 관련 피해구제 신청 195건을 분석한 결과 ‘소비자의 의도하지 않은 고지의무 불이행’이 124건(63.6%)로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보험설계사의 고지의무 이행 방해’ 35건(17.9%), ‘고지의무 불이행이 보험사고와 인과관계 부족’ 23건(11.8%) 등이 뒤를 이었다.
전재수 의원은 “소비자가 보험설계사에게 구두로 고지의무를 알리고 의무를 다한 것으로 인식해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데 보험설계사 고지의무 수령권 등에 대해서도 혼란 방지와 제도의 실효성을 위해서라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문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