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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직원 실수로 대출 못 받고 이자도 더 냈는데 "죄송"으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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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직원 실수로 대출 못 받고 이자도 더 냈는데 "죄송"으로 끝?
은행들 "대출 정책 변화 잦아 발생한 우발적 사고" 해명
  • 박관훈 기자 open@csnews.co.kr
  • 승인 2020.12.18 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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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은행 직원의 실수로 부동산 거래에 차질을 빚거나 원래 납부해야 하는 이자보다 더 많은 금액을 내는 등의 금융소비자 피해가 발생했다.

은행 측은 올 들어 대출 관련 잦은 정책 변화로 인해 담당 직원의 착오로 드물게 일어난 우발적인 사고라는 입장이다. 최근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인만큼 재발 시 소비자 피해 구제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부산 수영구에 사는 채 모(남)씨는 지난달 이사를 하기 위해 기존에 A은행에서 받은 전세자금대출의 목적물 변경을 신청했다. 목적물 변경은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고 새로 이사할 주택으로 목적물을 변경해 기존과 같은 조건으로 기존의 전세자금대출을 계속 이용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채 씨는 이사 전 은행 상담원과 3차례 전화 상담을 진행했고, 이사할 주택의 등기부등본을 가지고 집근처 은행 지점을 방문해 최종 확인을 받았다. 채 씨는 “수 차례 전화 상담과 지점 방문을 통해 목적물 변경에 문제가 없다는 확인을 받고 이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사 당일 전세금이 입금되지 않아 문의한 결과 은행으로부터 “해당 대출 상품은 목적물 변경이 되지 않는다”라는 답변을 받았다. 그러나 이미 채 씨는 목적물 변경이 가능하다는 은행의 말만 믿고 이삿짐까지 모두 뺀 상태였다. 상담을 받았던 은행 지점에 방문해 자초지종을 확인하니 상담 직원의 착오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채 씨는 “다른 대출 상품으로 갈아타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어 결국 이자가 더 높은 대출을 새롭게 받아야 했다”며 “하지만 그마저도 대출액이 부족해 집주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주변에서 돈을 빌려 며칠 후에야 잔금을 치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채 씨가 더욱 화가 났던 것은 이후 은행 측인 대처였다. 그간의 마음고생과 시간·비용 낭비에 대한 보상은커녕 제몫 챙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던 것.

채 씨는 “새롭게 대출을 받으면서 기존의 대출은 해약할 수밖에 없었는데, 은행 측이 이때 발생한 중도상환수수료를 제하고 전세금을 대출해 줬다”면서 “이 모든 문제가 은행의 안내 실수로 벌어진 일이었지만, 제 몫 챙기기에만 혈안이 된 은행의 모습에 너무 화가 나고 치가 떨렸다”고 말했다.

서산시 읍내동에 사는 박 모(남)씨는 B은행에서 마이너스통장을 이용하고 있다. 박 씨는 처음 대출을 받을 당시 일부 우대금리 조건을 충족해 원래보다 낮은 이자로 대출을 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전화 상담을 통해 대출을 연장하는 과정에서 상담 직원의 실수로 이 같은 금리 혜택이 누락돼 1년 간 이자를 과납입했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게 됐다.

박 씨는 “최근에 대출을 재연장 하기 위해 상담원과 통화를 하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해 확인한 결과 1년 동안 더 많은 이자를 납부한 사실을 알게됐다”면서 “하지만 아직까지 은행 측으로부터 이 부분에 대한 사과나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국내 주요 은행 직원의 실수로 애꿎은 소비자들만 피해를 입는 사례가 적지 않지만 사과와 사후 실질 보상, 직원 교육 강화외 마땅한 재발방지책이 없는 상황이다.

은행 측은 올 들어 대출 관련 정책이 너무 자주 바뀌어 상담과정에서 실수가 벌어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직원의 실수와 피해 금액이 명확한 경우 보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일부 정신적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소비자의 경우에는 원만한 합의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해당 은행 관계자 관계자는 “지점이나 상담 과정에서의 은행 직원의 착오로 고객이 금전적인 손실이 봤을 경우에는 영업점에서 면담 등의 절차를 밟아 보상을 진행한다”면서 “관련된 보상 절차가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으면 전담부서인 소비자보호부에서 상담 인력을 통해 추가적인 협의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출 상품의 경우 워낙 종류가 다양하고 상품별로 조건이 제각각이라 실제로 판매 과정에서 은행 직원의 실수가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면서 “특히 올해 들어서는 주담대, 전세대출, 신용대출까지 대출 관련 정부 정책의 변화 폭이 너무 커 일선 영업점에서도 상품을 상담하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 역시 “전화로 진행되는 대출 상담의 경우에는 대출만을 전담하는 베테랑 상담원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실수가 많지는 않다”면서 “또한 소비자의 착각이나 오해에서 비롯된 민원도 상당수이기 때문에, 소비자가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 우선 상품 판매 과정에서의 사실관계를 따져 이후 은행의 잘못이 드러날 경우 적절한 절차를 밟아 보상을 진행한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간혹 소비자 입장에서 정신적 피해보상 등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지만 보상액을 측정하는 명확한 기준이 없을 뿐더러, 은행과 소비자 사이에 입장차가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합의에 이르기 애매한 측면도 있다”고 실토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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