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이 사라진 고가 아이템 두고 분쟁 빈발...유저 "버그 탓" vs. 게임사 "이용자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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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이 사라진 고가 아이템 두고 분쟁 빈발...유저 "버그 탓" vs. 게임사 "이용자 실수"
소명 기회 없는 계정정지 처분에 원성
  • 김경애 기자 seok@csnews.co.kr
  • 승인 2021.02.25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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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만 원 상당 아이템 패키지, 게임 접속하자마자 자동구매 천안시에 사는 박 모(남)씨는 룽투코리아(대표 양성휘)의 모바일게임 '탄성: 별을 삼킨 자'를 최근 3개월간 이용하며 5000만 원 가량을 과금해온 최상위(핵과금) 유저다.

평소에도 버그가 잦아 게임 이용에 불편을 겪었는데 이달 9일에는 접속하자마자 12만 원 상당의 아이템 패키지가 버그로 인해 자동 구매되면서 미리 충전해놓은 현금 재화가 소진되는 일이 발생했다. 복구를 문의한 박 씨에게 업체 측은 "시스템상 금화가 자동으로 사용될 수 없다"며 유저가 실수로 구매했을 것이라는 답을 내놨다.

박 씨는 "게임 순위를 빌미로 과도한 현질(아이템 현금 거래)을 유도하고 있으나 정작 돈 주고 산 아이템들은 버그나 락(Lock)이 걸려 사용하기가 힘들다. 구매금액의 25%를 돌려주는 페이백 이벤트에서는 250%가 지급되기도 했었다. 수차례 구두와 서면으로 항의했지만 업체는 버그가 아니라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도 모자라 공식 커뮤니티 내에 올린 글을 무통보로 삭제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룽투코리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유저가 반드시 접속해 있어야만 게임사 쪽에서 금화 회수가 가능하나 사건이 발생한 당시에는 게임 운영툴 조작을 하지 않았고 당일 그 누구도 악의적으로 회수를 진행한 기록이 없었다"며 "금화가 자동 소모됐다는 버그 제보에 대해선 확인 결과 유저 스스로 소모한 금화로 판명이 났다"고 말했다. 

반면 박 씨는 "스스로 금화를 소모하지 않았고 당시 금화 복구를 요청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자 버그로 자동구매된 아이템을 사용했다"고 반박했다. 
 

▲박 씨는 룽투코리아의 '탄성: 별을 삼킨 자'의 과도한 과금 유도와 각종 버그 등으로 더 이상 게임을 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이용을 중단한 상황이다
▲박 씨는 룽투코리아의 '탄성: 별을 삼킨 자'의 과도한 과금 유도와 각종 버그 등으로 더 이상 게임을 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이용을 중단한 상황이다
# 15만 원 상당의 아이템, 시스템 오류로 2만 원에 교환돼 경남 양산시에 사는 김 모(남)씨는 2월8일 팡스카이(대표 지헌민)의 PC 온라인게임 'RF온라인'을 오리지널 서버에서 즐기던 중 유저간 아이템 거래가 가능한 무인거래기를 이용해 1개당 15만 원 상당의 상급 아이템 2개를 구매했다. 이후 인벤토리(Inventory, 아이템 창고)에 저장된 아이템을 인벤토리와 실시간 연동되는 중간창(Quick Slot, 퀵 슬롯)으로 옮긴 후 기존에 가지고 있던 개당 2만 원 상당의 중급 아이템 1개를 무인거래기에 올렸다.

중간창에 표시된 상급 아이템이 여전히 2개여서 별다른 의심이 없었다는 김 씨. 인벤토리를 확인한 결과 정작 거래된 물건은 중급이 아닌 상급 아이템이었다. 거래 과정에서의 버그임을 인지한 김 씨가 업체 측에 항의했으나 "유저 실수로 확인돼 복구가 불가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김 씨는 "15만 원 상당의 아이템이 2만 원에 거래 됐는데도 중간창에는 여전히 상급 아이템 재고가 2개로 표시돼 있다"며 조속한 복구를 요청했다. 엔픽셀은 김 씨의 민원에 대해 "안내가 어렵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아이템 거래 후 중간창에는 상급 아이템 재고가 2개로 표시돼 있으나 실제 인벤토리에는 상급 아이템이 1개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아이템 거래 후 중간창에는 상급 아이템 재고가 2개로 표시돼 있으나 실제 인벤토리에는 상급 아이템이 1개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 8초만에 최상급 장비 획득…허탈함에 게임 접은 과금러들 경기도 시흥시에 사는 오 모(남)씨는 이달 10일경 엔픽셀(대표 배봉건·정현호)의 모바일 게임 '그랑사가'에서 일부 유저들이 버그를 악용해 높은 등급의 장비를 획득하고 있다는 사실을 게임 공식 커뮤니티인 네이버 카페를 통해 알게 됐다. 이른바 '우가루 토벌전 버그'로 시스템 헛점을 통해 최상급(SSR) 장비를 단 8초만에 얻을 수 있는 치명적인 오류였다.

오 씨를 비롯해 수십 내지 수백만 원을 들여가며 장비를 맞추고 있던 과금 유저들은 버그 악용자들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요청했으나 일주일 가까이 사태가 방치됐다. 일부 과금 유저들은 게임사의 버그 방관으로 손해를 입었다고 판단해 과금한 콘텐츠 일부를 앱마켓을 통해 직접 환불 받았다. 이후 엔픽셀은 버그를 악용한 이용자들의 계정을 30일간 정지하고 SSR 장비 회수를 진행한다고 공지했다.

문제는 버그 방관으로 인한 간접적 피해를 이유로 환불을 직접 진행한 유저들을 업체 측에서 결제 어뷰징(Abusing)으로 간주하고 계정을 영구정지했다는 데 있다. 오 씨는 "버그 악용자는 30일 계정정지 처분에 불과한 반면 이번 사태로 간접적 피해를 입은 유저들은 일부 금액을 환불을 했다는 이유로 영구정지를 받았다"며 어이없어 했다. 

팡스카이는 어떤 경로로도 연락이 닿지 않아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 피해를 주장하는 김 씨에 따르면 팡스카이 측은 두 번째 답변에서도 제대로 된 설명 없이 유저 실수 판매여서 복구가 불가하다는 답변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10일 '그랑사가' 공식 커뮤니티에는 버그 악용자들로부터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꼈다는 유저들의 불만 글이 주를 이뤘다
▲이달 10일 '그랑사가' 공식 커뮤니티에는 버그 악용자들로부터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꼈다는 유저들의 불만 글이 주를 이뤘다

아이템 등 유료재화의 소멸 원인을 두고 유저들과 게임업체들 간 갈등이 빈번하다.

유저들은 게임사가 시스템 오류 등으로 인한 버그 등을 인정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하거나 이용자들의 메모리 용량과 스마트폰 기종, 네트워크 환경 등을 문제 삼으며 책임을 외면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아이템 환불의 근본적 원인이 미숙한 운영과 엉성한 시스템을 제공한 업체 측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용자들에게 해명이나 반론의 기회조차 주지 않고 계정 영구정지라는 처분을 내리는데 분개하고 있다. 

반면 게임사들은 버그 발생 같은 기술적 오류인 경우 보상하지만 업체 귀책인지, 사용자 과실인지 명확히 판단할 수 없는 경우에는 복구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내 게임사들이 두고 있는 자체 약관에는 ▶어뷰징 행위나 ▶해킹 ▶불법 프로그램(핵) 사용 시 계정정지가 가능하다는 규정이 존재한다.

반면 업체 측의 ▶버그 방관 ▶운영 미숙 등 회사 귀책사유로 인한 피해 보상과 환불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는 실정이다. 결국 사용자 과실에 대한 책임만 묻는 구조인 셈이다. 
 

▲두 번째 사례의 김 씨가 게임사 측으로부터 받은 첫 번째 답변
▲두 번째 사례의 김 씨가 게임사 측으로부터 받은 첫 번째 답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2018년 발표한 '콘텐츠이용자보호 상담사례집'은 게임 이용 시 콘텐츠 및 서비스 하자나 결제 관련 피해 상담 사례에 대해 다루고 있다. 

상담 사례에서 진흥원 측은 문화체육관광부가 고시한 '디지털콘텐츠 이용자보호지침'에 따라 게임사들이 온라인콘텐츠 이용자 수, 이용시간 등을 감안해 버그 발생 등 기술적 오류 등에 대비한 설비를 구축하고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게임 이용 시 장애가 발생하면 공지 후 업데이트, 서버 점검 등을 통해 게임을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도 요구된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 '온라인게임 표준약관'에는 게임사들의 잘못된 운영을 근거로 한 보상을 규정하고 있지 않아 환불 요구가 어려운 실정이다. 게임사들은 사업자 귀책사유로 버그 등이 발생해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된 사실이 인정될 경우에만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업체 측에서 회사 귀책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유저들 스스로 자료를 확보해 구두 또는 서면으로 이의를 제기해야 하는 수밖에 없는 셈이다.

또한 '디지털콘텐츠 이용자보호지침'에 따라 아이템과 캐릭터, 경험치 등의 소실이 버그로 인한 것임이 판명날 경우 업체 측은 이를 원상회복해야 한다. 원상회복이 불가능하면 동급의 동종 또는 유사한 종류의 콘텐츠를 다시 제공해야 한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피해구제 절차를 통해 사실 관계가 확인되면 권고·합의가 이뤄지는데 합의가 결렬될 경우 분쟁조정으로 추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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