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60% 수익 보장"...유명 증권사·애널리스트 이름 도용한 불법 주식 리딩방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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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60% 수익 보장"...유명 증권사·애널리스트 이름 도용한 불법 주식 리딩방 기승
카카오톡 오픈방에 우후죽순 문열지만 단속 어려워
  • 문지혜 기자 jhmoon@csnews.co.kr
  • 승인 2021.12.09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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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시 서구에 사는 오 모(남)씨는 지난해 7월 ‘믿을만한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운영한다는 주식 리딩방에 가입했다. VIP 회원가입비 500만 원을 내면 무조건 수익이 30% 이상 나는 종목 4개를 추천해주는 식이었다. 수익이 안 나면 가입비 반환은 물론이고 손실액까지 보상해주겠다며 호언장담 했다고. 오 씨는 이를 철석같이 믿고 3000만 원을 투자했지만 1년 만에 수익은커녕 500만 원 손실을 입었다. 환불을 요구하니 위약금 때문에 겨우 120만 원을 돌려줄 수 있다는 이야기만 반복했다. 오 씨는 “실제 이용한 건 가입 초기 종목을 추천받을 때뿐이며 계속 손해만 보고 있다”며 “무조건 믿으라고만 하더니 이제 와 위약금을 내놓으라 한다”고 황당해 했다.

# 경기도 과천시에 사는 권 모(남)씨도 TV에 나온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운영하는 유료 주식 리딩방에 가입했다. 자신들이 알려준 VIP 정보에 100만 원을 투자하면 한 달 사이 60%의 수익을 올린다는 이야기에 솔깃했던 것. 가입비도 월 말에 수익을 얻게 되면 가져가겠다며, 다만 ‘먹튀 ’방지를 위해 카드번호만 등록해 놓으라고 권 씨를 꼬드겼다. 하지만 한 달 후 수익은 엉망이었고 가입비는 등록된 카드번호로 자동으로 빠져나갔다. 권 씨는 “수익이 안 나면 가입비도 안 받는다며 믿으라더니 보이스피싱에 가까운 사기였다”며 “취소 요청을 했지만 연락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억울해 했다.

# 대전시 서구에 사는 채 모(남)씨는 ‘증권사 마케팅 수신동의’ 때문에 전화했다는 주식 리딩방에 속아 700만 원을 잃었다. 유명 증권사 이름을 거론하는 터라 증권 애널리스트나 증권사의 자회사라고 생각한 채 씨는 수익률 500%를 보장한다는 말에 덜컥 계약서를 써버렸다. 2개월이 지난 후에야 설명을 들은 내용과 실제 수익이 크게 차이난다는 걸 깨달은 채 씨는 환불을 요청했지만 한 달 가까이 지지부진 끌다가 거절당했다. 채 씨는 “나중에 이상한 계산법을 가져와 수익률이 100%는 넘었으니 계약서에 따라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하더라”라고 털어놨다.

최근 증권사나 소속 애널리스트 이름을 사칭해 운영하는 ‘불법 주식 리딩방’ 사기로 인해 피해를 입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증권사에서도 ‘사칭 사기’를 적발할 때마다 항의하거나, 카카오 등에 공개방을 삭제하도록 요청하고 있지만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리딩방을 근절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불법 주식 리딩방은 가짜 MTS나 자동 매매 프로그램을 깔도록 한 뒤 휴대전화를 해킹하거나, 고수익을 보장하며 거액의 가입비를 받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수익이 나지 않으면 가입비뿐 아니라 손해액까지 보상하겠다’거나 ‘투자 관련 TV 프로그램에 나와 강연까지 하는 증권사의 유명 애널리스트’라는 점을 강조해 소비자의 믿음을 사는 식이다.

실제로 카카오톡 오픈방에 증권 업체명이나 유명 애널리스트 이름을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지난해에는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를 사칭하는 방이 수백 개 적발되기도 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나 유튜브에서 큰 인기를 얻은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부장 이름으로 오픈방을 개설한 뒤 ‘공식채널’이라는 단어를 붙이기도 했다.
 
또한 ‘대신증권입니다. 주식초보이신 분 들어오세요’, ‘유안타증권 연계 거래처입니다. 주식 진단 및 컨설팅 진행 중입니다’ 라는 제목도 적지 않다.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고객자산운용부’라는 아이디를 사용하기도 했다.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증권사명으로 검색했을 때 투자정보 관련 오픈채팅방이 개설돼 있지 않은 곳이 단 한 곳도 없을 정도다.

이중에서 실제 증권사나 애널리스트가 운영하는 공개방은 단 한 곳도 없으며 모두 ‘사칭 불법 리딩방’이다.

사칭을 당한 증권사와 애널리스트 역시 피해를 입은 것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애널리스트 이름을 도용했다고 해도 ‘초상권 도용’ 정도로 여겨지기 때문에 처벌도 어렵다.

대신증권의 경우 자사 고객에게 ‘대신증권을 사칭한 주식 리딩방 광고가 확인됐다. 증권사는 특정 수익을 위한 광고를 게시하지 않는다’고 공지를 올리며 소비자 주의를 당부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나 애널리스트가 리포트를 내거나 공식 채널에서 유튜브 방송을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을 활용해 투자정보를 준다며 사람들을 모집하는 일은 아예 없다”며 “결국 사칭 피해는 증권사로 돌아오기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주식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거액의 수수료나 가입비를 내고 ‘정보’를 받는 식인데, 애널리스트가 오픈채팅방 등을 통해 특정 종목을 찍어주는 식의 활동은 불법”이라며 “유사투자자문업자는 아예 금융 제도권 내에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구제도 받을 수 없는 사기 행위에 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문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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