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캠페인
지적장애인 집에 유료방송 이중 설치 계약...사회적 약자 대상 기만적 통신 영업 기승
상태바
지적장애인 집에 유료방송 이중 설치 계약...사회적 약자 대상 기만적 통신 영업 기승
패널티, 재발방지 교육 등 사후약방문 뿐
  • 천상우 기자 tkddnsla4@csnews.co.kr
  • 승인 2022.01.20 07: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강원도에 사는 방 모(여)씨와 조 모(남)씨는 지적장애인 모자다. 2016년 지인의 도움으로 KT스카이라이프의 위성방송을 어머니 방 씨 명의로 설치해 이용해왔다. 지난해 모자의 집을 방문한 대리점 영업사원은 기존보다 할인 혜택이 있는 상품을 소개해 준다며 신규 가입을 권해 계약을 맺었다. 문제는 영업사원이 기존 방 씨 명의의 회선을 해지하지 않은 채 아들인 오 씨 명의로 신규 가입을 진행한 것. 이중계약은 조 씨의 외사촌이 방문해 확인하기 전까지 1년여 간 지속됐다. 조 씨의 외사촌 오 씨는 "신규 계약 내용을 보면 별도 유료 콘텐츠가 과하게 가입돼 있다. 게다가 기존에 이용하던 집인데도 이중계약을 진행한 것을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다분히 의도적인 불법 행위다"라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KT스카이라이프 측은 대리점의 불법 계약을 인정하고 이중계약으로 인한 시청료는 변제하겠다고 약속했다.

# 서울시 양천구에 사는 김 모(남)씨는 아버지가 지난 2012년부터 SK브로드밴드의 전화, IPTV 등을 이용해왔는데 최근에야 인터넷 회선이 2개나 가입돼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최근 1년간 인터넷 장애가 심해 타 통신사로 이전하기 위해 확인하던 중 이사실을 알게 됐다고. 김 씨에 따르면 그의 아버지는 한정치산자다. 치매 등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으로 인터넷 설치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약 10년 간 이용하지도 않은 인터넷 요금으로 월 2만8500원씩 자동이체되고 있었던 것. 김 씨는 업체에 민원을 제기했으나 이미 가입한 지 10년 가까이 돼 서류를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씨는 "한정치산자 통한 계약은 어쨌든 무효라고 하니, 그거는 고객님 사정이니 우리가 그것까지 알수가 없죠 하더라. 그럼 고객의 상태나 상황 확인도 안하고, 그런 노약자를 가입시키는 게 정당한 건지 묻고 싶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 부산시에 사는 김 모(남)씨는 80대 노인이다. 작년 4월 김 씨는 KT 대리점 영업 직원이 핸드폰을 무료로 바꿔준다는 말을 믿고 신규 가입을 진행했다. 핸드폰 요금도 저렴하게 해주겠다는 말에 요금제 또한 바꿨다. 하지만 몇 달 후 김 씨의 자녀가 우연히 과거 핸드폰 청구 내역을 확인한 결과, 10만 원 상당의 고가 요금제를 비롯하여 매달 15~20만 원 가량 요금이 청구되고 있었다. 또 최근에는 영업점 직원의 요금제 변경 실수로 위약금이 42만 원이 발생했지만 환불을 받지 못하고 있다. 김 씨의 자녀는 “고령의 노인을 대상으로 고가의 핸드폰과 요금제를 판매하는 건 도의적인 문제를 넘어 사기에 가까운 일”이라며 “대기업 명성에 맞게 책임있는 태도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 올해 78세가 된 이 모(남)씨는 최근 3년 사이에 휴대폰을 세 번이나 바꿨다. 고장 등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바꾼 것이 아니라, 세 번 모두 LG유플러스 통신사 대리점에서 행한 기만적 영업 때문이었다. 또한 대리점은 이 씨가 사용하지도 않은 인터넷과 티비를 함께 묶은 결합 요금을 청구해왔다. 이 씨의 자녀 이 모(여)씨는 “대리점은 본인이 원해서 판매했다고는 하지만, 문자조차 사용하지 못하는 78세 노인에게 최신 스마트폰을 1년에 1번씩 바꾸게 하고 값비싼 요금제를 판매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지적장애인이나 노인등 사회적 약자를 상대로 한 통신 대리점들의 불완전 판매와 기만적 영업이 끊이지 않고 있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영업대리점에서 장애인이나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기만성 영업행위가 이뤄졌다는 불만이 지속 올라오고 있다.

노부부 댁에 TV를 설치하러 와서 신청하지 않은 인터넷을 연결하고는 수 년간 요금을 청구하거나 청각 장애를 갖고 있는 노인에게 설치가 무료라며 기존 회선을 끊지 않고 추가 계약하는 등 다양한 방법의 불완전판매가 자행된다. 타 회사의 서비스를 이용 중인 노인이나 장애인에게 접근해 대리 녹취, 대리 사인 등 부당한 방법으로 새로운 상품에 가입시키는 일도 허다했다. 유료방송 약정기간도 통상적인 3년보다 긴 5년으로 설정하는 경우도 많았다.

KT스카이라이프, LG헬로비전, SK브로드밴드, 티브로드 등 유료방송 업체는 물론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사 대부분이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보니 본사가 재발방지를 위한 대처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KT스카이라이프는 “대리점과 업무위탁계약을 통해 부당영업 기준과 제재를 명시하고 있으며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며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클린세일즈위원회를 통하여 제재조치를 시행하고 정기적인 부당영업행위 근절을 위한 교육도 지속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SK텔레콤 역시 대부분 비슷한 입장이다.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는 대리점의 불법 행위 적발 시 패널티 부과나 상황이 심각한 경우에는 계약을 해지하고 정기적으로 재발 방지 교육을 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역시 불법 행위 대리점에 패널티 부과나 재발 방지 교육을 실시하고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고객 불만이 올라오거나, 고객센터에 접수된 고객의 불편사항 등을 취합해 유통망에 사례들을 공지하고 있다고 했다.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영업점의 불법 행위로 인해 소비자에게 피해가 발생했다면 영업점 관리를 소홀히 한 본사에도 당연히 책임이 있다”며 “(불법 행위 방지를 위해) 사후 교육 및 제재뿐만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태도로 방지 대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천상우 기자]


관련기사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