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운데 일동제약(대표 윤웅섭)은 매출에서 차지하는 R&D 비중을 큰 폭으로 확대하고 연구개발 투자 규모를 60% 넘게 늘려 눈길을 끌었다.
매출 대비 R&D 투자비율도 17.2%로 그동안 이 부문에서 톱의 자리를 지켜온 한미약품을 추월했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대 제약·바이오사 중 지난해 경상연구개발비를 공시한 11곳의 매출은 총 11조6034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5.2% 늘었다.
반면 경상연구개발비는 총 9198억 원으로 6.5% 줄었고, 매출 대비 연구개발 비중도 1.0%포인트 떨어졌다. 특히 셀트리온(대표 기우성)과 유한양행(대표 조욱제), 한미약품(대표 우종수·권세창), 한독(대표 김영진·백진기)은 연구개발비 규모와 매출 대비 R&D 비중이 동반 하락했다.
지난해 연구개발비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종근당으로, 전년에 비해 11.3% 늘어난 1633억 원을 기록했다. 제일약품과 일동제약은 연구개발비 증가율이 60%를 넘겼고, 매출 대비 R&D 비중은 일동제약이 17.2%로 가장 높았다.
경상연구개발비는 자산이 아닌 비용으로 인식한 금액으로 집계했다. 사업 성격이 다른 셀트리온헬스케어(대표 김형기)와 삼성바이오로직스(대표 존림), 비상장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대표 고한승), 재무제표상 경상연구개발비 공시 전인 GC녹십자(대표 허은철)와 SK바이오사이언스(대표 안재용) 등이 제외됐다.
일동제약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수준인 5601억 원인 데 반해 연구개발비는 965억 원으로 60.4% 늘었다. 이로 인해 매출에서 차지하는 연구개발 비중이 전년 대비 6.5%포인트나 상승했다. 여기에 자산 처리 등이 포함되면 연구개발비 규모는 1082억 원가량으로 늘어나, 매출의 20% 비중에 가까워진다.
일동제약의 최근 5년간 R&D 투자 규모를 경상연구개발비로 살펴보면 2017년 7.2%(매출 4607억 원, 연구개발비 334억 원)에서 2018년 9.2%(매출 5039억 원, 연구개발비 465억 원), 2019년 9.4%(매출 5175억 원, 연구개발비 485억 원), 2020년 10.7%(매출 5618억 원, 연구개발비 602억 원), 2021년 17.2%(매출 5601억 원, 연구개발비 965억 원)로 꾸준히 상승해왔다.
일동제약은 실제 R&D투자에 수년간 크게 공을 들여오고 있다.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이라는 큰 틀 아래 사업 구조와 핵심 연구조직 개편으로 체질을 개선했으며 인공지능(AI) 도입과 외부 파트너십,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개방형 혁신), 바이오벤처 투자 등 개발 속도를 앞당기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IDG16177은 GPR40 작용제(agonist) 계열의 제2형 당뇨병 치료제 신약 후보물질이다. 췌장 베타세포의 GPR40(G단백질결합수용체40)을 활성화해 인슐린 분비를 유도하고 혈당을 조절하는 기전을 가지고 있다.
IDG16177은 고혈당 시 선택적으로 인슐린을 분비하도록 유도하므로, 투약에 따른 저혈당 발생 부작용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진다는 게 일동제약 측 설명이다. 지난해 독일 의약품 규제당국(BfArM)으로부터 임상계획(IND)을 승인받고 독일 1상을 진행 중이며, 올해 1월 미국에서 신규 물질 특허를 취득했다.
ID119031166는 강력한 비스테로이성 파네소이드 X 수용체(FXR, Farnesoid X Receptor) 작용제로 개발되고 있다. 담즙산, 지질 대사 등을 조절하는 기전을 가진다. 올해 안에 글로벌 1상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일본 시오노기제약(대표 테시로기 이사오)과 공동 개발하는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S-217622는 경증과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국내를 비롯한 글로벌 2b상과 3상이 진행되고 있다. 올 상반기 긴급사용승인을 받는 것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코로나19 치료제로 앞서 허가된 팍스로비드의 품귀 현상이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는 만큼 출시 이후에는 코로나19 극복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동제약그룹의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 계열사 아이디언스에서 개발 중인 IDX-1197(베나다파립)도 주목된다. NRDO는 신약은 발굴하지 않고 개발에 집중하는 형태의 바이오벤처를 의미한다.
IDX-1197은 PARP(Poly ADP-ribose polymerase) 효소의 작용 기전과 암세포 DNA 특성으로 암을 치료하는 표적항암제 후보물질이다. 국내와 미국, 중국에서 위암을 대상으로 2상을 진행 중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경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