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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 원 치킨 기프티콘으로 팔면 수수료가 2000원?...가맹점들 주문 거부 이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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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 원 치킨 기프티콘으로 팔면 수수료가 2000원?...가맹점들 주문 거부 이유 있네
평균 수수료 메뉴가격의 6~8%...정산주기도 한달 이상
  • 김경애 기자 seok@csnews.co.kr
  • 승인 2022.05.04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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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광역시 서구에 사는 김 모(남)씨는 지인으로부터 카카오톡을 통해 선물받은 2만 원 상당의 A브랜드 치킨 교환권을 올해 2월 사용하려 했다. B매장에 전화를 걸어 기프티콘으로 결제하겠다고 하고 배달 주문을 요청했지만 메뉴 품절이라며 거부당했다. 그런가 보다 생각하고 배달앱을 열었는데 B매장에서 품절됐다는 메뉴를 버젓이 판매하고 있었다고. 김 씨는 "품절됐다는 메뉴를 배달앱에서 주문하니 30분 만에 배달이 왔다. 기프티콘 고객을 대놓고 차별하는 게 아니냐"라며 분개했다.
 
▲김 씨는 "A매장에서 메뉴가 품절됐다면서 기프티콘 주문을 거부했으나 같은 시각 배달앱에서 이를 버젓이 판매하고 있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김 씨는 "A매장에서 메뉴가 품절됐다면서 기프티콘 주문을 거부했으나 같은 시각 배달앱에서 이를 버젓이 판매하고 있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 이른바 '기프티콘'으로 불리는 모바일 상품권을 거절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기프티콘 이용불가 매장이 아닌데도 매장 측이 정당한 이유 없이 주문을 거부하고 있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현금과 동일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데도 결제수단 중 유독 차별이 심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치킨 매장들은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단순 차별이 아닌 업주 생존의 문제와 더 가깝다는 입장이다.

기프티콘에 붙는 수수료는 통상 6~8%가량인데 이를 업주 개인이 부담하는 데다 정산주기도 최장 60일에 달할 정도로 길다 보니 코로나19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마진이 적은 기프티콘을 받는 게 오히려 손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는 것이다.

치킨업계 한 관계자는 "기프티콘 시장이 팽창하면서 높은 수수료와 긴 정산주기에 대한 가맹점들의 부담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벤더(Vendor)사들이 가져가는 수수료는 발행과 유통에 대한 대가여서 그렇다손 치지만, 긴 정산주기는 분명히 짚고 가야 할 문제일 수밖에 없다. 기프티콘 주문이 들어오면 대다수 점주는 돈을 벌어도 번 것 같지 않은 기분에 휩싸이게 된다"고 토로했다.

◆ 기프티콘 평균 수수료, 메뉴 가격의 6~8%…정산주기는 빠르면 주 단위, 길게는 두 달까지

코로나19로 사회 전반에 걸쳐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선물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기프티콘이 인기를 끌고 있다.

업주가 부담해야 하는 높은 수수료와 긴 정상주기로 기프티콘 주문 거부도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주문거부는 특히 국민 간식으로 불리는 프랜차이즈 치킨에서 유독 많이 발생하는 추세다.

4일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기프티콘에 붙는 수수료는 건당 평균 6~8% 수준으로 나타났다. 수수료율은 업체 파워와 발행처, 업종, 브랜드, 벤더사 등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영세 업체일수록 수수료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일부 브랜드는 10%에 가까운 수수료를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프티콘 수수료를 10%로 가정하면 2만 원 치킨에서 2000원이 벤더사 수수료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치킨뿐 아니라 피자와 커피, 햄버거 등도 수수료율은 별반 다르지 않다. 대형업체들은 대개 5~8%지만 일부는 10%가 넘는 곳도 있다.

피자업계 한 관계자는 "수수료율은 벤더사와 브랜드 등에 따라 전부 다르게 나타난다. 우리 브랜드의 경우 할인 등이 적용되면서 5~10%가량이 수수료로 붙는데 본사와 가맹점이 절반씩을 부담하는 형태다. 벤더사 수수료는 카카오가 가장 높고 이외 대행사 등이 낮은 비율로 가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산주기도 업체와 벤더사 등에 따라 다르다. 정산주기는 물건을 팔고 대금을 전달받기까지 걸리는 기간을 의미하는데, 대다수가 월 단위로 정산되고 있다. 심한 곳은 1일 결제 시 다음 달 말일에 정산된다. 이 경우 최장 60일이다.

치킨업계는 긴 정산주기가 가맹점들이 기프티콘을 거부하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업주가 기프티콘 주문 대금을 모두 받기 위해서는 대개 한달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대형업체의 경우 평균 2주로 상대적으로 빠르지만 현금이 바로 들어오지 않는다는 불만은 영세업체와 마찬가지다.

기프티콘 처리가 어려운 점도 거부의 원인이다. 업주 연령대가 높은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기프티콘 주문을 위해서는 핀 번호 입력을 비롯한 5~6번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나이 많은 점주들은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다 보니 주문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한 치킨업계 관계자는 "고객이 불러주는 12자리 핀 번호를 점주가 일일히 받아쳐야 하는데 한 번 틀리고 다시 입력하는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안다. 피크 시간대 주문이 밀려드는 가운데 건당 3~5분이 소요되는 기프티콘 주문을 받게 되면 다른 주문들이 계속 밀리게 될 수밖에 없다. 기프티콘 메뉴 변경 요청도 들어오는데 이 경우 더 많은 조작과 시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홀 방문 고객이 감소한 데다 원부자재 비용과 인건비, 배달대행 수수료 등 각종 제반비용도 인상되면서 매장 매출이 크게 하락한 것도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당초 마진이 적은 기프티콘은 받지 않는 것으로 매장 나름의 규정을 세웠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치킨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기프티콘 시장은 연평균 30~40% 성장해 지난해 5조 원대 규모까지 커졌다. 과거에는 수수료와 정산주기 등으로 사용을 거부하는 일이 잦았으나 치킨업계 경쟁이 치열해지고 기프티콘이 차지하는 소비영역도 커지면서 이제는 업주들도 손해를 감수하고 주문을 받는 추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소상공인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 자영업자들도 동일한 반응들이다. 주문은 감사하지만 기프티콘 수수료가 상당한 데다 주문 처리시간도 오래 걸리고 정산기간도 길어 사실상 번거롭다는 게 다수 의견이다.
 

▲소상공인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 기프티콘 주문과 관련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소상공인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 기프티콘 주문과 관련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 자영업자는 "핀 번호를 받아 입력해 기프티콘 사용여부를 조회한 후 승인한다. 고객 주소를 받아적은 후 다시 포스기에 배달주소와 메뉴를 입력한다. 배달 출력지를 뽑고 배달어플에서 배달을 요청한다. 일반 주문에 비해 작업 시간이 두 배 이상 걸린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자영업자는 "정산일이 내달 15일이다. 1일에 받은 기프티콘 대금을 내달 15일에 받게 되면 45일 만에 받는 셈이다. 수수료도 수수료지만 긴 정산주기로 인해 기프티콘 주문은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본사는 '갑질' 논란에 사용 강제 못해…"시장 커지면서 거부 건수 줄어"

상황은 이렇지만 소비자들은 불만스럽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기프티콘 주문을 아무 이유 없이 거부당했다는 소비자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고객 입장에서 기프티콘은 제값 주고 구매했으므로 현금이나 다를 바 없는데 마진 등을 이유로 주문을 거부하는 것이 이해가지 않는다는 불만이다.

주문 거부 사례는 수요가 많은 치킨에서 유독 많이 발생하는데, 피자와 커피, 베이커리 등에서도 간간히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들은 "메뉴 품절이나 배달거리 등 매장에서 내거는 이런 저런 주문 불가 사유들은 모두 핑계에 불과하다", "모바일 상품권 고객을 대놓고 차별하고 있다", "기프티콘을 판매해놓고 주문을 거부할 거라면 당초에 팔지 마라"라는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소비자들은 주문을 거부당한 경우 가맹점 본사의 적극적인 개입이나 해결을 기대하지만, 실제로는 계도하겠다는 안내가 전부다. 본사에서 직접 제지 시 가맹사업법에 따라 자칫 갑질로 비춰질 수 있으므로 조심스럽다는 입장들이다.

가맹사업법 제12조(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에 따르면 본사는 가맹사업자의 영업 활동을 부당하게 구속하거나 제한할 수 없다. 가맹점이 모바일 상품건을 거절할 경우 강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 관계자는 "기프티콘 사용은 점주들의 권한이므로 강제할 수 없다. 다만 고객 관리 차원에서 차별하지 말 것을 꾸준히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프티콘은 거부 시 위법인 현금이나 카드와 달리, 적용되는 법 규정도 없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고시하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서 모바일상품권 등 신유형 상품권을 다루고 있지만 이는 가이드라인이다 보니 강제할 수 없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서는 발행자 등이 판매하는 물품 등을 제공받기 위해 상품권을 제시했으나 특별한 사유없이 제공을 거부할 경우 물품 제공 또는 상품권 금액만큼 전액 환급해줘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김 모(여)씨는 "기프티콘 고객이라고 해서 차별을 두고 음식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본사에서도 브랜드 이미지 차원에서 거부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다만 수수료와 정산주기, 번거로움을 부담하면서 가게를 운영해야 하나 싶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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