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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온라인몰서 일단 결제하면 낙장불입? 발송 전이라도 취소땐 '반품비'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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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온라인몰서 일단 결제하면 낙장불입? 발송 전이라도 취소땐 '반품비' 내야
'주문 취소 버튼' 없어 소비자 피해 다발
  • 이은서 기자 eun_seo1996@naver.com
  • 승인 2022.05.06 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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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시 부평구에 사는 배 모(남)씨는 리셀 플랫폼 크림에서 운동화를 살펴보던 중 구매하기를 잘못 눌러 약 20만 원의 고가 신발을 실수로 구매하게 됐다. 당황한 배 씨는 곧바로 주문 취소 버튼을 찾아 보았지만 어디에도 없었다. 고객센터에 도움을 요청하려고 했지만 도통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았다고. 배 씨는 “고객센터 연결이 전혀 안 되니 유령회사라고 의심될 정도다. 나처럼 잘못된 구매를 진행한 사람은 취소 버튼이 없으면 어떻게 하라는 거냐”라고 분노했다. 크림 측은 "개인 간 거래 플랫폼 특성상 전자상거래법의 청약 철회 규정이 적용되기 않기 때문에 주문 취소는 불가능하다. 이 내용은 크림 이용약관에 기재돼있다"고 밝혔다. 

# 대구시 남구에 사는 장 모(남)씨는 지난 2월 17일 명품 플랫폼 트렌비에서 150만 원짜리 가방을 구매했다. 나흘 뒤 '발송대기상태'에서 주문을 취소하려고 했으나 '취소 버튼'을 찾을 수 없었다. 트렌비 고객센터에 4일 동안 100통이 넘는 전화를 시도했지만 통화량이 많다며 한 번도 연결되지 않았다는 게 장 씨의 주장이다. 22일 상품이 배송됐고 결국 반품비를 지불하고 환불받을 수밖에 없었다. 장 씨는 “구매 취소 버튼이 없어서 취소를 못한 것도 황당한데 100통이나 넘는 전화를 안 받는 업체에 화가 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트렌비는 “고객들을 위해 지난 4월부터 주문 취소 버튼을 도입했다. 앞으로도 고객들의 불편 사항에 대해 지속적으로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대전시 유성구에 사는 박 모(여)씨는 지난 4월 16일 LF몰에서 약 30만 원짜리 구두를 구매했다. 30분 뒤 '발송대기상태'인 것을 확인하고 주문을 취소하려 했으나 사이트 내 취소버튼을 발견하지 못했다. 주말인 탓에 고객센터 연결도 할 수 없어 1대 1 상담게시판과 고객의소리에 주문을 취소해달라는 문의 글을 남겼다. 하지만 월요일 LF몰에 들어가 확인해보니 이미 발송된 상태였다. 박 씨는 “발송대기상태에 주문 취소 버튼이 없어 억울하게 반품비를 지불하게 됐다"며 시스템 개선을 촉구했다. LF몰은 "구매 취소 버튼은 존재하지만 대체로 주문 후 바로 출고가 진행돼 취소가 불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주문 후 출고지 확인 후 회사서 출고를 넣는데 고객이 볼 때는 이 과정이 보이지 않고 주문 완료만 표시되다 보니 취소 버튼이 없다고 오해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일부 패션 온라인몰에 '주문 취소 버튼'이 없어 소비자들이 불편과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취소 버튼이 있더라도 발송전 상태에서 취소가 어려워 소비자 편의를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결제가 완료되면 빠른 시간 내에 '상품 준비' 단계로 넘어가기 때문에 '주문 취소 버튼'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는 셈이다. 이 경우 제품이 발송 전이라도 반품비를 지불하고 계약을 철회해야 하는 게 일반적이다.

패션업계는 고객센터를 통해서도 구매 취소 의사를 밝히면 철회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소비자들은 연결이 어려운 경우가 빈번하다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6일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 9개 패션업체가 운영하는 온라인몰의 주문 취소 버튼 운영 현황을 조사한 결과 크림과 캘빈클라인은 없었고 LF몰, 트렌비, SSF샵, 유니클로, 무신사, 네파, 탑텐 등은 설정돼 있었다. 
 

주문 취소 버튼이 존재해도 적용은 업체별로 '결제 완료', '상품 준비 중' 등 단계별로 달리 운영된다. 특히 몰에 입점한 별도 업체의 상품일 경우에는 브랜드나 사업자 정책에 따라 주문 취소 버튼 운영이나 취소 가능 여부가 달라졌다.

일부 업체는 낮 시간대 주문의 경우 저녁시간보다 발송까지의 프로세스가 빠르게 진행돼 취소가 더 어렵다고 전했다.

SSF샵은 배송 전에는 버튼을 통해 직접 주문을 취소할 수 있으나 '상품 준비중' 단계에서는 고객센터로 취소 요청해야 한다. LF몰과 네파도 상품 준비중 단계까지 주문 취소 버튼이 활성화돼있고 이후에는 고객센터 문의가 필요하다.

SSF샵 관계자는 “협력회사 제품은 주문 취소가 가능한지 문의는 해볼 수 있지만 SSF샵에서 직접 컨트롤할 수 없기 때문에 고객이 협력회사에 연락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다"라고 조언했다. 협력업체 제품의 경우 ‘본 제품은 구매 후 취소가 어려울 수 있다’는 알림을 띄운다고 덧붙였다.

신성통상의 탑텐몰은 '주문 완료' 단계, 네파는 '결제완료', 무신사는 '입금 확인' 단계까지 직접 주문 취소가 가능하다. 표현은 제각각이지만 결제가 완료된 직후엔 사이트상에서 주문을 철회할 수 있는 거다.

한정판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인 '크림'과 글로벌 패션 브랜드 '캘빈클라인'은 '주문 취소 버튼'이 없다.

크림 사이트에는 '즉시 판매나 즉시 구매, 입찰 후 거래가 체결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취소가 불가능하다'고 안내돼있다. 반품도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캘빈클라인은 주문 취소 버튼이 없기 때문에 원할 경우 고객센터로 연락해야 한다.

네파, SSF샵은 ‘상품 준비 중’ 단계에서는 구매 취소 버튼을 통해서 주문 취소가 불가능하나 고객센터 통화를 통해 취소를 요구 시 발송 전 상태가 확인되면 주문 취소가 가능하다.

트렌비는 주문 취소 버튼이 없었지만 지난 4월부터 소비자 편의를 위해 '주문 취소 버튼'을 만들었다. 주문 취소는 배송 준비 중 이전 단계인 '주문 확인 단계'까지 가능하다. 

트렌비 관계자는 "일부 해외 상품의 경우 취소버튼이 존재하지 않다. 향후 해외 상품에  대해서도 주문 취소 버튼을 적용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 중이다"라고 말했다.  

패션업체들은 고객센터를 통해 상품 발송 진행 정도를 확인한 후 주문 취소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소비자들은 이에 대한 불편함을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토로하고 있다.

전화나 채팅, 문의글 남기기 등으로 고객센터에 연락해도 실시간으로 연결되지 않아 불편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대형 패션몰 외에 개인이나 영세업체들이 운영하는 몰에서 이러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이 주문하면 최대한 빨리 배송하고자 실시간으로 일처리를 진행하는데 그 사이에 고객이 주문 취소를 원할 경우 난감한 부분도 있다”며 “고객센터 연결이 어려운 것은 업체가 고쳐나가야 할 문제”라고 의견을 냈다.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주문 취소 버튼도 없는데 고객센터 연락이 불가한 경우 소비자 관점에서 피해가 다발적으로 양산될 가능성이 많다”라고 지적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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