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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내장 보험금 불만에 금융당국 나섰지만..."임시 방편, 실효성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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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내장 보험금 불만에 금융당국 나섰지만..."임시 방편, 실효성 없어"
업계 자정 노력과 의료자문 신뢰 높일 방안 필요
  • 이예린 기자 lyr@csnews.co.kr
  • 승인 2022.06.13 07:19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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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대구 수성구에 사는 이 모(여)씨는 평소 눈에 안개가 낀 것처럼 답답해 안과를 찾아 백내장 판정을 받았다. 지난 3월 수술 후 2008년부터 가입해 온 롯데손해보험에 보험금을 청구하자 1주일에서 50일 정도 소요된다고 안내 받았다. 하지만 의료자문을 통해 보험금이 부지급 처리됐다는 답을 듣게 됐다. 이 씨는 "롯데손보에 부지급 판정을 내린 병원을 알려달라고 항의했지만 알려주지 않는다. 수술비를 어렵게 마련해 냈는데 보험금을 받지 못해 생활이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사례 2# 서울 강동구에 사는 남 모(여)씨는 시야가 혼탁하고 흐리며 사물이 2개로 퍼져 보여 안과를 찾았다. 병원에서 백내장 3단계 진단을 받아 수술한 뒤 2008년부터 가입한 현대해상에 보험금을 청구했다. 손해사정사를 만나 병원진료기록과 의무기록사본도 제출했다. 3주 뒤 의료자문동의서를 제출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남 씨는 "상담원은 의료자문에 동의하지 않으면 보험금 지급은 무기한 보류할 수 밖에 없다더라. 직접 수술을 집도하지 않은 의사의 자문은 신뢰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최근 의료자문 강화 이후 백내장 보험금 미지급 관련 소비자 불만이 속출하며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감원은 보험금 심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보험사기 예방 모범규준'을 지정하고 보험협회는 '백내장 수술 관련 실손보험 가입자 보호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임시방편일뿐 근본적인 대응은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의료자문 남용을 자제하는 업계의 노력과 함께 의료자문의 공정성과 신뢰도를 높일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달 초 9개 손해보험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한화손해보험·롯데손해보험·흥국손해보험·MG손해보험)와 2개 생명보험사(삼성생명·한화생명) 등 총 11곳 임원들을 소집해 '백내장 수술 관련 소비자 피해 방지를 위한 실손보험 담당 임원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금감원은 보험사를 대상으로 의료자문 실시 전 가입자에게 충분히 절차를 설명할 것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진다. 앞서 5월 중순에는 보험사를 대상으로 실손보험 지급심사에 의료자문 행위 남용을 제한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에는 의료자문 표준내부통제기준에 대한 주요 내용과 의료자문 절차 과정 모니터링 및 지속된 민원이 있을 경우 별도로 점검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금감원의 엄포에 손해보험협회와 생명보험협회는 지난 6일 '백내장 수술 관련 실손보험 가입자 보호 방안'을 발표하며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가입자 보호 방안에는 연말까지 보험사 상담콜센터에 백내장수술 전문 상담인력을 배치해 백내장 수술 보험금 지급에 대한 안내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4월부터 지난 달까지 시행했던 '백내장 수술 보험사기 특별신고포상금 제도'도 6월까지 연장 시행한다.

지난달 11일부터 시행 중인 '보험사기 예방 모범규준'을 철저히 지키겠다고 밝혔다. 모범규준에 따르면 ▲치료근거 제출 거부 ▲비합리적 가격 ▲과잉진료 의심 의료기관 등 원칙에 따라 대상을 선정해 조사를 진행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보험사들이 실손보험금 누수를 해결하기 위해 보험금 지급 심사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근본적인 대안이 부족해 아쉽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백내장 수술로 지급된 실손보험금은 올해 1분기 약 4570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3월 지급된 보험금은 2053억 원에 달해 전체 실손보험금대비 17%까지 급증했다.

실손보험금 누수를 막기 위해서는 비급여 항목을 손질할 필요가 있는데 금융당국은 비급여 관리 권한이 없어 반쪽자리 규제만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올해 초 출범한 실손보험TF(태스크포스)에 비급여 관리 권한을 갖춘 보건복지부는 제외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복지부와 소통해 설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금감원이 지정한 보험사기 예방 모범규준이 보험사 의료자문 강화에 정당성을 부여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의료자문이 최종적인 보험금 미지급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거듭되는 소비자들의 주장이 외면되고 있다"며 "모범규준 개정을 통해 오히려 의료자문을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결정의 근거로 활용할 수 있도록 운신의 폭을 넓힌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2017년 출범한 ‘공·사보험 정책협의체’에서 비급여 항목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실손보험 협의체가 일원화된다면 효율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의료자문 공정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동시에 순기능을 인정해 정상적인 의료자문이 이뤄질 수 있도록 균형있는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백내장 및 비급여 항목의 보험금 지급 심사 강화는 보험금 누수를 막아 선량한 보험 가입자의 피해를 방지하려는 것"이라며 "의료자문이 남용되는 행위는 업계의 자정적 노력이 필요하지만 정부차원에서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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