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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배달우유, 상온 방치로 변질·부패 잦아…'새벽 랜덤배달'이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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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배달우유, 상온 방치로 변질·부패 잦아…'새벽 랜덤배달'이 원인?
새벽 배송 원칙이나 대리점 재량 운영
  • 김경애 기자 seok@csnews.co.kr
  • 승인 2022.06.14 07:19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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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세우유 가정배달 서비스를 이용 중인 경기도 수원시에 사는 이 모(여)씨는 지난 달 30일 아침 7시께 받은 우유가 상한 상태였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투명한 용기 내부에 하얀 응어리가 수북히 져 있었던 것. 유통기한이 넉넉히 남아 있고 우유 주머니를 늦게 확인한 것도 아니어서 이상하게 생각한 이 씨.  담당 대리점에 전화를 걸어 항의했지만 대리점 측은 "전날 배달된 우유를 안 꺼낸 게 아니냐"면서 대수롭지 않게 대응했다는 게 이 씨의 주장이다. 이후 직원이 방문해 문제의 우유를 회수해갔다. 이 씨는 "대리점의 우유배달은 자정부터 아침까지 집집마다 랜덤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내가 받은 우유가 새벽 1시에 배달된 것일 수 있고 새벽 5시에 배달됐을 수도 있는 셈이다. 상한 우유인지도 모르고 아이들이 마셨다면 배탈로 내내 고통받았을 수 있었다"며 분개했다. 
 
▲이 씨는 아침에 확인한 배달우유에 하얀 응어리가 져 있어 담당 대리점에 항의했으나 대리점 측이 대수롭지 않은 대응으로 일관했다며 어이없어 했다
▲이 씨는 아침에 확인한 배달우유에 하얀 응어리가 져 있어 담당 대리점에 항의했으나 대리점 측이 대수롭지 않은 대응으로 일관했다며 어이없어 했다

여름철 무더위가 본격 시작되면서 배달우유 신선도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우유 주머니를 일찍 확인했는데도 내용물이 변질된 것은 대리점 측 위생관리 부주의가 원인이 아니냐는 게 소비자들의 지적이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상한 우유를 받았다는 소비자 불만이 때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린 5월부터 속출하고 있다. 이 시기에는 서울우유와 연세우유, 건국우유 등 대학 이름을 붙인 우유들을 비롯해 동원F&B, 남양유업, 롯데푸드, 빙그레, 매일유업, hy 등 이름이 있는 유업체까지 규모를 가리지 않고 다발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신선식품 특성상 특히 여름철에 쉽게 변질·부패될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매일 신선한 우유를 먹기 위해 정기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는 만큼 보다 철저한 위생관리가 필요하다는 반응들을 보이고 있다.

업체들은 온도와 습도가 높아 변질 가능성이 큰 여름철은 식품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한다는 입장이다. 새벽 배송을 원칙으로 보냉백 사용과 아이스팩 동봉 여부를 수시로 확인해 배달 중 상온에 노출되는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목표다.

연세우유를 운영 중인 연세대학교 연세유업 측 관계자는 "이 씨의 사례는 아이스팩 동봉이 누락돼 발생했다. 담당 대리점에서 집으로 찾아가 사과 드렸고 본사 담당자도 따로 연락해 정중히 사과했다. 또 재발 방지를 위해 보다 철저하게 제품·배송을 관리하겠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연세유업 본사에서 대리점 운송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연세유업 본사에서 대리점 운송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부패 가능성은 제품별 차이가 있는데 이번 문제가 된 우유는 저온살균 방식으로 제조돼 온도 변화에 더욱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우유배송 시간은 자정부터 배송하도록 대리점에 안내하고 있다고 했다. 지역이나 가구 수 등에 따라 배송시간이 빨라질 수 있음을 소비자들에게 사전에 안내하고 양해를 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여름철은 기온 상승으로 가정배달 우유의 위생 관리를 보다 철저히 하는 시기다. 매년 연세유업에서는 하절기 특별 위생관리와 대리점 긴급 점검을 진행하고 있고 품질 유지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 쓴맛·신맛 느껴지면 부패했을 가능성 높아, 섭취 중단 후 담당 대리점에 연락해야

배달우유는 과거 냉장고가 없었던 시절 우유를 오래 보관하기 어려워 아침마다 배달부가 배달해주는 것으로 시작됐다. 오늘날에는 신선한 우유를 집에서 편리하게 받아볼 수 있다는 이점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소비자가 가정에서 우유를 받기까지 상온에 노출되는 시간이 있다 보니 신선식품이 변질되기 쉬운 여름철에는 배달우유 신선도를 놓고 대리점과 소비자간 갈등을 빚는 일이 특히 잦다. 일부 소비자들은 상한 우유인지 모르고 마신 후 구토나 설사, 고열 복통 등의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우유업계는 우유는 멸균이 아닌 살균 제품인 만큼 저온에서 유통돼야 하는데 실온 등 높은 온도에 오래 노출되면 유통기한이 남은 제품이라도 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통 조건이 좋지 않거나 우유 주머니에서 늦게 우유를 꺼내는 경우 등이 해당된다. 

우유 신선도는 맛으로 판단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 신선도가 떨어지면 맛이 변하는데, 쓴맛과 신맛이 주로 느껴진다는 설명이다. 맛으로 미묘한 변화를 감지하기 어려울 때는 우유를 입에 머금고 코를 통해 공기를 내보내면 냄새를 구별하기 쉬우며 맛도 알 수 있다.

우유가 상했는지 알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유리컵에 우유를 따랐을 때 벽면에 엉기는지를 보는 것이다. 엉김 현상이 발생하면 이 우유는 상하거나 상하고 있는 상태다.

우유업계 관계자는 "우유를 끓인 다음 이상한 냄새가 나지 않으면 먹어도 상관없다. 그러나 끓인 후에도 냄새가 나거나 분리·응고되면 우유가 상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종이팩에 담긴 우유는 가끔 볼록한 상태로 배달되는데 이 경우 부패를 의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벌지(Bulge) 현상이 대부분이다. 여름철에는 팩이 외부 기온과의 차이로 응축수가 발생해 습기를 먹을 수 있으며 벌지가 발생했다고 우유가 상한 것은 아니다.

업체들은 품질 이상으로 피해를 본 경우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우유를 교환·환불해주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본사와 대리점에서는 피해 소비자와 충분히 대화하고 도의적 차원에서 소정의 사례 등으로 사과를 대신하고 있다고 했다. 

우유업계 관계자는 "혹시라도 문제가 발생한 제품은 소비자 요청 시 바로 수거해 성분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성분검사 시에는 지방, 단백질, 무지유고형분, 산도검사, pH검사 등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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