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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간 우유 무료 제공" 유인하고 해지하면 '덤터기'...가정 배달 우유 위약금 분쟁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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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간 우유 무료 제공" 유인하고 해지하면 '덤터기'...가정 배달 우유 위약금 분쟁 속출
고령층 등 소비자들 “기간 약정·위약금 전혀 알지 못했다”
  • 송민규 기자 song_mg@csnews.co.kr
  • 승인 2024.02.13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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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광역시 연수구에 사는 박 모(여)씨는 연세우유 대리점과 위약금을 두고 마찰을 빚었다. 박 씨는 영업사원이 3개월을 무료로 먹고 한 달 비용만 내면 해약할 수 있다고 해 계약했는데 막상 계약서에는 2개월 무료로 적혀 있었다. 대리점에서는 계약서대로 2개월 분만 무료로 주겠다고 해 박씨가 해약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박 씨는 “약정이 있다는 이야기도 듣지 못했는데 2년 약정이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영업사원이 일을 그만 둬 모르겠다고 하고 대리점은 그만둔 영업사원과 해결하라고 한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 전북 군산시에 사는 최 모(남)씨는 90세가 다된 할머니가 계약한 연세우유 배달을 끊는 문제로 골치를 썩고 있다. 대리점에서 "우유를 2개월 간 무료로 받아 먹고는 계약을 해지하려 한다"고 핀잔을 줘 그 값은 지불하겠다고 했지만 막무가내로 해지를 거부했다. 할머니는 기억에도 없는 계약서를 대리점에서 내밀었으나 이름도 잘못 적혀 있어 온전한 계약이었는지 의심된다고. 최 씨는 “이런 계약서가 유효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며 "할머니께서 고령이셔서 잘 모르다 보니 업체 입맛대로 계약이 된 거 같다"고 억울해했다.

# 충북 청주시에 사는 황 모(여)씨는 1년 전 아파트에 입주하며 판촉사원이 1년만 먹으면 된다고 해 우유 배달 계약을 맺었다. 만료 시기에 맞춰 해약하려고 보니 대리점에서는 아직 계약 기간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제야 찾아보니 대리점서 보내온 계약서에는 계약기간이 16개월로 돼 있었다. 황 씨는 "판촉원 말과 계약서 내용이 다른데 계약서를 받지 않아 몰랐다"며 "증거가 없으니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가정 배달 우유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와 대리점 간 계약 해지를 놓고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는 원할 경우 언제든 우유 배달을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대리점은 계약서상 해지가 불가하다고 통보하거나 위약금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 대부분 우유 배달을 이용하면서 약정 계약이나 중도 해지 위약금에 대해서는 인지하지 못했다.

게다가 소비자들은 배달 우유를 브랜드 본사에서 관리한다고 생각하지만 계약서 작성부터 해지까지 모든 것을 대리점이 일임하고 있다. 대리점에 따라 서비스와 해지 조건, 위약금 산정 방식까지 모두 달라지는 셈이다.

결국 우유 배달을 신청할 때 소비자가 계약서를 꼼꼼하게 읽는 게 분쟁을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인 셈이다.

13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연세우유와 건국우유, 파스퇴르우유 등 가정 배달 우유 해지를 두고 대리점과 분쟁하고 있다는 소비자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연말부터는 연세우유 관련 불만이 속출하는 상황이다. 통상 여름철에는 배달우유 변질로 피해가 다발했는데 최근에는 약정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아예 우유 배달 계약이 1, 2년 약정돼 있단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소비자도 있고 약정 기간이 안내한 것보다 길게 계약돼 있다거나 중도 해지시 무료 제공분을 이유로 해지 방어, 위약금을 물리는 경우도 있다.

이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데는 제대로 된 계약서 없이 구두로만 약정이 맺어지면서 발생한다. 계약서는 존재해도 계약 시 위약금이나 약정 기간, 위약금 산정 기준에 대한 안내가 이뤄지지 않는 점도 문제다.

유업체들은 한 대리점이 여러 우유 브랜드를 담당하는 경우가 많아 대리점 관리가 사실상 어렵다고 밝혔다. 또 대리점이 개인 사업자이다 보니 본사가 대리점과 소비자 간 계약에 개입할 경우 대리점법에 저촉될 수 있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대리점법 10조에 따르면 공급업자가 대리점의 경영활동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식적으로는 본사에서 대리점과 소비자간 분쟁에 개입할 수 없지만, 도의적인 차원에서 대리점을 담당하는 영업사원이 직접 찾아 중재를 하는 등 소비자 불편 해소에 힘 쓰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이 분쟁을 겪지 않으려면 배달 우유 서비스 신청 시 반드시 계약서를 작성하는게 중요하다. 또 구두로 설명한 사은품, 무료 제공분, 해지 위약금 산정 기준 등 내용도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명기해야 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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