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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전산장애로 주식 못팔아 피눈물...금감원 '공시 제도' 도입한다더니 1년 넘게 깜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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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전산장애로 주식 못팔아 피눈물...금감원 '공시 제도' 도입한다더니 1년 넘게 깜깜
증권사 전산장애 반복...소비자는 발생사실 알 수 없어
  • 문지혜 기자 jhmoon@csnews.co.kr
  • 승인 2022.09.13 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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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시 남동구에 사는 전 모(여)씨는 A증권사 통신 장애로 주식 매매를 하지 못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시스템 오류로 매도를 눌러도 반응이 없었고, 그 사이 주가가 떨어지면서 손해를 본 것이다. 전 씨는 고객센터에 문의했으나 홈페이지에 글을 남기면 순차적으로 처리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하지만 2주가 지난 뒤 ‘매도 기록’이 없어 보상이 어렵다고 안내했다고. 전 씨는 “통신 장애가 언제 시작해서 언제 끝났는지 모르는데 고객센터에서 제대로 안내하지 않고 뒤늦게 당일에 매도했어야 한다고만 하더라”라며 답답해 했다.

# 서울시 도봉구에 사는 김 모(여)씨도 B증권사 전산오류로 30분이 넘도록 돈이 묶였다고 항의했다. HTS를 통해 타 금융사로 투자금을 이체하려고 했지만 실패한 것이다. 자신의 인터넷이 문제인가 싶어 한참 동안 발을 동동 굴렀지만 결국 뉴스를 통해 증권사 전산장애인 것을 알게 됐다. 김 씨는 현재 B증권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김 씨는 “잠깐 사이에도 매매 가격이 달라질 수 있어 투자는 1분1초가 중요하다”면서 “소송 진행 중에 전산장애 관련 자료를 피해자가 볼 수 없도록 비공개로 제출해 피해를 보는 등 소비자들이 정보 접근이 어려운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증권사 전산장애가 매년 반복되면서 고질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발생 사실 조차 알 수 없어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에서도 소비자들이 증권사를 선택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전산장애에 대한 공시제도를 확립하겠다고 밝혔지만 1년 넘게 진행이 되지 않는 상태다.

올해 들어 LG에너지솔루션, 퓨런티어 등 IPO 당시 한꺼번에 많은 투자자들이 접속하면서 하이투자증권, 대신증권, KB증권 등에 전산장애가 발생했다. 지난 8월 초에는 한국투자증권이 시스템 장애로 15시간 이상 접속되지 않았다.

실제로 증권사 전산장애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국회 정무위 양정숙 의원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 동안 증권사 전산장애는 총 1136건, 피해액은 268억원에 달했다.

2017년 50건이었던 장애건수는 2018년 72건, 2019년 105건으로 증가하다가 2020년 69건으로 잠시 주춤했다. 지난해에는 840건으로 크게 증가하면서 5년 새 16배가 늘어났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전산장애 발생 사실조차 알기 어려운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 등 대어급 IPO로 인한 전산장애는 피해자가 많고 언론을 통해 알려지는 터라 확인이 가능하지만 그 외의 경우는 개인의 접속 문제인지 증권사 서버 문제인지 확인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에서도 증권사 전산장애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관련 공시 제도를 만들겠다고 밝혔지만 1년이 넘도록 진행되지 않고 있다.

지난 2021년 6월 금융감독원은 국내 증권사에 전산장애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수립하라고 공문을 발송했다. 여기에는 증권사별로 전산장애 개선 정도, 소비자 피해 규모 등을 공시하는 제도를 마련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1년 3개월이 지난 현재에도 공시 제도 관련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다. 다만 금감원에서는 아예 제도 도입이 엎어진 상황은 아니며 여전히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당국으로 들어오는 민원건을 처리 및 분석하고 있으며, 이 작업 이후 어떤 부분이 공시돼야 할지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문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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