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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체선 불량이라는데...크림, 자체 검수 통과하면 무조건 '정상' 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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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체선 불량이라는데...크림, 자체 검수 통과하면 무조건 '정상' 고집
거래 수수료 챙기면서 책임 외면 지적 잇달아
  • 이은서 기자 eun_seo1996@csnews.co.kr
  • 승인 2023.02.09 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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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셀 플랫폼 크림이 제조사에서 하자라고 인정해도 자사 검수 기준을 충족해 문제 없다는 태도로 일관해 논란이다.

한 소비자는 명품 패딩 몽클레르 패딩의 지퍼가 불량이라는 브랜드 판단을 받았지만 크림 측은 '검수 기준'에 부합한다는 답만 반복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소니 헤드셋 밴드가 휘어져 제조사 '불량판정서'까지 받았으나 원제조업체의 보증기준을 따르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소비자들은 플랫폼에 수수료를 내고 거래하는데 검수가 잘못돼도 책임지는 것에 소극적이라며 개선을 촉구했다.

대구시 북구에 사는 박 모(여)씨는 지난 1월4일 크림에서 140만 원을 주고 몽클레르 패딩을 구매했다. 며칠 뒤 배송된 패딩을 찬찬히 살펴보니 지퍼 고리가 녹이 슬거나 칠이 벗겨진 마냥 얼룩져 있었다. 

박 씨는 크림 고객센터의 1대 1 문의를 통해 지퍼가 하자라고 따졌지만 "지퍼의 변색은 제조 공정 상 소재 특성에 따라 나타날 수 있어 구매자에게 별도 통보 없이 합격 판정해 판매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 크림에서 구매한 몽클레르 패딩의 지퍼고리가 녹이 슨 것처럼 얼룩덜룩하다. 
▲크림서 산 몽클레르 패딩의 지퍼고리가 녹이 슨 것처럼 얼룩덜룩하다

박 씨는 의문을 품고 인근 백화점에 입점한 몽클레르 매장을 찾아 확인을 요청했다. 박 씨에 따르면 몽클레르 AS 담당자라는 한 직원이 "지퍼를 생산할 때 이물질이 들어간 상태에서 코팅돼 생긴 얼룩"이라며 "이렇게 하자가 바로 보이는 제품은 판매하지 않고 소비자가 문제를 제기할 경우 새 제품으로 교환해주거나 재고가 없을 시 AS를 해준다"고 말했다.

AS 담당자는 "이 매장에서도 같은 사유로 소비자 불만이 3건 정도 나와 교체해 준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브랜드에서 불량이라는 판단를 받은 박 씨는 크림에 재차 따져 물었지만 고객센터는 "본사에서 정상품으로 인정되는 것만 판매하며 정상품으로 판정되지 않는 것은 불량으로 처리하고 있다. 이 제품은 제조공정 상 발생할 수 있는 사항"이라는 답변만 반복할 뿐이었다고.  

박 씨는 "몽클레르에서 하자라고 말하는데 크림 검수 기준에 부합한다는 말만 반복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개선을 촉구했다.
 

▲ 크림 사이트에는 게재된 '제조사에서 불량으로 인정하지 않는 기준은 하자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사항은 이 사례와 모순된다. 
▲크림 사이트에는 '제조사에서 불량으로 인정하지 않는 기준' '소재 특성상 발생할 수 있는 사항' 등은 하자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고지하고 있다

이는 크림 사이트에 게재해놓은 검수 기준과도 모순된다. 크림은 '제조사에서 불량으로 인정하지 않는 기준'은 하자로 판단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박 씨의 사례는 브랜드 매장에서 하자라고 인정한 사항이기에 크림의 검수 합격이라는 결과는 앞뒤가 맞지 않은 상황이다. 

크림 측은 본사 매장에서 하자품으로 인정된 패딩이 검수를 통과된 데 대해 별다른 해명 없이 "이 제품은 브랜드 매장에서도 확인했듯 가품이 아닌 정품으로 확인돼 크림의 검수 기준을 통과했다"는 엉뚱한 답변을 내놨다. 

이어 이 관계자는 "제품의 상태가 구매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을 죄송하게 생각하며 추가로 고객에게 보상할 방안에 대해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 씨뿐 아니다. 경북 구미에 사는 허 모(남)씨는 크림에서 소니 헤드셋을 구매했는데 길이 조절 밴드가 휘어진 불량을 받았으나 아무런 구제도 받지 못했다.

크림 고객센터에서는 "제조업체의 '자체 실링'이 존재해 개봉 시 가치가 현저히 감소되므로 개봉 없이 외관상 이상 여부만을 확인해 검수 합격 여부를 결정했다"며 "크림은 원제조업체의 보증기준 등 회사의 검수기준이 아닌 기준에 따른 보증 및 책임을 지지 아니함을 참고해달라"고 답했다.

허 씨는 소니 서비스센터에서 불량판정서까지 받아 판매자에게 전달해 구매처와 영수증 정보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됐다.

허 씨는 "중개 플랫폼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라도 해야 하지 않느냐. 이럴 거면 왜 수수료를 내야 하는지, 검수센터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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