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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마켓·번개장터 등 중고거래앱 분쟁해결기준 실효성 의문...강제력 없고, 적용시기도 불명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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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마켓·번개장터 등 중고거래앱 분쟁해결기준 실효성 의문...강제력 없고, 적용시기도 불명확
증고플랫폼 3사, "내부규정 마련 중" 원론적 입장
  • 이은서 기자 eun_seo1996@csnews.co.kr
  • 승인 2023.06.30 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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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시 부평동에 사는 이 모(남)씨는 당근마켓에서 전동킥보드를 25만 원에 샀다. 집으로 돌아온 뒤 계기판을 작동해보다가 모드가 변경되지 않는 고장 난 상태란 사실을 알게 됐다. 수리점에서도 맞는 부품이 없어 고칠 수 없는 상태였다. 판매자에게 다시 문의했으나 오히려 이 씨가 타고 가다가 고장낸 게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이 씨는 "계기판도 안 되는 고장난 킥보드를 샀는데 판매자는 오히려 내 과실이라고 떠미니 기가 막히다"고 어이없어 했다.

# 수원시 팔달구에 사는 박 모(여)씨는 번개장터에서 빨간색 샌들을 구매했다. 착용한 첫날 발등에 빨간 물이 들어 불량품이라고 판단했다. 박 씨는 판매자에게 불량품이니 환불해달라고 했으나 자신이 책임질 게 아니라며 모든 연락을 차단했다. 박 씨는 번개장터에도 조정을 요청했으나 판매자가 답이 없어 '3일 이용정지' 처분으로 끝났다. 박 씨는 "이 판매자는 3일 이용 정지후 여전히 버젓히 물품을 판매하고 있다. 너무 화가 난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이처럼 중고거래 플랫폼 이용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피해가 쏟아지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를 예방하기 위해 ‘분쟁해결 기준’을 마련했으나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우선 공정위의 분쟁해결 기준 자체에 강제력이 없는데다 당근마켓과 번개장터, 중고나라 등 중고거래 플랫폼3사가 가이드라인 등 내부 규정을 만드는 데 정해진 기한이 없기 때문에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중고거래 분쟁해결 기준을 새로 마련했으며 당근마켓·번개장터·중고나라 등 3개 플랫폼은 이를 시행하기로 협의했다. 개인 간의 거래에는 전자상거래법 등이 적용되지 않고 있어 이번 협약을 통해 원활한 분쟁 해결을 기대한다는 목적이었다. 

가이드라인 내용은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물건을 구매한 지 3일 이내 하자가 발견된 경우 환불을 받을 수 있다는 게 골자다. 예를 들어 중고거래에서 구매한 휴대폰을 수령 후 3일 이내 판매자가 전혀 고지하지 않은 중대한 하자가 정상적인 사용상태에서 발생한 경우 수리비를 배상해주거나 전액 환불하도록 하고, 10일 이내에 발생했다면 구입가의 50%를 환불하도록 합의안을 권고하는 식이다. 

그러나 공정위가 마련한 기준은 말 그대로 가이드라인이기 때문에 법적 강제력이 없다. 그렇다보니 공정위는 플랫폼이 자체적으로 '분쟁해결기준'을 마련해 이용자에게 알리고, 그 기준으로 이용자 간 분쟁을 플랫폼 차원에서 조정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근마켓·번개장터·중고나라 등 플랫폼 3사는 내부적으로 규율을 마련 중이라는 입장이다. 문제는 명확한 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차일피일 미뤄져 공정위가 내놓은 ‘분쟁해결 기준’ 의미가 없다는 비판이 거세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당근마켓, 번개장터, 중고나라 등에서 거래 후 피해를 입었다는 소비자들의 호소가 쇄도하고 있다. 하자가 있는 제품을 구매했지만 판매자가 환불을 거부하거나 잠수를 타는 등 연락 두절 문제로 환불, 반품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신비 복숭아를 샀는데 다른 과일을 보내놓고 사라졌다" "특정 브랜드 골프채라고 해 샀는데 전혀 다른 모델이었다" "새 신발이라고 해서 구매했는데 물빠짐 현상이 심해 환불을 요청했지만 이후 판매자가 차단해 연락 두절이다" "25만 원에 구매한 전동킥보드가 사전에 알리지 않은 계기판 하자가 발견돼 환불을 요구했지만 하자에 대해 부정하면서 환불을 거절하고 있다" 등 사례가 다양하다. 

공정위 측은 앞서 제시한 가이드라인은 지속 논의 중인 사항이기에 명확한 시기를 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협약이 최근 이뤄진 만큼 각 플랫폼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까지 일부 분야의 가이드라인만 정해진 상황이고 나머지 분야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지속적으로 논의가 될 예정이라 구체적 기한을 정해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근마켓·번개장터·중고나라 등 플랫폼 3사는 중고거래 분쟁해결 기준은 법적 강제성이 없어 협약 이전과 큰 변화가 없는 건 사실이나 관련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해 내부적으로 조율 중에 있다는 입장이다. 가이드라인이 구체화되기 전까지는 기존 내규에 따라 분쟁을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3사 모두 내부적으로 분쟁해결이 안 될 경우 한국인터넷진흥원 산하의 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분쟁 해결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일차적으로 당근마켓 자회사 당근서비스가 마련한 분쟁 조정안을 통해 당사자간 합의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번개장터는 “일차적으로 내부에 판매자와 구매자간 분쟁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분쟁 해결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중고나라 관계자는 “개인 간 거래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회사 차원에서는 사진이나 내용을 기반으로 합의를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플랫폼 고객센터까지 중재를 요청하는 사안은 대부분 갈등이 심화된 경우가 많아 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 조정을 권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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