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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 마일리지, 상속 가능할까?...대한항공·아시아나 '불가능', 제주항공·에어부산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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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 마일리지, 상속 가능할까?...대한항공·아시아나 '불가능', 제주항공·에어부산 '가능'
  • 이철호 기자 bsky052@csnews.co.kr
  • 승인 2023.11.15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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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용인시에 사는 백 모(여)씨의 아버지는 지난 몇 년간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 적립 신용카드를 사용하면서 모은 마일리지가 38만 포인트에 달했다. 마일리지 항공권을 예매하려고 여러번 시도했으나 자리가 나지 않아 발권하지 못하다 지난 10월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유가족인 백 씨는 아시아나항공 측에 아버지가 미처 쓰지 못한 마일리지 사용에 대해 문의했으나 항공사는 "사망한 회원의 마일리지는 가족 간 양도가 불가능하다"고 응답했다.

백 씨는 "마일리지 항공권 예매 시 가족 간 마일리지를 합산해 발권할 수 있는데 왜 돌아가신 분의 마일리지는 양도가 불가능한지 이해되지 않는다"며 "그동안 예매가 거의 불가능해서 쓸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소멸되는 건 부당하다"고 항변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마일리지는 회원 본인이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만일 고객이 사망할 경우 마일리지가 자동으로 소멸돼 양도나 상속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백 씨 사례처럼 대다수의 국내 항공사는 회원이 사망했을 경우 남은 마일리지를 가족이 물려받을 수 없도록 해 주의가 요구된다.

앞서 항공사 마일리지 상속 여부에 대해 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속이 가능한 권리'로 봤으나 '마일리지 상속을 금지한 이용약관은 불공정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대한항공도 마일리지 회원 약관에서 '사망한 회원의 마일리지는 상속되지 않고 자동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저비용 항공사들은 업체별로 마일리지 양도 규정이 차이가 있다. 진에어는 '나비포인트'라는 마일리지 제도를 운영하는데 이는 합산이나 양도가 불가능하다. 에어프레미아도 본인만 쓸 수 있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리프레시 포인트' 회원이 사망했을 경우 사망확인서나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출하면 포인트 양도가 가능하게 했다. 에어부산 역시 회원 사망 후 증빙서류를 제공하면 고객이 생전에 모아뒀던 스탬프 중 양도 가능한 부분을 양도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체로 항공사 규정상 마일리지는 본인이 사용하게 돼 있고 가족에게 마일리지를 양도·합산해 주는 경우 본인의 허가가 필요하다"며 "회원이 사망할 경우 양도·합산을 허가해 줄 대상자 자체가 사라지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망한 회원의 마일리지가 상속되지 않는 문제 때문에 소송이 진행된 적도 있다. 지난 2010년 국내 항공사 마일리지 서비스 회원이었던 정 모씨가 사망한 이후, 유가족은 정 씨의 남은 마일리지에 대한 상속권을 주장하며 항공사 측에 소송을 제기했다. 

2011년 서울남부지법은 마일리지 이용권이 '원칙적으로는 상속이 가능한 권리'이며 '고객이 유상의 대가를 지불하고 취득한 마일리지가 어떤 이유로든 소멸되는 것은 고객에 대한 불이익으로 취급될 수 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고객이 사망했을 때 마일리지가 자동 소멸되는 약관 조항이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이라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결했다. 

서울남부지법은 "해당 약관 조항은 항공사가 적정 수준의 마일리지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도입해 영업상 필요한 것"이라며 "마일리지의 상속을 허용하는 것이 전 세계 항공사들에 보편화된 관행이라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이 약관이 회원의 상속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해서 마일리지의 이용이라는 목적 달성이 위태로워지거나 마일리지 이용 계약의 체결이 무의미해진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판결 이후에도 항공사 마일리지 상속 금지 약관이 고객에게 불공정한 약관이라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상속으로 인해 고객이 박탈당하는 권리에 대해 아무런 실질적 보상 없이 권리 자체가 그대로 소멸되는 것은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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