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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제품 부품 모듈화로 수리비 폭탄...멀쩡한 부품비까지 소비자에 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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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제품 부품 모듈화로 수리비 폭탄...멀쩡한 부품비까지 소비자에 전가
제조사는 원가절감...이용자 AS비용 부담 높아져
  • 송혜림 기자 shl@csnews.co.kr
  • 승인 2024.10.10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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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순천에 사는 채 모(여)씨는 캐리어 건조기 문이 고장이 나 AS를 요청했다. 방문한 기사는 도어 캐치(문이 열리고 닫히게 하는 장치)가 문제며 이를 수리하기 위해선 아예 건조기 문을 교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리비는 35~40만 원으로 제품 구매가의 절반에 육박했다. 채 씨는 “작은 도어 캐치 하나 수리하는데 제품가의 절반이 들게 생겼다”고 어이없어 했다.

#. 경기도 성남에 사는 김 모(남)씨는 최근 삼성전자 플립4의 음량 조절 버튼이 뻑뻑해 AS를 요청했다가 깜짝 놀랐다. 단순히 음량 조절 버튼만 교체하면 되는 줄 알았으나 일체형 부품이라 내부 다른 부품도 함께 바꿔야 해 35만 원이 청구됐다고. 김 씨는 "버튼 하나 교체에 35만원을 요구하는 것은 과도하다 생각한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 경기도 일산에 사는 조 모(여)씨는 지나 5월 애플의 아이폰 프로15를 구입했다. 한 달이 지난 무렵부터 충전이 제대로 안 돼 서비스센터를 찾았는데 사용자 과실로 충전 단자는 물론 전체 수리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리비용은 80여 만원을 웃돌았다. 조 씨는 “충전 단자만 고장 났는데 전체 수리를 진행해야 충전 불량 문제가 해결된다는 게 이해되질 않는다"라고 말했다.

전자제품 부품 모듈화로 수리비가 높아지며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모듈화(반제품화) 제품은 여러 부품을 담당 기능에 따라 몇개 덩어리로 나눠 고정하고 이를 정해진 자리에 끼워맞춰 만드는 식이다. 

모듈화 방식은 제품 소형화와 원가 절감에 도움되는 것은 물론 다품종 소량화로 인해 수익성이 낮은 부품 업체들의 고민을 던다는 점에서 선호도가 높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선 실제 고장난 부품 외의 항목까지 함께 교체해야 해 수리비가 훨씬 높아지기 때문에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하나의 부품이 고장나도 다른 멀쩡한 부품도 함께 교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불이익에도 모듈화 제품의 보증기간이나 수리비도 일반 제품과 차이가 없어 소비자 불만은 지속 커지고 있다.

10일 소비자고발센터(http://m.goso.co.kr)에는 세탁기, 냉장고 등 대형가전부터 휴대전화 등 소형 전자기기까지 일부 부품이 고장 나 수리를 맡겼으나 전체를 교체해야 해 예상보다 비싼 수리비에 당황했다는 소비자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예로 스마트폰 액정이 파손돼 교체하려 보니 전혀 문제없는 내부 부품들도 액정과 일체화돼 있다는 이유로 함께 교체해야 했다는 내용이다. 이같은 ‘모듈화’ 제품은 몇 개의 부품이 하나의 덩어리로 생산되기 때문에 개별 부품 수리가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모듈화 제품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고자 삼성전자, LG전자는 전자 제품의 분리 수리가 가능하도록 하는 등 수리 서비스를 점진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지난 5월 폴더블폰 디스플레이 단품 수리 서비스센터를 기존 13곳에서 32곳으로 늘린데 이어 8월에는 53곳으로 대폭 확대했다. 올해 연말까지는 최대 90곳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갤럭시S 시리즈는 지난해 1월부터 전국 서비스센터에서 단품 수리가 가능하다.

디스플레이 단품 수리는 삼성전자가 지난 2019년 업계 최초로 개발한 친환경 수리 방식으로 디스플레이 부품, 테두리, 케이스 등을 분리한 후 사용 가능한 부품은 재사용하고 교체가 필요한 부품만 바꿀 수 있어 수리비도 최대 36% 절약할 수 있다.

LG전자도 모듈수리만 가능했던 액정표시장치(LCD) TV를 지난 2017년부터 분리수리가 가능하도록 개선했다. LCD TV는 과거 LCD 패널이 고장나면 뒤편의 조명 부품(LED Array)도 함께 수리해야 했다. 이를 통한 수리비는 30% 가량 절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는 디스플레이 자체에서 빛이 나는 자발광 제품으로 모듈 수리가 아닌 분리 수리로 진행된다.

다만 애플의 경우 아이폰 대부분이 디스플레이 패널과 스크린 터치를 구현해주는 디지타이저가 일체형인 경우가 많지만 모듈 수리만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일 액정 터치가 불량이라면 액정 전체를 교체하여 수리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수리비가 높은 편이다.

일각에선 모듈화 제품의 경우 이상이 없는 부품도 함께 교체해야 하는 소비자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서 수리비 절감이나 보증기간 연장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부품 모듈화로 인해 늘어난 수리비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건 부당한 측면이 있다"면서 "수리비 할인 등 대안을 마련해 제시하거나 가능한 분리 수리를 할 수 있도록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답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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