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성북구에 사는 이 모(남)씨는 캐리어 냉장고를 구매한뒤 소음이 심해 반품 또는 교환을 요청했지만 소음 수준이 ‘정상 범주’란 이유로 거절당했다. 이 씨는 “소음이 46데시벨(사람 간 평소 대화 소리) 정도 나왔다. 낮에는 몰라도 밤에는 견디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 부산 강서구에 사는 서 모(여)씨는 구매한 지 1년 반 지난 위니아 김치냉장고에서 소음이 발생해 제품 하자를 의심하고 있다. 한번 발생한 소음은 길면 15~20분 가량 지속돼 밤잠을 설치기 일쑤라고. 서 씨는 "서비스센터에 문의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며 환불하고 싶다고 말했다.
#. 강원도 원주에 사는 임 모(남)씨는 스마트카라 음식물처리기를 구매한 후 소음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처음부터 '딱딱'하는 소리가 거슬렸지만 음식물을 처리하는 거라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나 부드러운 음식이나 물만 넣어도 딱딱거리는 소음이 발생했다. 점검 온 기사는 ‘모터가 가동하면서 나는 정상 소음’이라고 답할 뿐이었다. 임 씨는 “자다가 깰 정도인데 제품 설명서에는 소음이 아주 작다고 해놨다. 다른 이들은 소음이 없다는데 이건 제품 하자가 아닌가 싶다”고 호소했다. 이후 업체 측은 현재 임 씨가 보낸 영상을 통해 기기 결함을 확인했고 새 제품으로 교환 처리했다.
냉장고와 세탁기, 정수기, 에어컨 등 생활가전 소음으로 소비자와 제조사 간 분쟁을 겪는 경우가 빈번해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소비자들은 제품 작동 시 소음이 심해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라며 하자를 주장하지만 제조사는 소음 데시벨(dB)이 정상 범주라며 교환·환불은 물론 수리조차 하지 않아 갈등을 빚고 있다. 게다가 정상 범주라는 소음 기준을 일부 가전사를 제외하곤 공개조차 하지 않아 다툼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가전업체들은 소음은 개인마다 주관적인 편차가 크고 발생하는 원인도 여러가지라 단순 데시벨 측정 외에도 여러 점검을 통해 제품 하자 여부를 판단한다고 입을 모았다.
18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냉장고와 정수기, 에어컨, 세탁기, 안마의자 등 생활 가전에서 심각한 소음이 발생해 이용에 불편을 겪고 있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매달 수십건에 달한다.
심한 경우 취침 중 소음에 놀라 깨거나 이웃의 거센 항의까지 받은 경우도 있다.
가전 제품의 소음 적정 기준은 여러 곳에서 제시하고 있다.
국가기술표준원에서는 한국산업규격(KS)에 따라 일반 가정에서 쓰는 냉장고에 한해 ▲500~1000리터 이하는 54데시벨 이하 ▲200~500리터 이하는 51데시벨 이하를 정상 범위로 보고 있다. 환경부는 ‘소음·진동관리법’에서 세탁기와 진공청소기의 '저소음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
또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한 가전제품의 환경소음 관리지침에는 ▲주간 35데시벨 ▲야간 30데시벨로 규정돼 있다. 공간에 따라서도 다른데 5분간 연속 측정한 소음도 거실은 35데시벨, 침실은 30데시벨 미만으로 정하고 있다.

다만 이들 기준 모두 가이드라인에 그칠 뿐 강제성은 없다.
LG전자와 코웨이, 위니아 등 대부분 가전업체들은 소음 하자로 인정되는 데시벨 기준을 외부로 공개하고 있지 않으며 수리 기사의 현장 판단에 의해 교환 및 수리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대부분 업체들이 환경부 기준과 KS 기준을 준수하고 제품을 관리하고 있지만 자체 기준을 두고 하자 여부를 판단한다는 곳도 있다.

삼성전자는 냉장고 등 일부 품목에 한해 홈페이지에 적정 데시벨 기준을 공개하고 있고 스마트카라도 정상 소음 수준의 데시벨을 명시해 놓고 있으나 역시 정확한 하자 여부는 현장 점검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가전업체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해외에도 수출하다보니 WHO(세계보건기구)에서 권장한 거주지 소음 기준 이하로 제품을 관리하고 있다"면서 "현장에서 직접 데시벨을 측정해 소비자에게도 보여준다. 다만 제품마다 소음을 측정하는 방식이 다르고 그 과정도 데시벨만 확인해선 안되기 때문에 굉장히 복잡하다"고 입을 모았다.
코웨이는 "일반적인 가정환경에서는 외부 소음 등으로 정확한 데시벨 측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며, 제품 개발 시에 무음실 등 적절한 환경에서 소음 성능 및 품질 테스트를 엄격하게 진행하고 있다"면서 "보통 비정상적인 소음 발생의 원인은 부품 이상이기에 해당 부품에 대한 AS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바디프랜드 관계자는 "제품으로부터 30~50cm 이격 후 소음도를 측정 후 결과 값이 65데시벨보다 과도하게 측정될 경우 조치한다"면서 "소음 관련해 A/S 및 교환, 환불 규정을 따로 명시하진 않고 있으나 이는 제품마다 편차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쿠쿠 관계자는 "법규, 인증상 규격을 만족하는 내부 기준을 근거로 소음을 판단하고 있으며 해당 기준이 없을 경우 타사 대비로 기준을 설정한다"라고 답했다.
제조사들은 소비자마다 느끼는 수준이 주관적이고 설치 환경이나 동작 소리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제품 하자로만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제품 실사용 2년이 지난 시점에서 나는 소음은 평소 개인의 사용 습관에 따른 영향도 있어 데시벨 이외의 여러 요소들을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