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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소음 때문에 잠 못 자는데 불량 아니라고?...소음 기준없어 업체-소비자 분쟁 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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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소음 때문에 잠 못 자는데 불량 아니라고?...소음 기준없어 업체-소비자 분쟁 빈발
개인 주관적 판단으로 단정...객관적 기준 마련 필요
  • 박인철 기자 club1007@csnews.co.kr
  • 승인 2023.03.07 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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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시 중구에 사는 오 모(남)씨는 지난 달 유명 가전업체의 냉장고를 구입했다. 일주일도 되지 않아 밤에 자다가 깰 정도로 시끄러운 ‘딱딱딱’ 소리가 들려 AS를 요청했는데 ‘정상 제품으로 하자가 없다’는 답을 들었다. 오 씨는 소음이 불편해 교환을 요청했지만 거절됐다. 오 씨는 "주변에 물어봐도 이렇게 소음이 발생하는 경우는 없다고 하는데 어떻게 정상이라고 판정했는지 모르겠다"며 상세한 소명을 촉구했다.

# 안동시 옥동에 사는 김 모(여)씨는 올해 이름 있는 렌탈업체를 통해 정수기를 들였는데 심한 소음 탓에 3번이나 수리를 받았다. AS를 해도 여전히 소음이 개선되지 않아 업체에 회수를 요청했지만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말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김 씨는 “제품 하자로 반품을 요청한 건데 위약금은 소비자가 책임져야 한다는 게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냉장고, 정수기, 세탁기 등 생활가전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두고 소비자와 제조사 간 '불량' 판단 간극이 커 분쟁이 잦다.

소비자는 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이상 소음이라며 제품 하자를 의심하지만 제조사는 소비자의 예민함으로 취급하면서 발생하는 갈등이다. 생활가전은 소음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데다 제조사가 자체 기준을 세웠더라도 이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은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주먹구구식 판단, 복불복 AS라는 오해를 벗기 위해서는 제조업체에서 명확한 소음 기준을 고지해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정수기, 냉장고, 세탁기 등 생활가전에서 소음으로 일상생활이 어렵다는 소비자 불만이 줄기차게 제기된다. 소비자들은 가전 소음으로 밤에 잠을 깬다거나 세탁기를 작동할 때마다 이웃의 항의로 불안하다고 호소한다.

소비자들은 제품 하자에 무게를 싣지만 가전업체들은 소음이 발생하는 경우와 이유가 너무나 다양해 단순히 품질 문제로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설치 환경 또는 동작 소리를 소음으로 여길 수 있고 제품을 놓은 바닥 면이 기울어진 경우에도 소음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또 이물질이 투입돼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는 설명이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소음이 발생하는 원인이 너무 많고 주관적 요소도 많이 작용한다. 1년도 안 된 새 제품에서 반복적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무상교환을 지원하지만 이를 경과했다면 생활 환경과 습관에 따라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LG전자, 위니아, 코웨이, 쿠쿠 등 대표적 가전업체들은 자체 소음 규정이 따로 없거나 있더라도 대외비로 공개하지 않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소음 관련 내부 규정(데시벨)이 있지만 제품별, 상황별, 위치별로 기준이 다 상이하기 때문에 일괄적 공개가 어렵다”면서 “대신 현장에서 기사가 측정기로 측정한 후 결과를 소비자에 공개하고 수치가 규정 이상이라면 규정에 따라 보상한다”고 말했다. 수치가 정상범위라면 이를 토대로 설명해준다고 덧붙였다.

위니아 관계자는 “제품별로 소음을 측정하는 방법 등 우리만의 기준이 있지만 대외비라 공개가 어렵다”고 말했다.

코웨이도 “제품에 하자가 생겨서 원래 없던 소음이 발생하는 경우 데시벨로만 판단하지 않는다. 아무리 조용한 곳이라도 생활소음이 있기 때문이다. 출장 기사가 판단하고 부품이 문제라면 부품 교체를 돕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음은 주관적 요소뿐 아니라 다양한 발생 원이이 있다 보니 업계 정책은 물론 법적 강제력을 갖는 규정도 없는 상황이다.

현재 소음에 관한 기준은 환경부의 ‘소음·진동관리법’에서 기준한 '가전제품 저소음 기준' 뿐이다. 품목도 진공청소기와 세탁기로 한정돼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판매를 유도하기 위한 규정이라 보면 된다. 법적 효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국가기술표준원에서는 한국산업규격(KS)에 따라 일반 가정에서 쓰는 냉장고 500~1000리터 이하는 54데시벨 이하, 200~500리터 이하는 51데시벨 이하를 정상 범위로 보고 있다. 역시 강제로 적용되지는 않는다. 

위니아 관계자는 “소음이라는 게 개인에 따라 느끼는 차이가 크기 때문에 소비자 주장대로 인정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대신 국가 기준보다 강화한 기준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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