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경기도 광주에 사는 김 모(여)씨는 백화점에서 산 LG전자 냉장고가 설치되던 중 대리석 아트월이 깨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LG전자와 설치업체에 항의했으나 “나중에 연락하겠다”면서 며칠이 지나도록 연락은 없었다고. 김씨는 “보상 연락만 목 빼고 기다리고 있지만 소식이 없다”면서 답답함을 호소했다.
#. 서울 광산구에 사는 박 모(여)씨는 분양 받은 신축 아파트에 청호나이스 정수기를 설치 받던 중 싱크대 하단 걸레받이가 파손됐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본사에 항의하자 ‘기사 과실’이라며 설치기사에게 전달하겠다고 안내했지만 이후 별 다른 연락은 오지 않았다. 박 씨는 “설치 기사가 모르쇠로 보상을 해주지 않는다면 어디서 피해를 보상받아야 할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정수기 등 중대형 가전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바닥이나 벽지 손상, 기물 파손 등 피해를 입는 경우가 흔하다. 보상 처리도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잦아 업체와 다퉈야 하는 소비자는 스트레스로 이중고에 시달린다.
가전업체들은 본사나 설치 협력사에서 주도적으로 배상에 나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정작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은 배상을 지연하거나 설치 기사에게만 책임을 떠넘긴다며 불만을 호소한다. 특히 온라인몰 등 직영점 외의 곳에서 구매한 경우 개인 판매자와 설치업체가 서로 책임을 전가해 보상받기가 더욱 요원해진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가전제품 설치 하자로 발생한 소비자의 재산 및 신체상 피해는 사업자가 손해 배상'하는 것으로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설치업체가 영세한 경우에는 사실상 보상 받기가 쉽지 않다.
4일 소비자고발센터(http://m.goso.co.kr)에 따르면 집에 가전제품을 설치하다가 바닥이 파손되거나 벽지가 찍히고 찢어졌다는 불만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캐리어, 위니아 등 냉장고와 세탁기, 건조기, TV 등 대형 가전과 코웨이, 쿠쿠, SK매직, 교원웰스 등 정수기, 안마의자 등 렌탈 가전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제품을 설치하기 전 공통적으로 바닥에 손상 방지를 위한 매트를 깔지만 매트가 밀리거나 매트 크기가 충분하지 않아 파손이 발생한다.
커뮤니티 등에서도 가전업체를 불문하고 제품을 설치하다가 집안 일부가 훼손되는 피해를 입었다는 사례가 적지 않다. 설치업체로부터 바닥 면적당 인테리어 수리 비용을 보상 받았다는 경우도 있지만 별다른 보상을 받지 못한 소비자가 상당수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가전 업체들이 자체 보삭 규정을 두더라도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제시된 최소한의 보상 기준을 따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삼성·LG전자 등 대부분 직접 해결 나서...위니아 "기사와 직접 협의 필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우 가전 제품 설치 주체는 제조사가 아닌 삼성로지텍(계열사)과 LX판토스(협력사)다. 따라서 설치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이들 업체와 보상을 협의해야 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공통적으로 “각 설치업체에 문의하면 현장 검증 및 피해 사진 등 다각도로 살펴 보상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면서 “제품 설치 후 피해 사실 확인 시 즉각 이의를 제기하는 게 가장 좋다”고 답했다.
위니아에이드의 경우 제품 설치 시 발생하는 문제는 담당 기사가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위니아에이드 관계자는 “설치 기사의 실수라면 직접 보상 절차에 대해 협의후 해결점을 못 찾았을 때 본사 고객센터로 연락해 추가 해결 방안을 안내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코웨이는 "회사 귀책으로 불편 사항이 발생했을 경우 사안에 따라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부분에 대해 보상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청호나이스도 "손상된 부분에 대해서 재시공 등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