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기자수첩]보험정보통합 '밥그릇' 보다 소비자가 먼저다

김미경 기자 ejw0202@paran.com 2013년 01월 24일 목요일 +더보기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지난 20년간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온 보험정보 일원화 문제가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다시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보험정보 일원화를 위해 기존 보험개발원을 확대 개편해 보험정보원을 설립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데 대해 소비자단체가 적극 찬성하고 나선 반면, 보험사들은 극구 반대하고 있다.


금감원이 보험정보 일원화를 추진하려는 이유는 명확하다.


생보협회와 손보협회로 이원화 돼 있는 보험정보를 보험정보원으로 일원화해 정보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개인정보 유출을 차단해 보험사기를 막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과 소비자 단체는 보험사기 방지 등 정보관리 효율성을 높이고 개인정보 유출을 차단하기 위해 보험정보원을 개편해야한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효율성에 대한 의문과 설립비용 문제 등을 이유로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현재 보험 계약과 관련된 정보는 보험개발원이 260억건, 생보협회와 손보협회가 2억3천여건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보험가입자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돼 악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금감원이 지난해 1~8월까지 보험계약정보 이용관리실태를 검사한 결과 보험사와 손해사정 법인의 직원 등이 가입자의 사전 동의 없이 정보를 무단 조회한 사례는 생명보험 4천696건, 손해보험 3천568건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무단으로 유출된 정보는 보험사기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아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는 보험정보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영리단체인 생보협회와 손보협회가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것은 법적으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보험사들이 이에 반대하는 데는 나름의 논거가 있다.


우선 생보협회와 손보협회는 태생부터 다르고 정보의 특성도 달라 보험정보 관리를 일원화할 경우 오히려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생보협회와 손보협회가 보험정보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나름의 투자를 계속해왔는데 보험정보원을 새로 설립할 경우 그 비용이 보험 가입자의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한다.

내놓고 말은 못하지만 보험업계에서는 보험정보원 설립이 공무원 자리 보전용이라는 불만도 나돌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과 소비자단체 측은 보험사들이 제 밥그릇을 지키려는 욕심에 보험정보를 틀어쥐고 내놓지 않으려고 버티는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양측의 주장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고, 또 각자 우려하는 바에도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금융소비자보호라는 궁극의 가치에 무게를 둔다면 선택은 조금 더 자명해지지 않을까 싶다. 보험사들이 문제 삼는 비용과 효율성 문제가 소비자들이 보험사기로 인해 입게 되는 피해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판단이 들기 때문이다.


우선 보험사기로 인한 피해규모가 만만치 않다.


지난해 상반기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2천2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보다 220억원 이상 늘었고, 적발인원도 4천명 넘게 증가했다. 

보험사기를 사전에 막을 수 있다면 연간 수천억원에 이르는 보험료 지급을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보험사가 우려하는 보험정보 통합에 따른 비용에 비할 바가 아니다. 더구나 보험정보 일원화를 위한 비용은 일회성 지출로 끝나지만 보험사기는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어 그 피해액이 점점 더 늘어날 전망이다.


또 소비자에게 정보 통합 비용이 전가되리라는 주장에도 어폐가 있다. 보험사기로 인해 불필요한 보험료가 지급되면 그로 인해 일반 가입자의 보험금이 인상되는 결과로 이어질수밖에 없다.  즉 보험사기는 그 피해가 다수 계약자의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이어지게 돼 있는 것이다.


보험사기는 갈수록 지능적으로 진화하고 있어 금융당국과 경찰이 힘을 합해도 적발하기 쉽지 않다. 일원화된 시스템을 두고 보험정보를 집중 관리해도 보험사기를 완전차단하지는 못하겠지만 피해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소비자들이 누릴 수 있는 이득은 적지 않다.


몰론 보험사가 치뤄야 할 것이 금전적인 부분만은 아닐 것이다. 당장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의 고용불안이 제기된다.


하지만 보험사의 고객이자 밥줄인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없으리라는 생각이다.


그렇다고 금융당국의 입장만 전적으로 관철되어야 한다는 의견은 아니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밥그릇 싸움에 급급할 게 아니라 소비자들의 입장을 헤아려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정보보호와 소비자피해 최소화를 위해 수사기관과 금융당국, 보험사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금감원 입장에 찬성하고 있는 금융소비자연맹 측도 소비자를 먼저 생각하면서 양측이 의견을 조율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보험국장은 "소비자 보호를 위해 방향을 잡아야 할 때"라며 "의견을 수렴해 보험 소비자의 개인정보 보호와 보험사기 방지 틀을 마련해야한다”고 말했다.


최근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금융소비자보호가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계의 20년 고민거리를 풀어내는 데도 소비자보호가 무엇보다 우선시 되기를 바랄 따름이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김미경 기자]

<저작권자 ⓒ 소비자가만드는신문 (http://www.consumer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HeadL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