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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편제ㆍ밀양 등 영화로 옮겨진 이청준의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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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편제ㆍ밀양 등 영화로 옮겨진 이청준의 문학
  • 스포츠연예팀 csnews@csnews.co.kr
  • 승인 2008.07.31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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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소중한 분을 잃었습니다. 가슴이 너무 아프다는 말밖에 아무런 할 얘기가 없습니다. 속상해서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네요."
영화 '서편제', '천년학'의 임권택 감독이 31일 소설가 이청준(69)씨의 타계 소식을 접하면서 침통한 표정으로 남긴 말이다. 임 감독과 고 이청준은 단순한 영화감독과 원작자의 관계를 넘어서 서로의 예술 세계를 깊이 이해한 지음(知音)이었기 때문.

   이청준의 소설은 문단뿐 아니라 영화계에도 큰 족적을 남겼다. '서편제', '선학동 나그네', '벌레 이야기' 등 웅숭 깊은 그의 작품 세계는 전혀 다른 매체인 영화에도 큰 영감을 줬고 스크린에 옮겨지면서 소설과는 또 다른 깊이 있는 예술로 승화했다.
이청준의 문학을 가장 잘 이해한 영화인은 단연 임 감독이다. 이청준의 작품을 영화화한 뒤 평단과 흥행 양쪽으로 열렬한 호응을 얻은 대표작 역시 임 감독의 '서편제'(1993)다.

   '한의 소리'라고 불리는 남도 판소리를 소재로 떠돌이 예술가들의 한 많은 삶과 우리 고유 가락의 예술성을 담은 '서편제'는 한민족의 고유 가락인 판소리의 예술성을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대중에게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는 찬사를 받았다.

   지극히 한국적인 영화임에도 해외에서 호평은 줄을 이었다. 1993년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됐으며 프랑스 르몽드, 미국 워싱턴포스트 등 서구 신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고 상하이(上海)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과 여우주연상(오정해)을 거머쥐었다.

   관객 반응도 뜨거웠다. 대규모 개봉 방식이 도입되지 않았던 1990년대에 100만명 이상을 모으면서 임 감독의 '장군의 아들'이 보유한 기록을 깨뜨리고 흥행 신기록을 세웠다.

   또 이청준의 소설 '축제'(1996년)는 기획 단계부터 임 감독의 영화와 동반 창작돼 화제를 모았다. '축제'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장례를 치르기 위해 고향에 모인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면서 한국의 전통 문화와 가족의 의미를 되새긴 작품이다.

   한국 영화의 대표적 거장 임 감독이 자신의 '100번째 영화'로 선택한 작품 역시 '선학동 나그네'를 토대로 한 '천년학'(2007년)이었다. '서편제'의 연장선상에 있는 '천년학'은 젊은 세대의 입맛에 맞추지 못하면서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세월이 가도 삭지 않는 노장의 작품세계가 오롯이 담긴 영화라는 평을 얻었다.

   결국 임 감독은 지기지우(知己之友)의 타계 소식을 접한 뒤 충격에 빠져 황급히 빈소로 향하면서 "너무 속상해서 아무런 얘기도 못하겠다"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임 감독 외에 다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을 때도 그의 작품은 영화로 만들어졌다 하면 평단의 극찬을 받고 국내외 영화제를 휩쓸었다.

   예술가의 집념,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사모곡,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는 한국인의 심금을 울리는 동시에 세계에서도 공감을 낳았던 것. 정진우 감독의 '석화촌'(1972년), 김기영 감독의 '이어도'(1977년)가 그 예다.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전도연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긴 영화 '밀양'(감독 이창동) 역시 이청준씨의 '벌레이야기'가 원작이다. 이창동 감독은 존재의 이유였던 아들을 잃은 뒤 절망과 구원의 세계를 오가는 한 여자를 통해 삶의 무게와 비밀을 엿본 원작을 화면에 옮겨 담으면서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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