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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만의 한방이야기>'희망'은 재활치료의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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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만의 한방이야기>'희망'은 재활치료의 핵심입니다
  • 박재만 객원칼럼리스트 csnews@csnews.co.kr
  • 승인 2006.11.27 0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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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포기하지 마세요! 올해 봄쯤으로 기억하는데 신문에서 의식불명이었던 환자가 20년만에 깨어났다는 해외토픽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20년간 손가락 까딱 안하고 눈 한번 안 뜨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눈을 뜨고 말을 하더란 것입니다. 20년간 지극정성으로 병간호를 해온 아내에게는 그저 놀랍고 기쁠 따름이었을 것입니다.

    올봄 두 달여간 치료를 담당했던 이 모 중풍환자가 있었습니다. 그분은 모 산악회 등반대장이었는데 산타기를 너무 좋아해서 일주일을 멀다 않고 산에 올랐다고 합니다. 동료들과 산에 올라 비박(야산에서 침낭 하나로 밤잠을 자는 것을 말함)하며 소주 한잔에 이야기 나누는 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고 그러더군요.

    워낙 다혈질인 성격이었는데 어느 날 친구들과 어울려 찜질방에서 고기와 술을 먹다가 쓰러져 왼쪽 팔다리를 쓰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높은 산이라도, 심지어 암벽이라도 너끈히 한달음에 오르던 분이라서 그런지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왼쪽 팔다리를 보고 있을라치면 심한 우울증에 빠지곤 하셨습니다.

    우울증에 빠져있던 그분에게 희망을 가지시라는 생각에 20년만에 깨어났다는 그 신문기사 이야기를 해드렸습니다. 그랬더니 그분이 그러시더군요.

    “20년만에 깨어났으니까 다들 놀랍다고 생각하겠지만 옆에서 병간호했을 아내의 20년간의 고충을 생각한다면 꼭 기쁘게만 볼 일은 아닙니다.”

    그 의식불명의 환자가 깨어나기까지에는 아내의 고단한 20년간의 고충이 있었던 것을 그 분은 금새 알아챘던 것입니다.

    우리는 그 의식불명 환자가 깨어나는 그 순간만을 보았다면 그 분은 환자와 보호자의 입장에서 그 순간을 보고 있었습니다. 입장의 차이란 게 같은 사건을 두고 이렇게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구나 싶었습니다.

    환자가 머리가 아프다고 하면 머리가 아프다는 의념을 해보고 팔다리를 못쓴다고 하면 팔다리를 못쓰는 상상을 해보며 늘 환자 입장에서 환자를 대하자고 했던 저 나름의 의료철학이 허술하기 짝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습니다.

    그 분은 이런 이야기도 했습니다.

    “자기 병간호로 지쳐가는 아내에게 너무 미안해요.”
    하루종일 무력한 자기와 씨름해야하는, 하지만 늘 옆에 있어주기를 바라는 아내에게 미안했기 때문입니다.

    그 이야기를 나눈 다음 날, 그분은 그 전과 달리 재활치료에 더 열성을 내셨습니다. 애써 환한 표정 관리까지 해가면서... 지금은 어느 병원에 계신지 알 수 없지만 열심히 재활치료에 분주한 하루일과를 보내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그 분도 20년만에 깨어난 환자와 아내의 기쁨이 부러웠을 것입니다. 자기야 팔다리를 못쓰는 정도니까 그에 비하면 경미하다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재활치료의 핵심입니다.

    마음에 스며드는 ‘포기’는 마음만 달라지게 하지 않고 온몸 구석구석을 나른하고 덜 활기차게 합니다. 대신 삶의 의욕과 희망은 온몸 구석구석을 때로는 격정적으로, 때로는 천천히 생기있게 합니다.

    지금도 병원에서 질병의 고통과 싸우며 몸과 마음의 무기력함에 맞서고 계신 모든 환자분들, 그리고 그 분을 간병하시는 모든 보호자들분께 언제라도 ‘희망을 포기하지 말라!’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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