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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talk]연극 ‘죽여주는 이야기’ 주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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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talk]연극 ‘죽여주는 이야기’ 주역들
  • 뉴스테이지 제공 csnews@csnews.co.kr
  • 승인 2009.01.02 18:07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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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죽여주는 이야기’의 등장인물은 단 세 명. 자살을 파는 남자 안락사와, 자살을 원하는 손님 마돈나, 그리고 수상한 방문객 바보레옹이다. 고전적인 방법에서부터 획기적인 방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특별한 죽음을 선사해주는 자살 사이트가 있다. 자살업계에서 이름 깨나 날리는 안락사는 다른 자살 사이트에서 손님들을 가로채는 방식으로 몇 년째 사업을 이어오고 있던 것. 그러던 어느 날 마돈나라는 아이디를 가진 방문객이 자살을 사기 위해 안락사의 가게를 찾고, 수상한 방문객 바보레옹의 등장으로 이 세 사람의 사연은 한 꺼풀 한 꺼풀 정체를 드러내기 시작하는데……. ‘죽여주는’ 곳에서 일어난 ‘죽여주는’ 이야기! 마돈나 역의 남정미, 안락사 역의 정재헌, 바보레옹 역의 차현도 세 배우를 만나 스테이지와 백스테이지를 넘나드는 인터뷰를 나눠 보았다.


심보람 기자(이하 심 기자): 극 중 안락사는 매 공연 때마다 아주 획기적인 자살 상품들을 소개하는데, 안락사의 상품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무엇인가요?
정재헌(안락사 역): ‘엎드려서 떡 먹기’요. 그나마 덜 아프게 죽지 않을까요?
남정미(마돈나 역): 에이. 그 상품은 가장 실패 확률이 높을 것 같아요. 본능적으로 되새김질을 하기 때문에 떡이 올라올 게 뻔 하거든요.
차현도(바보레옹 역): 하하. 정미씨 웃기긴 한데요. 가장 실패 확률이 높은 것은 당연 ‘샴푸의 요정’이죠.
심 기자: ‘샴푸의 요정’은 뭔가요?
차현도(바보레옹 역): 말 그대로 샴푸 한 통 다 마시고 비눗방울을 뿜으며 죽는 거죠.
심 기자: 네……. 아름답겠네요…….
정재헌(안락사 역): 맞아요. 아름답기는 하지만 ‘샴푸의 요정’이 실패 확률은 가장 높죠. 샴푸 한통 다 먹는다고 해서 죽을 리가 없잖아요.

심 기자: 정말 죽는 방법도 각양각색이군요. 샴푸를 먹고 죽는다니(웃음). 이건 혹시나,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요. 여러분 중 혹시나, 혹시나, 자살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본 적 있으신 분?
정재헌(안락사 역): 없습니다! 저는 기독교신자!
남정미(마돈나 역): 저 역시 없어요! 절대! 자살하면 사람들이 제 장례식장에 안 올 것 같거든요! “겉으로는 웃음을 주던 그녀, 사실 우울증.” 뭐 이런 식의 기사도 맘에 안들고 말이죠. 나중에 제 장례식은 “그래도 남정미가 있어 세상 살기 참 즐거웠다”라는 말들이 오가는, 그런 즐거움(?) 넘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해요.
심 기자: 두 분 다 너무 단호하신데요? 그럼 현도씨는요?
차현도(바보레옹 역): 저는...사실...저는...사실...있어요!
심 기자: 네?!! (재헌과 정미, 현도의 어두운 그림자를 발견하고 흠칫 놀란다.)
차현도(바보레옹 역): 에이. 누구나 다 그렇잖아요. 삶에 지치고 힘들 때! 그런 생각은 했었지만! 역시 생각뿐인 거죠(웃음).
심 기자: 네……. 약간 허무하긴 했지만, 그래도 현도씨가 살아계시니 다행이예요.

심 기자: 그렇다면 극단 ‘틈’의 식구들 중 가장 영혼이 위험해 보이는 사람은 누굴까요?
정재헌(안락사 역): 가장 영혼이 위험해 보이는 사람이요?
심 기자: 네. 다시 말해서……. 쉽게 자살을 시도할 것 같은 사람을 묻는건데요. 아까부터 자꾸 이런 질문만 드려서 죄송해요(소근).
정재헌(안락사 역): 없습니다. 다들 강하고 열심히 살아요.
심 기자: 네……. 알겠습니다.
차현도(바보레옹 역): 저도 그런 사람은 없는 것 같은데요. 굳이 있다면... 나? 하하.
심 기자: 아무래도 차현도씨가 가장 위험한 듯 보이네요(웃음). (재헌과 정미, 현도의 어두운 그림자를 다시 한 번 발견하고 그에게 조금 더 신경써주겠다고 다짐한다.)

심 기자: 그럼 반대로 아주 오래오래 살 것 같은 사람은 누구예요?
차현도(바보레옹 역): 당연히 정미씨죠.
심 기자: 그 이유는요?
차현도(바보레옹 역): 가슴에 쌓아두는 것 보다는 말로 푸는 게 더 많은 거 같아요. 하하.
남정미(마돈나 역): 아니 그럼, 내가 생각 없이 말 한다는 거예요? (현도는 침묵으로 일관한다.)
심 기자: 그래도 오래 살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기분은 좋으시죠?
남정미(마돈나 역): 네. 오래 살겠어요.
정재헌(안락사 역): 저는 오히려 현도 형님이 아주 오래사실 것 같아요. 늘 긍정적이시고 성격도 아주 유하시거든요.
차현도(바보레옹 역): 저런 아름다운 동생 같으니…….

심 기자: 자 이제 죽고, 죽이는 이야기는 그만하구요. 공연 중 재미있는 에피소드 한 번 듣고 싶네요.
남정미(마돈나 역): 에피소드야 많죠.
차현도(바보레옹 역): 맞아요. 가끔 공연 해설해주시는 어머님 관객 때문에 재밌는 경험이 아주 많아요.
남정미(마돈나 역): 제가 직접 시범으로 보여드릴게요. 저희 공연 중 한 장면입니다.

“안락사: 나중에 다시 태어나면, 이렇게 하얀 백합은 어떠세요?
마돈나: 생각해보니까 꽃으로 안 태어나는 게 좋겠어요.
안락사: 왜죠?
마돈나: 음……. 왜냐하면……. (저는 이때 관객들을 쳐다보며 관객의 대답을 유도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한 어머님께서 갑자기 “흰색은 때타!”라고 말씀하셔서 웃음바다가 된 적이 있었죠.

정재헌(안락사 역): 하나 더 있어요. 아주 예쁘게 생긴 관객이었거든요. 목도리가 초록색이어서 정미씨(마돈나 역)가 제게 “이 상품은 뭐죠?”라고 묻자, 제가 “목도리 도마뱀이라는 상품입니다. 마구마구 뛰어다니죠”라고 했어요. 그러자 그분께서 그 예쁜 얼굴을 하고 목도리를 팔락거리며 막 뛰어다니는 거예요. 정말 엽기적이고 웃겼죠.
남정미(마돈나 역): 워낙 관객과의 교류가 많은 작품이다 보니 예상치 않았던 관객들의 반응 때문에 웃음 그칠 날이 없어요.
심 기자: 네. 정말 두 이야기만 들었는데도 웃음이 빵빵 터지네요.

심 기자: 이건 그냥 갑자기 생각난 질문인데요. 공연 시작 3분 전에는 뭐하세요?
정재헌(안락사 역): 기도해요.
차현도(바보레옹 역): 배우들과 공연 재미있게 하자고 파이팅 하죠.
남정미(마돈나 역): 상큼하게 가글해요!
심 기자: 세 분이서 같이 기도하고, 파이팅도하고, 가글도하시려면 1분은 좀 짧네요.
재헌, 현도, 정미: ...
심 기자: 그냥 한 번 물어봤습니다.
재헌, 현도, 정미: 네.

심 기자: 이제 드디어 공연을 홍보할 수 있는 시간을 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죽여주는’으로 4행시 한 번 어떨까요?
정재헌(안락사 역): 좋죠. 죽/죽여 드립니다! 여/여자만? 노우! 남녀노소 누구나! 주/주연배우 빵빵하고 스토리 탄탄하니 는/는다. 늘어 관객이!
남정미(마돈나 역): 죽/죽ㅡ 선을 긋다가 여/여기다 싶으면 주/주구장창 파보는 거예요. 는/(두음법칙)은젠간 샘물 퐁퐁 올라옵니다. 그게 아니면 선사시대 유물이라도 나오겠죠. 그것도 아니면……. 옆에 잔뜩 쌓여있는 흙을 김영애 아줌마한테 파세요(황토 팩 원료).
차현도(바보레옹 역): 죽/죽여주는 이야기 여/여태까지 보지 못한 주/주겨주는 이야기 는/는 뭘까? 보고 싶다!
심 기자: 이 분위기 이어서 ‘죽여주는 이야기’ 10자 내로 소개하기 한 번 더!
정재헌(안락사 역): 배꼽, 눈물 훔치는 연극!
남정미(마돈나 역): 칭찬도 비판도 좋으니 봐!
차현도(바보레옹 역): 안보면 후회 꼭 보세요.
심 기자: 세분 모두 깔끔하시네요. 자 그럼. 지금까지 인터뷰 응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요. 앞으로도 좋은 공연 보여주세요(웃음).

남정미(마돈나 역): 어라. 이게 끝이에요?
심 기자: 네. 왜 그러세요?
남정미(마돈나 역): 저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심 기자: 네? 아……. 뭔데요? 하시고 싶은 말 있으시면 여기다 하세요.
남정미(마돈나 역) 네. 아주 깁니다. 일단 마음의 준비들 하시고요. 혹시 지금 이 순간에도 자살을 계획하고 계시는 분들께 한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
심 기자: 네. 알겠습니다.
남정미(마돈나 역): “내가 죽으면 채무가 해결되겠지”라는 생각에 자살하시려는 분들! 살아계실 때 처리하지 않으시면 빚도 상속이 되고 그 빚을 갚기 위해 살아있는 가족들이 당신 몫까지 더 고생해야 합니다. 그리고 장례비용 만만치 않거든요. 죽지마세요. 그리고 “내가 죽으면 평소에 관심 안 줬던 사람들이 미안해하겠지”라는 생각에 자살하시려는 분들! 그들은 당신을 위해 울어주지 않습니다. 살아서 안주는 관심 죽는다고 주겠어요? 당신의 귀한 목숨 스스로 끊으면 우스워질 뿐입니다. 죽지 마세요. “이렇게 못생겼는데, 이렇게 친구들이 못살게 구는데, 혹은 내 앞날이 막막하고 끝없는 길을 가는 게 힘들다”는 생각에 자살하시려는 분들! 살면서 얼굴은 수십 번씩 바뀝니다. 40대 후반에 천천히 가지게 되는 게 본얼굴이라잖아요. 그리고 왕따라고 느껴지세요? 주위를 둘러보면 스스로 소외감 느끼시는 분 분명 계실 겁니다. 그 사람 찾아 똘똘 뭉쳐서 더 큰 그룹을 만드는 겁니다. 인생에는 수십 가지 반전이 있으니까요. 취업 안 되고 공부가 안돼 막막하시나요? 일본소설 중 『가타부츠』라는 책이 있습니다. 그 책에 이런 문구가 쓰여 있더군요. “길은 아무리 천천히 걸어도 결국엔 출구가 나오기 마련이다.” 지금 당신이 서서 자살하려고 생각하는 그 지점 1m 앞에 출구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조금 더 힘내서 걸어주세요. 죽지마세요!
심 기자: 어머 정미씨 정말 감동적인 연설이었어요. 근데 역시 길긴 하네요…….
남정미(마돈나 역): 네. 기자님도 인터뷰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다음에 또 공연 보러 오세요.
심 기자: ‘죽여주는 이야기’라면 200번도 더 가고 싶은데요?
남정미(마돈나 역): ...인터뷰하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매일 매일 자살을 파는 세 사람의 속마음은 어느 누구보다도 희망찬 내일에 닿아있었다. 사실 그동안 이 작품의 관계자들은 “자살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우리 공연을 보러올 것”을 권해왔다. “이 작품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다시는 자살을 소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에서 우러난 추천이다. 대한민국은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의 나라, 전체 사망자 중 4.7%가 자살로 목숨을 잃는 나라’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는 자살이 흔한 뉴스거리로 전락해 버린 오늘, “왜 자살인가”에 대해 진지한 물음을 던지고 있는 작품. 공연을 안 본 사람들이라면 기발한 발상에 마음이 끌려 공연장을 찾고,이미 한 번 본 사람들이라면 매일 매일이 새로운 배우들의 애드리브에 반해 다시 찾게 되는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다. (2008년 10월 1일(수) ~ 오픈 런, 세익스피어 극장, 평일 5시, 8시/ 토, 일, 공휴일 2시, 5시, 7시 30분, 일반 20,000원/ 학생 15,000원(중, 고등학생), 문의 02-6326-1333)

[뉴스테이지= 심보람 기자]
(뉴스검색제공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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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깃하네 2009-01-07 02:11:15
솔깃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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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병하네 2009-01-03 15: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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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랄하네 2009-01-03 15:22:19
지랄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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