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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유통 '타이쿤' 이명희씨가 빚은 '별천지 명품 점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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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유통 '타이쿤' 이명희씨가 빚은 '별천지 명품 점포'
신세계 명품관 '거부 놀이터'…바로 옆 남대문시장선 "골라 골라"
  • 유태현 기자 yuthth@consumernews.co.kr
  • 승인 2007.03.07 0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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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속의 잠자던 개구리마저 얼어 죽을 것같은 매서운 꽃샘추위가 닥친 5일, 명품관인 본관을 재개점하고 영업 1주일째를 맞는 서울 충무로 신세계 본점을 찾았다.

본관 앞에 서자 무엇보다 유려한 곡선을 자랑하는 큰 소나무가 눈에 띄었다. 본관을 개점하면서 주변 가로수였던 은행나무를 없애고 명품 소나무로 바꾼 것이다.

총 22그루다. 모두 신세계가 전북 정읍에서 수령 60년 이상 나무들로 매입해 심었다. 운송비 등을 합쳐 2억여원이 들었다고 한다.

눈발마저 흩날려 우중충한 날씨였지만 백화점은 ‘딴세상’이었다. 짙은 암갈색의 돌로 지은 유럽의 고성같은 외관을 쳐다보며 정문으로 들어서면 베이지색 질감의 이탈리아 대리석 ‘라임스톤’으로 치장한 웅장한 실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정면으로 보이는 중앙계단 역시 라임스톤으로 정갈하게 단장돼 있다. 천장은 수백개 크리스털로 장식된 샹들리에가 빛을 발하고 있다. 이 크리스털은 모두 세계적인 크리스탈업체인 스와롭스키사가 특별제작해 공급했다고 전해진다.

1층 벽면은 모두 루이뷔통, 에르메스, 샤넬, 반클리프&아펠, 티파니 등 세계 유명 브랜드 단독매장이 진을 치듯 들어서 있다. 중앙은 액세서리와 보석 브랜드들이 오픈매장으로 어깨를 맞대고 입점해 있다.

액세서리 매장에 다가가서 제품을 보니 역시 명품답게 그동안 국내에서는 거의 보지 못했던 특이한 디자인과 스톤들이 눈길을 끈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건 가격. 180이라고 쓴 큰 숫자 오른쪽 위에 조그맣게 00이 다시 붙어 있었다.

1만8000원일까? 기자가 촌스럽게 ‘이게 얼마라는 소리예요’하고 묻자 점원은 180만원이라고 답한다. ‘만단위예요’라고 친절한 설명까지 결들인다.

새삼 단위 숫자의 변신에 놀라움을 느낀다. 그래도 그나마 가격을 표시해 놓은 매장은 친절한 편이다. 벽면에 단독매장으로 들어선 소위 세계 명품들은 가격이 없다.

일일이 점원에게 물어야 한다. 적지 않은 손님들이 매장에 북적였는데 모두 물건만 보고 가격을 묻지 않는다. 이 사람들에게는 물건을 사는데 가격이 얼마인지 상관없다는 얘긴지? 그래도 기자는 가격을 알고 싶었다. 그래서 또 촌스럽게 일일이 물었다.


    
조그만 샤넬 핸드백은 200만원, 에르메스 여성지갑은 217만원, 에르메스 여성 재킷은 415만원, 반클리프&아펠의 제이드(원석이름) 목걸이는 980만원이다. 티파니 매장에서 본 다이아몬드 목걸이는 무려 6000만원이란다. 듣기만해도 소름돋는 가격이다.

중앙계단을 올라 2층으로 갔다. 2층은 전체가 명품 단독매장이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에트로, 발렌티노, 돌체&가버나, 프라다 등의 명품 의류가 가득했다.

역시 가격이 궁금한 기자다. 프라다 샌들 한켤레는 94만원. 조르지오 아르마니 여성용 여름 블라우스는 108만원이다. 3층과 4층 5층에도 국산 하나 섞이지 않은 명품 매장이 즐비하다.

아르마니 브랜드는 2층부터 5층까지 모두 입점돼 있었다. 2층이 가장 비싼 블랙라벨이고 5층에는 캐주얼 라인이 입점해 있다. 아르마니 전라인이 한 백화점에 입점하는 것도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란다.


    
일본 브랜드도 눈에 띄었다. 낯선 브랜드가 있어 혹시 ‘국산이냐'고 물었더니 점원이 왠 촌사람인가 싶은지 “여기(신세계)에 국산은 하나도 없어요”라며 친절하게 설명한다. 5층 속옷제품의 가격도 기자의 입을 떡 벌어지게 했다. 브래지어 하나에 23만원, 팬티 한장도 11만7000원이라는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매장을 뒤로 하고 화장실로 들어가 봤다. 역시 라임스톤 대리석이 깔려 있고 문과 창틀은 비싸다는 메이플(단풍나무) 원목이다.

화장실은 3개의 소구역으로 구분돼 있다. 화장실과 화장룸, 휴게룸이다. 전신거울이 달린 화장룸엔 깔끔한 갈색 가죽의자가 나란히 놓여있고 휴게룸엔 푹신한 3인용 가죽소파가 놓여있다. 피곤한 몸을 뉘이고 한숨 자도 그만일 듯하다.

신세계가 심혈을 기울였다는 꼭대기 6층엔 푹신한 가죽 의자와 소파가 놓인 트리니티 커피숍이 있고 바깥 정원이 유명한 트리니티 조각공원이다. 수백억원을 들여 조성했다는 트리니티 공원엔 사방에 대나무를 심어 동양적이면서 정갈한 느낌을 자아내고 바닥엔 얇은 개천을 조성해 물을 담았다.


    
조각은 총 4점이었다. 클리프올덴버그, 호안미로, 알렉산더칼더, 헨리무어 등 세계적인 거장의 작품이 흩어지는 눈발을 맞고 서있었다. 창이 큰 크리니티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며 내다보는 풍경이 일품이다.

‘아트와 명품’이 주제인 신세계의 컨셉답게 트리니티 공원 외에도 매장 곳곳에 세계적인 거장의 작품이 걸려 있다.

6층 솔르웃의 벽면드로윙은 자칫 설명태그가 없으면 그냥 화려하게 페인트칠했거니 지나칠법하다. 2시간에 걸친 백화점 순례를 마치고 문을 나섰다.

기왕 간 김에 뭔가 조그만 기념품이라도 사고 싶었지만 지갑은 꺼내보지도 못한채 발길을 돌렸다. 쇼핑이 아니라 그냥 ‘딴세상’ 한번 구경한 셈 쳤다.

밖으로 나오니 바로 남대문 시장. 마지막 추위에 겨울 옷 재고 떨이가 한창이다. 목을 두툼한 목도리로 둘둘 감싼 아줌마가 목이 터져라 소리치고 있다. “겨울옷 완전 떨이요. 가디건, 바지 몽땅 1만원, 코트 2만원…돈벌어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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