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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코리아'... 꿩도 먹고 알도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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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코리아'... 꿩도 먹고 알도 먹고
  • 조창용 기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09.05.26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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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자전거가 언제 들어왔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윤치호(尹致昊)가 도입했다는 설이 있지만 현재 남은 기록으로는 미국인 선교사 다리지엘 벙커가 1886년 자전거를 탔다는 내용이 맨처음 언급돼 있다.

 

이후 자전거는 우마차와 말을 대신한 개인용 이동수단으로 큰 인기를 모았고 수요가 늘면서 1944년부터는 국내에서 최초로 자전거 생산이 시작됐다. 일본 군수산업의 보조형태로 기아자동차의 전신인 경성정공이 부품 일부를 생산한 것이 그 시초였다.

 

전국에 페달밟은 소리가 요란하다. 지나간 시대의 ‘유물’처럼 취급받던 자전거가 힘찬 부활의 날개를 펴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가장 집중하는 녹색성장의 견인차로 자전거가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나서 각종 자전거 이용 활성화 대책을 세우고 정부와 민간 차원의 홍보 캠페인도 궤도에 오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3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제1회 전국 자전거 축전'에서 직접 자전거를 타며 "2020년엔 전국에 3000㎞의 자전거도로를 만들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에앞서 올해초에는 유인촌 문화부장관의 자전거 출퇴근이 주목을 받았다. 민간 부문에서의 캠페인 열기도 뜨겁다.

 

지난 16일 상암월드컵공원에서 열린 제 10회 ‘철강사랑 마라톤대회’에서 정준양 포스코 회장, 심윤수 철강협회 부회장, 한광희 동부제철 사장 등 철강업계 CEO 20명이 약 200m를 자전거로 달리며 자전거 사랑을 알렸다.

 

이와함께 정부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 종합대책’을 마련해 △전국 자전거도로 네트워크(3114km) 구축△자전거 전용차로 및 전용 신호등 도입 등 관련법규 개정 △자전거 전용보험제도 도입 △자전거 통행 구역내 자동차 운행속도 30km/h이내 제한 △2012년까지 도심지 자전거도로 5853km 확충 △U-Bike 시범지구 지정 등을 발표했다.

 

정부와 민간의 적극적인 캠페인과 자전거 이용활성화 정책이 제대로 추진될 경우 국내 자전거 수요는 1000만대 이상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핑크빛 청사진을 받쳐줄 자전거 산업이 국내에는 전무하다는 사실이다. 1980년대와 90년대 자전거는 내수는 물론 수출 효자 상품으로 각광을 받았으나 2000년대 들어 자동차 수요증가와 고생산 비용을 견디지 못하고 점차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1년 60만대에 달했던 국내 자전거 생산은 2003년 47만대로 감소한 뒤 2005년에는 절반에 못 미치는 23만대로, 다시 2007년에는 2만대로 줄어들었다. 국산 자전거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연 한국은 더 이상 자전거 생산 ‘부적합’국인가?

 

현재 국내에는 중국산 저가 자전거가 범람하고 있지만 벤츠, BMW, 크라이슬러, 구찌, 샤넬 등 브랜드를 내세운 고급형 자전거 수입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이들 자전거는 대당 가격이 수백만원에 이를만큼 고가다. 세계 최고의 명차를 생산하는 벤츠와 BMW가 자전거를 생산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우리나라보다 선진국인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도 연간 자전거 생산대수가 110만~250만대에 달하고 있다.

 

서유럽 국가들은 인건비 상승 등 불리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최고급 제품 중심으로 생산기반을 유지하면서 고부가가치화에 성공했다. 이탈리아의 경우 수작업 등에 의한 고부가가치 전략으로 완성자전거뿐 아니라 부품, 용품에서도 세계적인 명품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대만의 경우 정부 주도로 대만자전거연구원을 설립하는 등 적극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고부가가치 자전거 개발 전략을 펴 전세계 고가자전거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자전거 정책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자전거 도로의 정비, 문화· 정책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고사(枯死)직전에 있는 국내 자전거 산업기반을 회생시켜야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전거 정책은 수요과 공급을 모두 아우르는 정책이기를 바란다. 수요를 진작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늘어난 수요를 산업적인 효과로 연결시킨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자전거 대국의 명성이 자전거 페달 밟는 소리만큼 요란한 녹색 대한민국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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