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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재판관… 요술램프… 제3의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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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재판관… 요술램프… 제3의 권력…
  • 헤럴드경제 www.heraldbiz.com
  • 승인 2007.03.13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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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의 힘은 어디까지일까. 드라마 결말을 바꾸고 연예인 사생활을 추적하는 기본이고 4년 전 일어난 20대 여성의 폭행피해 사건의 재수사까지 이끌어냈다. ‘네티즌 FBI’니, ‘죄형인터넷주의’라는 말이 떠도는 것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네티즌은 재판관?=서울 광진경찰서는 11일 4년 전에 발생한 신모(여ㆍ25) 씨의 폭행 사건에 대해 재수사에 착수했다.

신씨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올린 억울한 사연을 보고, 네티즌이 폭발적으로 재수사를 요구했기 때문. 신씨는 인터넷에 2003년 5월 지하철 5호선 열차 안에서 자신의 외모에 대해 모욕적인 말을 한 남자들에게 항의하다 주먹과 발로 심하게 폭행당했다고 주장했다.

신씨는 휴대전화로 찍은 가해자 사진까지 보여주고 경찰에 신고했으나 경찰은 차일피일 미루며 사실상 사건을 묵살했고, 진정서를 냈는데도 결국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충격으로 대인공포증을 앓아 정신과 치료까지 받게 됐다는 신씨의 말에 네티즌은 크게 분노했다.

게시물은 8만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으며, 경찰의 부실 수사를 비난하는 댓글이 400여개나 달렸다.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수사에 나선 경찰의 부담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네티즌은 알라딘의 요술램프=그런가 하면 네티즌은 간절한 소원을 들어주는 알라딘의 요술램프가 되기도 하고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초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1급 지체장애에도 불구하고 노모에게 효심을 다하는 ‘맨발의 기봉이’는 네티즌의 열렬한 성원에 힘입어 어머니와 함께 살 꿈같은 집을 얻었고, 백혈병 때문에 죽어가던 소아 환자들이 네티즌의 십시일반 기부와 사연 퍼뜨리기 덕분에 수술비를 마련하는 경우도 많다.

올해 초에는 “대중성이 떨어진다”며 출판조차 거절당했던 ‘이순신과 임진왜란’이라는 책이 한 포털 사이트에 올려진 네티즌의 독후감 덕분에 무려 10만부나 팔려 작가의 부인이 감사의 글을 올리는 일도 있었다. 집필활동을 중단하느냐 계속하느냐의 기로에 섰던 이 작가는 네티즌의 후원에 힘입어 차기작 출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제3의 권력=네티즌은 하나의 권력이 됐다. 누구도 이들을 피해갈 수 없다. 몰래 결혼식을 올리겠다며 신랑을 베일에 감췄던 연예인 전도연 씨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네티즌에 의해 포털 사이트 ‘대문’에 신랑 얼굴을 걸어 놓게 됐다. 연기력이 부족한 연예인들은 그들의 낙마 여부가 네티즌에게 달려 있기 때문에 댓글 한 줄에도 전전긍긍하게 됐다.

심지어 악플과 사생활 폭로등은 연예인 등 일부 유명인의 자살로도 연결됐지만 네티즌의 권력은 무한 확장 중이다. 심지어 미국 CNN과 일부 스포츠 사이트에서 진행하는 인터넷 여론조사는 한국 네티즌에 의해 여론의 방향이 좌지우지될 정도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그동안 악플을 달고, 마녀사냥에 나섰던 사이버 여론은 아직도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하지만 최근 들어 네티즌 여론이 순기능적으로 조금씩 변화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소민 기자(som@heraldm.com)

출처: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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