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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한 담배.소주는 '양의 탈을 쓴 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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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한 담배.소주는 '양의 탈을 쓴 늑대'"
"니코틴 흡입.알콜 섭취 만만치 않아~소비자 기만"
  • 유성용 기자 soom2yong@csnews.co.kr
  • 승인 2009.06.15 0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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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한 담배와 소주는 '양의 탈을 쓴 늑대'들인가?"


최근 미국 담배회사들이 연방법원으로부터 큰 펀치를 맞았다.

‘라이트(light)’ ‘울트라 라이트(ultra light)’ ‘저 타르(low tar)’ ‘순한(mild)’과 같은 문구를 담뱃갑에 부착하는 것은 소비자 기만이라는 판결이 내려진 것.

미국 연방항소법원은 담배 제조회사들이 일부 담배에 이 같은 상표를 붙여 건강에 미치는 위험이 적은 것으로 믿게 하는 것은 소비자들을 속이는 것이라며 2006년 8월의 원심을 재확인했다.

재판부는 또 담배 제조회사들이 건강에 대한 흡연의 영향과 중독성에 관련된 문구를 수정해 담뱃갑에 명시하도록 판결했다.

2006년 당시 재판부는 1심 판결을 통해 담배 제조회사들이 담배 광고기법을 바꿔야하고, ‘라이트(light)’ ‘울트라 라이트(ultra light)’ ‘저 타르(low tar)’ ‘순한(mild)’과 같이 건강에 대한 위험이 낮다고 오인할 수 있는 문구를 부착하지 못하도록 결정했었다.


국내 현실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 11일 한국담배협회 발표 자료에 따르면 국내외 담배 가운데 판매 1위(점유율 37.6%)를 차지한 담배는  ‘라이트’ 순한 담배의 대명사인 KT&G(대표 곽영균)의 ‘에쎄’였다.  1~5월 동안 94억4천600만개비가 팔려나갔다. 30억8천 개비(점유율 12%)가 소비된 KT&G의 ‘더 원’이 뒤를 이었다. ‘더 원’ 역시 대표적인 순한 ‘라이트’ 담배다.

‘웰빙열풍’을 타고 부드럽고 순한 이미지를 강조한 '라이트' 담배가  국내 담배시장의 약 50% 가량을 점유하며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순한 ‘라이트’ 담배들이 오히려 건강에 더 큰 위험을 초래시킬 수 있다는 결과가 국내 대학 조사결과로도 나타났다. 

지난해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백유진 교수팀이 18세 이상의 흡연 남성 507명에 대해 요코티닌 검사를 실시한 결과 일반 담배군을 100으로 했을 경우  니코틴 흡수율이 저니코틴군인 ‘라이트’ 담배는  84%, 초저니코틴군인 ‘울트라라이트’ 담배는  78%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검사결과는 ‘라이트(light)’ ‘마일드(mild)’ 같이 흔히 니코틴 함량이 적은 순한 담배는 독한 담배에 비해 건강에 대한 위험이 훨씬 적을 것이란 생각이 잘 못 됐음을 시사한다.

순한 담배는 발암물질인 타르나 중독성을 가진 니코틴 함량을 약간은 줄였을지 모르나 흡연자 혈액 속의 니코틴 함량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더 강하게, 더 깊게 피우는 경향이 생겨 오히려 독한 담배보다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미국 연방법원의 판결이 그대로 확인된 것이다.


그러면  ‘라이트’소주는 어떨까?

소주 시장에서도 담배와 닮은 꼴 현상이 전개되고 있다. 현재 소주는 16.9도(대선주조 ‘봄봄’)까지 알코올 도수가 내려갔다. 종전 25도 소주에 비하면 그야말로 ‘맹탕’ ‘울트라 라이트’인 셈이다.

그러나 16.9도는 일부 지방소주에 한정될 뿐이고 서울 수도권의 대표적인 맹탕 소주는 18.5도의 ‘진로 제이’다.

진로(대표 윤종웅)는 지난 3월 기존 19.5도에서 1도 낮아진 18.5도로 리뉴얼한 ‘진로 제이’(진로J)를 출시하면서 ‘라이트’ 담배회사들과 마찬가지로 숙취 부담이 덜한 순한 소주인 점을 집중 광고했다.

진로는 이를 통해 두마리 토끼몰이를 기대했다. 순한 점을 강조하면 고객층이 여성으로까지 확대돼 매출이 늘어날 수있을 것이라는 계산과 함께 물을 많이 타면 비싼 주정을 아낄 수 있어 이익도 높아지는 효과를 노렸다.

하지만  ‘라이트’담배의 기만적 마케팅을 학습한 소비자들은 차갑기만 했다. 전문가들 또한 맹탕 소주를 마신다 해도 알코올을 적게 흡수하는 효과는 거의 없다고 지적한다.

담배와 마찬가지로 술로 취하는 맛을 느끼기 위해선 일정한 알코올이 흡수돼야 한다. 당연히 맹탕 소주로 주량을 채울려면 마시는 양을 늘려야 한다. 반 명 마시던 사람이 한 병, 한 병 마시던 사람은 두 병을 마셔 소비자들의 알코올 섭취는 오히려 늘어나게 된다.

소비자들의 냉담한 반응은 실제 실적에 그대로 반영됐다. 대한주류공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18.5도 ‘진로 제이’ 출시 이후 진로의 4월 판매량은 3월에 비해 3%가량 감소했다. 올해 1~4월 누적 판매량 또한 3천514만2천 상자로 3천728만7천 상자를 판매한 작년 동기 대비 10.2%나 감소했다. 반면 롯데주류는 437만1천 상자를 팔아 5.8% 증가했다. 롯데는 아직 '처음처럼'소주 도수를 1%도 낮추지 않고 있다.  

미니스커트를 입은 신민아를 모델로 앞세운 저도 소주로  판매량을 늘리려던 진로의 계획이 똑똑해진 소비자들에게 먹히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소주 답지 못한 소주에 대한 소비자 불만 요소가 돼  매출감소를 불러 온 꼴이 됐다.

진로의 판매가 위축되고 있는 것은 광고.판촉비를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있는 '진로 제이'가 맥을 추지 못하고 오히려 '참이슬'과 '참이슬 후레쉬' 시장을 갉아 먹고 있다는 게 주류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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