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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하느냐 버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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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하느냐 버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배보다 배꼽이 큰 '쌍코피'제품..사소한 탈나면 통째 교환해야
  • 백진주 기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10.02.25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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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백진주 기자] 이제 전자제품 등을 구입할 때는 디자인과 성능, 가격 뿐아니라 부품의 교환주기나 AS가능 여부까지 소비자가 챙겨야 할 형편이다.

판매 때 안내와는 딴판인 소모품의 짧은 수명 탓에 막대한 추가 유지 금액이 발생하는가 하면 AS는 뒷전인 채 새 제품 판매에만 혈안이 된 업체들의 편법적인 영업방식에 멀쩡한 제품이 쓰레기가 되기도 한다. 고장 날 경우 AS를 받을 수 없는 소모품을 안내 없이 판매한 후 과도한 수리비를 청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으로는 과도한 수리비용으로 인해 수리와 폐기의 양 갈래 길에서 고민에 빠진 소비자들의 호소가 줄을 잇고 있다.

▶6개월마다 소모품 교체비용 30만원

▲사용 6개월 만에 수명이 다한 윤 씨의 프로젝터 램프

 

부산 수영동의 윤 모(남.53세)씨는 지난해 7월 한국엡손의 가정용 프로젝터인 EB-X6를 98만원에 구입했다. 사용 6개월이 지난 1월 6일, 주요 부품인 램프 수명이 다해 한국엡손 측으로 AS를 신청했다.

제품 구입 당시 홈페이지에는 '4천시간 긴 수명 램프'라는 홍보 문구가 있었다. 윤 씨는 구입 후 실제 사용시간이 총 1천347시간(1일 사용량 약7시간 30분)밖에 되지 않아 무상 교환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한국엡손 측은 ‘프로젝터의 램프는 소모품으로 사용기간 1년 이내 1천 시간 이내로 사용했을 경우에만 무상 교환이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윤 씨는 "램프는 프로젝터의 주요 부품인데다 약 30만원 가량의 고가다. 홈페이지 제품 소개의 4천 시간 사용가능한 램프라는 안내를 믿었는데...처음부터 이런 규정임을 알았다면 제품 구입 시 신중했을 것"이라며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한국엡손 관계자는 "램프 무상교환 기간은 타사에 비해 길게 적용하고 있다. 보통 3개월 이내 180시간 이내, 3개월 이내 500시간 이내이거나 길어야 6개월 이내 정도로 무상 교환 규정을 두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4천 시간'이란 홍보내용에 대해서는 "연구소에서 제품을 개발할 때 최대 사용가능한 수명을 제시한 것으로 소비자의 사용 환경에 따라 수명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품 구할 수 없으니 '통째 교체'

광주시 오치동의 이 모(남.41세)씨는 지난해 12월 초 아남 통합엠프형 DVD의 CD룸 고장으로 AS센터를 방문했다.

담당기사는 "검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CD룸을 통째로 갈 수도 있다"며 20만 원 가량의 수리비용을 안내했다. 2003년경 50만 원가량에 구입한 터라 터무니없이 높은 수리비용에 깜짝 놀랐다.

비용이 부담스러웠던 이 씨는 "우선 수리 가능 여부부터 점검해 달라"고 요청했다. 며칠 후 AS기사는 "내부에 있는 톱니가 깨졌다. 해당 부품을 구하기 힘들어 CD룸 전체를 교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작은 부품 하나만 교체하면 되는데 부품을 못 구해 고액의 수리비용을 소비자에게 덤터기 씌우는 게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아남전자 관계자는 "모듈화로 인해 한 가지 부품만 교체하기 어렵다. 도의적인 차원에서 수리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봤지만 쉽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정품 아닌 얼치기 판매 후 AS 거부

화순군 교리의 이 모(남.29세)씨는 지난해 5월경 인근 전자상가에서 HP복합기를 17만원에 구입했다. 판매 시 업주는 "정품 잉크보다 가격도 저렴하고 용량도 많다"며 직접 설치를 조건으로 무한잉크를 권해 믿고 승낙했다.

문제가 발생한 것은 작년 12월 26일. 갑자기 프린터가 작동되지 않아 AS센터로 수리를 의뢰하자 정품잉크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리 자체를 거부했다. 무상보증 기간이 경과하지 않았다고 항의했지만 "직접 프린터 헤드를 교환하라"고 말을 잘랐다.

울며 겨자 먹기로 프린터헤드 교체를 위해 비용을 문의한 이 씨는 기겁했다. 비용은 자그마치 16만원으로 구입가격과 맞먹는 수준이었던 것.

이 씨는 "총판 직원의 권유로 무한 잉크를 구입했으며 사용에 대한 아무 경고도 받지 못했다. 이제와 수리가 안 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HP 관계자는 “최근 무한잉크를 사용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정품 잉크를 사용하지 않은 경우 AS가 불가하다는 사항은 사용 설명서에 기재되어 있는 만큼 환불이나 교환은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구입 시 무한잉크 사용에 대한 제한사항을 안내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본사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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