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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낚시밥 매물' 이렇게 잡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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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낚시밥 매물' 이렇게 잡아낸다
  • 유성용 기자 soom2yong@csnews.co.kr
  • 승인 2010.03.31 0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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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 최근 중고차를 구입하기 위해 매매사이트를 검색하던 서울 방학동의 한재훈(남.34세)씨는 한 업체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구미에 딱 맞아 떨어지는 차를 발견했다.

타 매매사이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20만km 이상 주행 차량과 동급 연식의 사양임에도 8만km 밖에 타지 않은 무사고 차량이 같은 가격에 매물로 나와 있었다.

즉시 홈페이지에 안내된 연락처로 전화해 차량의 매매상태를 체크, '구입 가능하니 방문하세요'라는 안내에 한 걸음에 달려갔다. 하지만 매매단지에 도착한 한 씨는 어처구니없게도 '이미 팔린 차'라는 딴소리와 함께 더 비싼 다른 차량의 구입을 권유받았다.

<중고차 시세의 적정범위>

이처럼 최저가 중고차 구입을 선호하는 소비자를 노린 허위매물 낚시영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허위매물의 경우 처벌 규정이 마땅치 않아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 된다.

'낚시영업'이란 중고차 시세보다 낮은 가격의 그럴싸한 매물을 내세워 소비자를 유혹한 뒤 "조금 전 판매됐다", "다른 직원이 판매를 위해 타고나갔다" 등의 핑계를 대며 다른 비싼 차량의 구입을 안내하는 행위. 먼 길을 달려온 소비자는 아쉬운 마음에 딜러가 권유하는 다른 차량을 덜컥 계약하기 일쑤.

게다가 소비자가 차량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는 점을 노려 덤터기 씌우는 업체 또한 비일비재 하다. 이들은 사고이력이 있는 차량을 무사고로 속이거나 주행거리 등을 조작해 판매하고 있다.

때문에 중고차 구입을 앞둔 소비자라면 구미에 맞는 중고차 검색부터 상태가 좋은 차량 고르는 방법에서 등록하기까지 주의해야할 여러 가지 사항들을 꼼꼼히 챙길 필요가 있다.

중고차 구매 시 주의할 점

중고차를 구입하기에 앞서 소비자는 사고 침수, 주행거리 조작, 압류·근저당 설정 여부, 소유주와 판매자와의 관계 확인, 자동차세 완납증명서 등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

사고 침수는 보험개발원의 '사고이력조회'나 중고차쇼핑몰인 SK엔카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사고이력조회를 통해 차량 정보와 보험처리 횟수를 확인할 수 있다. 1회 보험처리 금액이 200만원 이상이라면 사고차로 볼 수 있다.

주행거리 조작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판매 딜러에게 자동차 등록증, 성능점검기록부 등을 요청한 뒤 각 자동차 브랜드 AS센터나 교통안전공단 홈페이지에서 검사이력을 조회하면 된다.

압류·근저당 설정 여부는 구청이나 차량등록사업소에서 자동차등록원부를 조회해보면 간단히 알 수 있다.

중고차쇼핑몰 SK엔카 관계자는 "중고차 거래를 할 때 자동차 대금 및 이전 영수증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특히 이전 비용 영수증의 경우 고지한 비용과 실제 비용이 다를 수 있으므로 차액이 있다면 되돌려 받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중고차 잘 고르기

인터넷상으로 중고차를 고를 때 가장 유의할 점은 싸고 좋은 차는 없다는 점이다. 정상 시세 보다 저렴하게 올라온 차는 허위매물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일단 의심해 봐야 한다.

가장 경제적인 중고차는 3년 된 무사고 차량. 국내의 차랑 교체 주기는 평균 3년이기 때문에 신차에 비해 감가율이 가장 유리하다. 또 연간 2만~2만5천km 정도 주행한 차량이 엔진에 부담이 없어 적당하다.

직접 매장을 방문했을 때도 주의해야 한다. 인터넷에서 매물을 골라 구입을 위해 매장을 방문했을 때 실제 연락한 판매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나오는 경우는 피하는 게 좋다. 통화한 당사자는 빠지고 다른 딜러를 내보내는 전형적인 허위매물의 유형이기 때문.

'더 좋은 차가 있다'며 원래 고른 차가 아닌 다른 차를 권할 경우도 거래를 피해야 한다. 시세보다 비싸거나 사고차량을 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SK엔카 경영지원본부 정인국 이사는 "싸고 좋은 차를 찾기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기보다는 처음 생각한 예산 범위 내에서 성능이 좋은 차가 있다면 주저 없이 구입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정 이사는 "중고차를 구입할 때 규모가 작은 업체라면 언제 폐업할지 몰라 차후 문제가 생겼을 때 보상 받기 힘들 수 있다. 소규모 업체에서 구입할 경우 오랫동안 운영한 곳인지 확인해보는 게 좋다.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업체를 이용하는 것도 피해를 줄일 수 있는 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차량을 계약할 때는 차량등록원부와 주민등록증 대조를 통해 차량 소유주의 일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다른 경우 인감을 날인한 위임장이 있는지 살펴본다.

또 동사무소에서 자동차세완납증명서를 발급받아 혹시 모를 차량 압류·근저당설정 여부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중고차 계약할 때 챙겨야할 서류들>

허위낚시매물 판별법

중고차쇼핑몰 카즈 관계자는 "다음과 같은 경우에 '허위매물 낚시영업'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충고했다.

▲매물이 눈에 띄게 중고차 시세와 큰 차이가 있을 경우 ▲매물 차량 광고에서 차량 주변배경이 흐릿하게 처리됐거나, 사진을 수정한 흔적이 있는 경우 ▲구입을 결정한 차량의 등록증을 보내주지 않고 무조건 매장 방문요청을 하는 경우 등이다.

물론 시세 보다 많이 싸다고 전부 허위매물이거나 문제가 있는 차량은 아니다.

이 관계자는 "법인소유 차량, 리스나 렌트 차량에서 용도변경 된(일명 부활차량) 차량의 경우가 통상 시세보다 저렴하면서도 안전한 매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일반 중고차 매물과 가격 차이가 10~15%에 불과하므로 그 차이가 20%가 넘는 매물은 의심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단 낚시영업에 걸려 피해를 봤다면 보상은 요원하다. 수시로 팔려나가는 중고차 거래의 속성상 낚시영업을 근절할 방안이 마땅치 않기 때문. 결국 소비자가 정황을 살펴 조심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녹색소비자연대 정책담당 관계자는 "최저가를 원하는 소비자들은 항상 낚시영업의 미끼를 물 수밖에 없다. 이 같은 피해를 줄이기 위해 온라인 상거래에서 자동차나 부동산과 같은 고가의 매물에 대해서는 최저가 한도 등의 정보를 공개하는 방안 등 실제조사를 통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역설했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온라인 거래와 관련된 전자상거래법은 물건을 보지 않고 사는 상품으로 발생하는 피해를 구제하고자 만들어진 법이다. 중고차의 경우 온라인상 허위매물은 광고일 뿐, 구입할 때는 소비자가 직접 보고 사는 것이기에 전자상거래법을 적용하기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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