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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현의 '유럽돋보기'-8>특급 호텔과 매춘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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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현의 '유럽돋보기'-8>특급 호텔과 매춘 광고
  • 유태현 기자 yuthth@consumernews.co.kr
  • 승인 2006.12.01 0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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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코의 수도 프라하는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다. 9세기 때부터 건축된 건물들이 거의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둘러봐도 현대식 고층건물이 거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건축허가를 내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에 비유할 할 정도로 어렵다고 한다. 돌로 지은 옛 건물이 보수공사 중에 무너져 못쓰게 된 경우를 제외하곤 거의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는다.

    이런 고색 창연한 도시 한가운데 눈에 띄는 ‘별종’ 고층건물이 우뚝 서 있다. 바로 힐튼 인터내셔널 호텔이다. 독자들이 잘 알다시피 세계적인 체인 호텔이다. 프라하 소재 호텔 가운데 숙박료가 가장 비싼 곳이다.

    지난달 16일 저녁 10시반쯤 이 호텔에 체크인을 했다. 쾌적한 방이었다. 혼자 뒹굴기에는 과분할 정도의 고급룸이었다. 샤워 후 잠을 빨리 청하기 위해 위스키를 홀짝홀짝 마시던 중 침대 옆 탁자에 ‘PRAGUE in your pocket'이란 책자가 눈에 띄었다.

    유럽 30개 도시 여행정보를 제공하는 'in your pocket'이라는 회사의 프라하 쪽을 담당하는 회사에서 발간한 것이었다. 유럽 최대ㆍ최고의 여행정보지 출판 회사의 체인이다. 유럽의 거의 모든 1급 호텔방에서 비치하는 권위 있는 책자다.

    책장을 넘기다가 깜짝 놀랐다. "전화를 걸어 보헤미안 아가씨와 만남을 약속하세요. 호텔 투숙객만 상대합니다. 오후1시부터 새벽3시까지 가능"이란 글귀가 전라에 가까운 미녀사진과 함께 버젓이 올라와있다. 호텔 투숙객을 상대로 한 콜걸광고였다.

    "당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있습니다. 이곳에서의 밤은 손님을 왕으로 모시는 아가씨들만큼 뜨거울 것입니다"란 'K5 클럽' 광고도 눈길을 잡아끌었다. K5 클럽은 레스토랑, 칵테일바, 증기탕, 마사지, 스트립쇼를 포함한 모든 풀코스 ‘놀이’를 만끽할 수 있는 현대판 아방궁이었다.

    4쪽에 걸쳐 22개 업소가 소개돼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2004년 9월 노무현 정부는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대한 법률’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등 무시무시한 법을 발효했다. 매춘 알선, 성을 사고 파는 행위가 모두 처벌대상이다. 서울 남대문로에 있는 힐튼 호텔에 만약 이런 책자가 비치됐다면 난리가 났을 것이다.

    이곳에서 관광업을 하는 스바첵(44)의 말을 들어보면 토를 달 수 없을 정도로 논리가 정연하다.

    “프라하 시 당국으로서는 관광객들이 돈을 더 많이 쓰게 만들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여성들은 돈을 벌고, 호텔은 고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여행 정보지 만드는 회사는 광고 수입을 올리고, 업소는 돈을 벌고, 호텔 투숙객은 이런 정보를 얻기 위해 따로 힘든 노력할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바가지’(ripoff)를 안 쓸 업소를 찾아 갈 수 있다. 아무도 손해보는 사람이 없는데 뭐가 나쁜가?”

    매춘은 인류의 역사 시작과 함께 생긴 돈벌이라고 한다. 수요가 있는 곳에 반드시 공급이 있는 게 이 장사다. 또 ‘위험하고 은밀한 관계’를 맺을수록, ‘금지된 장난’을 칠수록 감칠맛 난다는 게 성교라는 것이 심리학자들의 분석이다.

    무시무시한 법 시행 이후 지하로 잠적한 우리나라 성매매 시장은 어떻게 변화해 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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