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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화재는 소비자 탓.."원인 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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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화재는 소비자 탓.."원인 몰라서"
며칠째 세워둔 차에서 화재 발생..고속도로 달리던 트럭 전소
  • 유성용 기자 soom2yong@csnews.co.kr
  • 승인 2010.06.21 0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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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 달리던 차량에서 불길이 치솟거나, 시동이  꺼진 채 서 있던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사고로 소비자들이 애를 먹고 있다.

다른 고장과 달리 화재 사고는 증거가 남지 않는 경우가 많아 차량 제조업체들이 책임을 소비자에게 떠넘기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전소가 되면 원인을 몰라서 보상이 안 되고, 불에 타다 말면 조사결과 소비자 과실이라 보상이 안 된다고 하니 결국 화재에 대한 보상은 안하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멀쩡히 서있던 차량에 왜 불이 날까?

<볼트 채 떨어져 화재의 원인이 된 스타트 모터 선>



소비자를 가장 황당하게 하는 경우는 시동을 끈 채 세워둔 차량에서 불이 나는 경우다.

주행 중이라면 엔진이 과열되거나 하는 등의 원인을 떠올릴 수 있겠지만 멀쩡히 서 있던 차량에 불이 나는 건 차량 결함이 아니겠냐는 의심이 먼저 들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도 제조업체는 소비자의 과실로 책임을 떠넘긴다.

#사례1= 김천시 지좌동의 김 모(남.34세)씨는 지난3일 새벽 2시께 경찰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고 집 앞 주차장으로 뛰쳐나가 벌어진 광경을 보고 기겁했다.

6.2 지방선거 하루 전인 6월1일부터 가만히 서있던 차량에 불이 붙어 있었던 것.

정비소 직원은 스타터 모터 볼트가 외부충격으로 인해 떨어져 나가 가열돼 화재가 발생한 것 같다며 180만원의 수리비용을 안내했다.

며칠 동안 운행도 하지 않았던 차량이었기에 김 씨는 황당하기만 했다.

김 씨는 "외부충격으로 인해 모터 선이 볼트가 조여진 채로 빠져 화재가 발생했다는 것은 차량 내구성에 문제가 있다는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며 "가만히 서있던 차량이기에 가열됐다는 설명도 납득가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다만 서로가 황당한 사고이고 5년 동안 10만km를 주행해 무상보증기간이 끝난 차량이므로 회사 측에 서로 한 걸음씩 물러나 수리비용을 반반씩 부담하자고 제안했으나 이마저도 거절당했다"고 분개했다.

쌍용차 측은 무상보증기간이 지났고 외부 충격으로 인해 볼트가 떨어져 나간 것은 운전자 과실에 따른 것이므로 보상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사례2= 작년 7월 부산 명장동의 황 모(남.31세)씨는 후배로부터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황 씨의 BMW 'F650 CS' 바이크가 불타고 있다는 것. 2002년 출고된 이 차량은 황 씨가 2008년 중고로 구입했다.

황 씨가 현장에 도착하자 오토바이 시트 부분이 시커멓게 그을려 있었다. 엔진으로 불이 옮겨 붙지 않은 채 진압된 것이 다행이었다.

멀쩡히 서있던 차량에서 화재가 났기에 황당했던 황 씨는 즉시 BMW 측에 보상을 요구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도 화재 원인을 의뢰했던 황 씨는 국과수 감정서에서 '시트덮개 아래 위치한 컨넥터와 연결된 배선의 절연이 물리·화학·기계적 원인 등에 파괴돼 주변 가연물로 착화돼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라는 결과를 얻었다.

그러나 BMW 측은 "공식서비스센터가 아닌 다른 곳에서 정비 받으면서 암페어가 맞지 않는 휴즈를 사용했기 때문"이라며 황 씨의 과실임을 주장했다.

이 같은 BMW 측의 답변에 황 씨는 상기된 목소리로 "주행거리가 1만키로도 안 된 차량이 무슨 부품 정비를 받냐"면서 "이전 주인에게도 거듭 확인했지만 부품을 교환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주행 중 화재로 차량 전소…원인 규명 불가!

도로를 달리다가 화재가 발생해 차량이 전소되는 사고도 발생했다. 운전자는 목숨의 위협까지 느껴야 했지만, 이 경우 피해보상은 꿈도 꿀 수 없다.

차량이 전소되면 원인을 규명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보상을 해줄 수 없다는 게 제조업체들의 확고한 입장이다.  

<배기구에서 시작된 화재가 운전석을 전소시켰다>



#사례3=
대전 원내동의 장 모(남.58세)씨는 최근 아들이 겪은 호아당한 사건을 전해왔다.

지난 5월26일 아들 장 씨가 운전하던 트럭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잠시 정차한 뒤 다시 출발하는 찰나 화재가 발생했다는 것.

장 씨의 아들은 "휴식을 취한 후 시동을 켜고 700미터쯤 주행했을 때 60km 이상으로 가속이 되지 않아 살펴보니 차량 배기구 쪽에 불이 붙어있었다"고 설명했다. 불은 운전석을 전소시킨 뒤 진압됐다.

장 씨의 차량은 타타대우상용차의 9.5톤 트럭. 2008년 10월 구입해 지금까지 17만km를 탔다.

이에 대해 타타대우상용차 측은 "차량이 전소돼 정확한 화재원인을 알 길이 없다"며 "책임규명이 쉽지 않아 보상이 쉽지 않다"고 난색을 표했다.


#사례4= 군산시의 권 모(남)씨는 작년 12월 24일 새벽1시께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차량에 불길이 치솟는 장면을 후사경으로 확인하고 기겁했다.

권 씨는 "오르막을 주행하던 차량의 힘이 갑자기 떨어져 후사경을 보니 연기가 나고 있더라"며 "내려서 확인하니 엔진이 불타고 있었다"고 끔찍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권 씨의 차량은 2008년 7월 구입한 현대자동차의 25톤 화물차. 차량 화재로 일을 쉬게 된 권 씨는 생계유지가 막막해졌다. 캐피탈 대출금 또한 목줄을 죄어왔다.

그러나 현대자동차 측은 "화재의 원인을 규명코자 했지만 차량이 전소돼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럴 경우 소비자는 차체 결함으로 인한 보상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 공식적인 기관에 의뢰해 화재의 원인이 차량 결함에 있었음을 입증해야 한다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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