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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 오른 현정은과 주눅 든 은행장들.."상대하기 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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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 오른 현정은과 주눅 든 은행장들.."상대하기 겁난다"
  • 임민희 기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10.08.04 0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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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관광과 개성 관광 중단으로 큰 시련을 겪고 있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은행과 암팡진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주 거래은행인 외환은행과의 '장군멍군'싸움이 화제다.


그동안 줄곧 수세에 몰리는 양상을 보여 온 현 회장은 래리 클레인 외환은행장에게 한방을 먹였다.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을 둘러싼 현대그룹과 채권단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현 회장은 외환은행의 대출금을 사실상 몽땅 상환했다. 대출금 만기 연장을 중단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아 온 외환은행은 현 회장의 펀치를 맞고 몽롱한 상태다. 


국민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기업은행.산업은행등 모든 금융기관들이 현 회장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는 올 12월 만기도래 예정인 외환은행 차입금 350억원을 지난달30일 조기 상환했다.이에 앞서 지난 6월말 이미 외환은행 차입금 1600억원 중 400억원을 갚았다. 이로써 현대그룹은 총 750억원의 외환은행 차입금을 상환했다.

현대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젠 외환은행에 대한 차입금은 사실상 모두 상환 완료했다. 현대그룹과 외환은행과의 거래는 종결됐다"고 못박았다.

이번 대출금 상환으로 현대그룹은 외환은행 대출금 중 선박금융 관련 신디케이트론과 내년 1분기 만기도래 예정 차입금을 뺀 나머지를 모두 갚았다.

이 관계자는 "약 700억원의 선박금융은 외환은행등 7개 금융기관의 신디케이트론 형식인 만큼 외환은행에 단독상환이 불가능하다.외환은행과의 관계는 내년 1분기 만기도래 예정인 외화운영 차입금 일부(200여억원)만 남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외환은행과의 거래관계는 사실상 끝났다. 외환은행이 주채권은행으로서의 지위도 사라졌다.올해 상반기 실적을 바탕으로 새 주채권은행으로부터 객관적이고 공정한 재무구조 평가를 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현대그룹이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을 거부하자 지난달 초 신규공여를 중단한 데 이어 이달부터는 기존 대출의 만기연장을 중단했다. 현 회장은 이에 맞서 약정체결을 완강히 거부하며 손해배상청구소송 등 법적 대응에 들어가겠다며 맞불을 놓을 준비를 해 왔다.

 

현 회장이 외환은행을 향해 강펀치를 날리며 대응을 하자 은행권 관계자들은 고개를 흔들고 있다.


반응이 매우 다양하다.


"보통 독한 사람이 아니다"


 "거의 이판사판으로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만만한 사람이 아니다"


"'철의 여인'이다. 저 정도 되니까 어려운 상황에서도 기업을 끌고 나가는 것 아니겠느냐?"


"금강산 관광과 개성 관광 중단으로 그룹의 위기가 깊어지면서 현 회장이 점점 차돌처럼 더 강해지고 있는 것 같다"


외환은행과 다른 채권은행들이 현 회장의 강수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현 회장은 새로운 주 채권은행을 선정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재무구조 평가를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권 일각에서는 새 주 채권은행 선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반응도 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은행들은 '철의 여인'이 외환은행을 상대로 벌여 온 '인파이팅'에 다소 주눅이 들어 있는 표정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외환은행이  그렇게 큰 소리를 치며 현 회장을 몰아 붙이다가 현 회장의 '멍군아' 한방에 체면을 구기는 것을 봤기 때문에 거래를 트겠다고 나서는 은행이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등 채권단은 이미 지난달29일 채권은행협의회(채권단) 소속 13개 채권금융기관들로부터 현대그룹 대출 만기 연장 중단에 대한 서면 동의를 받았놓고 있다.


기업이 금융권을 향해 주 채권은행 변경을 요구한 것은 전례가 없다. 외환은행도 외형적으로는 콧방귀를 끼고 있다.   

이 은행 관계자는 "현대그룹은 외환은행에 아직 제법 많은 빚을 지고 있다.선박금융 700억원과 외화운영 차입금 일부인 200억원, 한도여신 100억원 등 모두1100억여원의 차입금이 남아 있다. 1520억원 한도의 한도거래(크래딧라인)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두 합하면 2620억원의 여신이 남아 있다"며 "현대그룹의 여신 규모는 산업은행이 외환은행보다 훨씬 많고 은행과의 신뢰가 깨져 다른 은행이 대출을 꺼려하거나 주채권은행이 되기를 거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대그룹은 자신만만한 표정이다.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이 작년 최악의 불황에서도 세계 최대 선사 머스크(Maersk)에 이어 두 번째로 적은 손실률을 기록해 경영 성적으로 세계 2위를 차지했다.올해 세계 선사 가운데 가장 먼저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분기에는 큰폭의 흑자 기록을 예상하고 있다. 

현재 현금 유동성이 1조3000억 원가량인 데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금융권 여신 규모는 5000억 원선에 불과해 채권단이 여신 회수에 나서도 걱정할 것 없다는 것. 

현 회장이 외환은행과 한판 승부를 벌인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현대건설 인수 때문이다.시아버지인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분신인 현대건설 인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처럼 중요한 시기에 외환은행의 신규 대출 제재 조치는 치명타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외환은행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체결할 경우 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며 현대건설 인수도 시도조차 하기 어려울 수 있다.

신규 대출도 끊긴다. 현대그룹이 채권단의 제재 조치에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금강산.개성 관광 중단이 계속되는 가운데 은행들이 너도 나도 현대그룹과 거래를 기피할 경우 현대건설 인수의 꿈을 이루고 살림도 큰 탈 없이 꾸려 나갈 수 있을지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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