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캠페인
"중국으로'머슴-식모살이' 하러 갈 날도…"
상태바
"중국으로'머슴-식모살이' 하러 갈 날도…"
왕복13km 황산짐꾼 10배 임금+4대보험+노동3권 보장 '부자' 한국
  • 유태현 기자 yuthth@consumernews.co.kr
  • 승인 2007.02.21 07: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만약에 단돈 5000원의 일당을 받고 80~100kg짜리 짐을 어깨에 지고 지리산 화엄사-노고단 코스의 코재와 맞먹는 6.5km의 가파른 등산로를 올라 갈 사람을 모집하면 지원자가 있을까?”(코재는 올라 갈 때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등산로가 가파르게 형성돼 있어 붙은 이름이다)

“만약에 시간당 5000원을 주고 하루에 8시간 정도 사무실에 앉아서 일 할 아르바이트 근로자를 모집하면 지원자가 있을까?”

누가 들어 봐도 매우 웃기는 질문이다. 전자의 질문에 어김 없이 코웃음을 칠 것이고, 후자의 질문에도 코웃음을 칠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가 필자에게 이런 질문을 하면 절대 코웃음을 치지 않을 것이다. 전자의 경우 이런 일을 할 사람이 장사진을 치고 대기하고 있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고, 후자도 시간당 5000원짜리(중식 따로 제공) 알바고용이 상당히 어렵다는 경험을 직접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전자의 사례를 중국 황산(黃 山)에서 목격했다. 그리고 후자는 국내에서 직접 경험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최근 전화와 인터넷을 통해 쇄도하는 소비자불만 처리 관련 보조업무를 해 줄 알바를 모집했다. 지원자들이 몰려 서류 심사를 통해 면접날짜를 통보해 줬다.

10명중 8명이 나타나지 않았다. 어렵사리 채용을 했으나 모두 1~3일을 버티지 못했다. 무단 결근을 한 후 연락조차 끊어진 사람도 있었다. 결국 알바 채용을 포기하고 계약직 사원을 뽑았다.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중국으로 출장을 갔다. 짬을 내 천하제일명산으로 꼽히는 황산(유네스코에 의해 세계 자연유산으로 지정돼 있음)을 눈요기라도 하기로 했다. 케이블카 정거장에 도착 후 생각이 바뀌었다. 케이블카를 타지 않고 등산을 하기로 했다. 케이블카 구간 등산 거리는 6.5km 였다.

지리산 코재 뺨칠 정도로 가파른 돌계단을 뚜벅뚜벅 걸어 올라가다가 놀라운 사람들을 수없이 많이 목격했다.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사람들 처럼 보얐다. 자신의 체중보다 훨씬 무거운 짐을 지고 팥죽 같은 땀을 흘리며 돌계단을 오르는 사람들과 함께 등산을 했다.

황산 등산로는 너무 가파르고 모두 계단으로 돼 있어서 오르기 쉽지 않다. 관광객들은 거의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 간다. 이곳 짐꾼들은 황산 꼭대기에 있는 4개의 호텔에서 쓰는 물건들을 옮기는 사람들이다. 한쪽에 대략 40~50㎏, 양쪽 합하면 80~100㎏짜리 짐을 지고 하루 종일 산 정상으로 옮긴다.

호텔에서 쓰는 침대시트, 돼지고기, 각종 야채 장식용 꽃 등 온갖 짐을 지고 올라 간다. 이렇게 3시간 걸려 올라가서 짐 내리고 다시 걸어 내려오면 다시 2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하루에 한 차례밖에 못한다. 일당은 우리나라 돈으로 겨우 5000원이다. 물건을 케이블 카로 옮기지 않는 이유가 있다. 이 사람들은 달리 먹고 살 길이 없다.

정부에서 일부러 짐이라도 져 먹고 살라고 짐꾼 제도를 마련한 것이다. 지원자가 많이 경쟁도 치열하다고 한다. 다시 말해 이들은 '선택' 받은 사람들인 셈이다.

체구도 한결 같이 왜소했다. 1.5~2.0m 대나무에 자신의 몸무게보다 최고 배나 무거운 짐을 지고 올라 가는 일자리인데도 경쟁자가 많다고 하니 믿어지지 않았다.

물론 우리나라 돈 5000원 가치는 중국에서는 제법 큰 돈이다. 그래봤자 5000원이다. 시내에 있는 웬만한 중식집에서 수수한 요리 한 접시 값에 불과하다.

이들 중국의 ‘인간 크레인’들과 콧대 높은 한국 알바 근로자들을 대비해 보면서 앞으로 10~20년 후에는 운명이 바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 알다시피 중국은 이미 후진국이 아니다.

자동차ㆍ철강ㆍ조선ㆍ 정보기술(IT) 등 핵심 분야에서 이미 한국을 바짝 뒤쫓고 있다. 추월은 시간문제라는 데 토를 다는 전문가가 거의 없다. IT 격차는 1.7년으로 좁혀졌다.

선진국과 강대국이 되려면 몇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식량과 에너지 자급자족이 가능해야 하고, 인구도 많아야 한다. 기술과 자본, 우수한 인력 자원을 확보해고 있어야 한다. 중국은 이런 조건을 두루 갖춘 대국이다.

요즘 국내에 들어 있는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 근로자 인권 문제 때문에 말이 많다. 이들은 한달에 최저100만원 이상, 최고 200만원 이상의 월급을 받는다.

황산 짐꾼들은 한달에 30일 짐을 져도 수입이15만원에 불과하다. 국내 중소기업에 취업한 중국인들은 황산 짐꾼의 평균 10배에 달하는 임금을 받고 있다. 4대 보험 혜택과 노조결성권리 등 노동 3권까지 보장받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외국인 근로자 고용비용 증가 때문에 등골이 휘고 있다. 21일에는 문화일보 한국일보 서울신문등 주요 일간지에 1만여명의 서명을 받아 국민 감사 청구권까지 신청했다는 내용의 광고를 주요 일간지에 실었다. 노동부가 국민 혈세로 외국인 근로자들을 지나치게 지원하는 실태를 조사해 달라는 주문이다.

외국인들에게 인간적인 대우를 해주고 인권을 보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여기에 토를 달 사람은 없고 토를 달아서도 안된다. 그러나 중소기업인들이 왜 '뉴라이트'란 정치적 색깔이 있는 모임까지 결성해 정부의 외국인 인력 정책에 반발하는지도 한번 따져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은 한 때 중국으로 벌떼 처럼 몰려 나갔다. 뿌리를 내리고 생존한 기업이 드문 게 현실이다. 도산하거나 미얀마등 더 후진국으로 다시 유랑하는 기업이 수두룩하다.

앞으로 10~20년 후에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중국으로 머슴살이와 식모살이를 하러 갈 가능성이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 때 중국은 과연 우리 근로자들에게 현재 우리나라 정부가 베풀고 있는 ‘시혜’에 버금가는 대접을 해줄까?

보도에 따르면 20대 후반의 청년 백수가 100만명을 넘어섰고 자살로 목숨을 끊은 사람 수가 5년새에 2배 가까이 늘어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1.5배 추월했다고 한다.

일당 5000원에 무거운 짐을 지고 황산을 오르는 중국인과 이곳에서 10배이상의 임금을 받고 수월한 일을 하며 내국인과 동등한 법적인 대접을 받는 중국인. 도대체 어느 나라가 흥하는 나라이고 어느 나라가 쪼그라들고 있는 나라인지 곱씹어 봐야하지 않을까?

시간당 5000원에도 일하기를 싫어하는 한국 젊은 이. 이들은 과연 10-20년 후에 무슨 일을 하며 먹고 살까? 혹시 황산에서 짐이나 지지 않을까?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