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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칼럼]소비자는 '통큰 피박'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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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칼럼]소비자는 '통큰 피박'을 쓰고 있다?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11.01.14 0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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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형마트가 계속 도마에 오르고 있습니다 값싼피자부터 치킨 이제 LA갈비까지? 물론 마트 앞에서 데모 하시는 분들 충분히 이해는 됩니다 하지만 싸고 좋은 거 먹고 싶은 소비자는 뭔가요? 우리 소비자도 죽겠습니다 물가는 자꾸 오르고 장보기도 겁나고? 이렇게 싸게 피자 치킨 갈비 먹을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애들도 좋아하고 사주는 부모도 뿌듯합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피자 치킨집 사장님과 축산농가만 있습니까?


최근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소비자 고발’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제보된 한 네티즌의 일갈이다.


‘소비자고발’어플은 말 그대로 소비자가 당한 피해나 불만을 상담하고 고발하는 장치다. 이 제보는 엄격히는 어플의 목적이나 기획에 맞지 않는 뚱딴지 내용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얼마나 답답하고 하소연할 곳이 없으면 이런 곳에라도 쏟아놓고 싶었을까 공감도 갔다.


작년말 ‘통큰 치킨’으로 시작된 ‘통큰’ 논란이 새해들어 더욱 가열되고 있다.


통큰 치킨 판매를 중단함으로서 그렇게 바람으로 지나가나 싶던 사회적 담론이 통큰 넷북, 통큰 갈비, 통큰 한우등으로 이어지며 더욱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통큰 기업, 통큰녀, 통큰 주식, 통큰 아파트, 통큰 커피등의 패러디 파생어도 계속 생산되고 있다.
 
‘통큰’에대한 대다수의 여론은 부정적이다. 영세 치킨 판매점들을 고사시키고 통큰 갈비는 가뜩이나 구제역으로 어려운 축산농가를 우롱하는 처사라는게 요지다.


어디에도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할 수있는 소비자의 권리는 없다.


소비자 기본법 제4조의 소비자의 기본적 권리에는 (소비자는)‘물품등을 사용함에 있어서 거래상대방·구입장소·가격 및 거래조건 등을 자유로이 선택할 권리’를 명시했다.


소비자는 싸고 맛있는 치킨이나 갈비를 선택할 권리가 있음을 뜻한다.


그런 소비자의 권리가 공급자인 영세치킨점 사장님들과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 동네 정육점주들, 축산농가들의 데모로 뜻을 못 편채 시들어갔다. 


소비자의 권리를 놓고 벌이는 담론에 소비자는 없이 공급자의 목소리만 울려 퍼진 셈이다.
 
아마 통큰 치킨이 공급자들의 몰매를 맞고 침몰하지 않았다면  통큰 시리즈는 롯데마트뿐 아니라 다른 업종, 다른 업소에서 불길처럼 타올랐을지도 모를 일이다.


요즘 너나없이 물가 때문에 죽을 맛이다. 시장에 가서 뭐 하나 사려면 몇 번을 들었다 놨다 망설인다. 아무 생각없이 주워 담던 양배추 한통이 반통으로 줄어들고 사과도 봉지가 아닌 낱개로 사게된다.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빵 라면 두부 휘발유등 생필품 가격도 천정부지다.


저녁 퇴근길 아이들을 위해 닭 1마리 사는 가장의 손이 오그라드는 것이 현실이다.


줄서는 수고를 감수하고라도 쇠고기 함 배부르게 먹어보고 싶다는 가족들의 푸념을 잠재우고 싶은 주부들도 있다.


물가 고삐가 풀렸다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창설 이래 가장 강도 높은 물가 잡기에 나섰다.


공정위 직원 몇사람이 시장 몇군데를 돌아다녀서 물가가 잡힐 일인가? 눈에 보이는 출고가를 인상하지 않더라도 중량과 개수를 줄이고 값싼 원료로 대체하고 대리점 마진을 줄이고..등등 기업들이 할수있는 가격 인상 방법은 가히 열거할 수없을 정도다.


물가는 내리는 시장 시스템이 조성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부작용이 적다.


오히려 롯데마트뿐 아니라 모든 공급자의 ‘통큰’결단을 유도하고 ‘통큰’상품이 확산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옳은 방법 아니었을까?


‘통큰’ 논란에서 문제가된  소비자에대한 너무 과한 배려도 예의가 아니다.


통큰치킨을 미끼로 만들어 소비자들이 줄서서 기다리는 동안 다른 상품을 사게 만드는 상술이라는 비난이 바로 그것이다.


소비자는 정부나 언론이 보호해주어야 할 판단력 없는 미성년자가 아니다.


자신의 소비생활과 관련해 누구보다 영악한 존재다.다른곳보다 3분의 1가격인 치킨만 달랑 사가는 소비자들도 얼마든지 있을 수있다.


이들이 미끼상품에 휘둘려 다른 비싼 물건을 많이 살까봐 걱정하는 것은 그야말로 기우다.


춘추시대 사마환이라는 사람이 죄를 짓고 도망가다 왕의 군사들에 잡혔다. 왕은 그가 대단히 귀한 보물을 갖고 있다고 알고 보물을 내놓으면 목숨을 살려주겠다고 흥정했다. 그는 시간을 벌기위해 연못속에 버렸다고 고했다.


왕은 즉시 연못의 물을 모두 퍼내게 했으나 보물은 없었다. 그 와중에 애궂은 물고기만 모두 죽었다.


여씨춘추(呂氏春秋)에 나오는 앙급지어(殃及池魚)라는 고사성어의 일화다.


있지도 않은 보물을 찾기 위해 애궂은 소비자들만 통큰 ‘피박’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곱씹어볼 일이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최현숙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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