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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M&A 잔혹사…'짠물경영' 아직 못 벗어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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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M&A 잔혹사…'짠물경영' 아직 못 벗어났나?
  • 박신정 기자 912shin@csnews.co.kr
  • 승인 2012.06.27 0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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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이 거의 손에 넣을 것으로 관측됐던 하이마트 인수에 실패하면서 가전양판점 사업 진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롯데그룹은 최근 3년 사이에 오비맥주와 대우인터내셔널, 대한통운 인수전에서 잇달아 고배를 마신 데 이어 하이마트 인수에도 실패하면서 M&A시장에서 불운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특히 그동안 대형 M&A 건에서 막강한 자금력을 업고 매번 인수유력후보로 꼽혔지만 정작 소극적 베팅으로 일을 그르친 탓에 그룹 이미지에도 먹칠을 하게 됐다.


사실 이번 하이마트 인수전은 유력 후보였던 SK네트웍스, 신세계가 발을 빼면서 전략적투자자(SI) 가운데 롯데쇼핑이 유일하게 본입찰에 참가했다.


이에 따라 롯데의 하이마트 인수가 거의 기정 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우선협상 대상자로 재무적투자자(FI)인 국내사모투자전문회사(PEF) MBK파트너스가 낙점되면서 롯데쇼핑은 물을 먹고 말았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이번에도 역시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하다 MBK파트너스보다 낮은 가격을 써내는 바람에 하이마트를 놓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경영권 갈등과 선종구 전 회장의 탈세 혐의 등이 불거지면서 하이마트의 시장 가치가 떨어져 롯데쇼핑이 과감한 배팅을 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돼 있던 상황이긴 했다.


그렇지만 롯데가 가전양판점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밝힌 터라 하이마트인수를 관철시킬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결국 롯데는 '짠돌이'입찰로 막판 불발을 날린 셈이다.


사실 롯데는 대형 M&A때마다 지갑을 너무 오무린 탓에 고배를 마신 전력을 갖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오비맥주다.


롯데는 지난 2009년 오비맥주 인수전에서도 가격을 가지고 매각사 측의 심기를 건드리다 결국  미국의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라이츠로버츠(KKR)에 매물을 빼앗겼다.


당시 롯데는 오비맥주를 2조원 밑으로 사겠다고 줄다리기를 벌이다가 KKR에 넘겨주고 말았다. KKR은 2조원이 채 안 되는 금액으로 오비맥주를 인수해 간발의 차이로 롯데를 제칠 수 있었다.


오비맥주는 현재 맥주시장의 선두자리를 공고히 지키고 있어 당시 실패는 롯데 입장에선 두고 두고 배가 아플 만한 일로 남게 됐다.


롯데는 지난 2010년에도 대우인터내셔널을 두고 포스코와 경쟁하다 가격경쟁에 밀려 쓴 잔을 마셨다.


대우인터내셔널은 해외 자원개발 프로젝트 운영권을 보유 하는 등 글로벌 네트워크에 강점을 지닌 회사였다.


롯데는 대우인터내셔널이 글로벌 사업에 큰 시너지 효과를 더해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M&A에 의욕을 보였지만 포스코 보다 낮은 가격을 써내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당시 롯데는 포스코 보다 약 2천억 원 가량 작은 3조2천억 원을 대우인터내셔널 인수가로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취약한 물류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대한통운 인수에 뛰어들었으나 최종 입찰 직전에 백기를 들었다. 결국 대한통운은 CJ그룹으로 인수 됐다.


현재 CJ그룹은 CJ대한통운과 CJ GLS을 보유하며 물류시장을 35% 가량 점유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과거 신격호 회장 시절부터 내실위주의 '짠물 경영'으로 유명했다. 풍부한 자금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지갑을 열지 못하는 것은 오랜 전통으로 굳어진 보수적 기업문화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신동빈 회장 취임이후 체질개선을 서두르고 있지만 이번 하이마트 인수전에서 드러났듯이 아직은 보수적이고 소극적인 색채를 버리지 못했다는 평가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박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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