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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밥솥 코팅 벗겨져 녹 번지는데 인체 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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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밥솥 코팅 벗겨져 녹 번지는데 인체 무해?
소비자 이용만족도 낮은데 제조사는 '이상 없다' 주장만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13.04.22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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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대표적인 주방가전인 전기밥솥의 품질 문제를 둘러싼 이용자와 제조사 간 갈등이 잦다.

'내솥 코팅 재질의 유해성' 문제부터 '밥 맛', '보온 시 색과 맛의 변질' 문제 등 논란이 되는 문제들이 모두 뚜렷한 원인 파악이 어렵다는 것이 특징이다.

소비자 문제 연구소 컨슈머리서치(대표 최현숙 www.consumerresearch.co.kr)가 소비자고발센터에 접수된 밥솥 관련 소비자 상담 건수를 조사한 결과 지난 해 75건에 이어 올해 1분기에만 32건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었다. 특히 작년 1분기(16건)와 비교했을 때 올해 1분기 수치는 정확히 2배 증가해 눈길을 끌었다. 

민원 유형은 크게 ▶ 품질에 대한 불만 (39건) ▶ 환불 및 교환 (34건) ▶ AS 부실(27건) 순으로 이어졌다.

그 중에서도 가장 논란이 많고 민원 해결이 어려운 부분이 바로 내솥 코팅 문제.

코팅 부분이 벗겨지거나 열에 의해 녹아 나오는 화학물질에 대해 소비자들은 건강상 위해를 걱정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유해성 여부를 명확히 밝힌 연구 자료가 없어 시시비비를 가리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 밖에도 '발이 설익거나 찰기가 없이 퍼석거린다', '보온 몇 시간만에 밥이 누렇게 변하고 역한 냄새가 난다'는 등 기능 불량에 대한 불만이 많았지만 제조사들은 '개인 기호차이', '원재료인 쌀의 문제'라며 제품 하자를 인정하지 않으며 충돌하고 있다. 

◈ 밥솥 뚜껑에서 발견된 이물질, 중금속? 굳은 미네랄?

압력밥솥 내솥의 뚜껑 부분에서 발견된 이물질의 위해성을 두고 갈등이 벌어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22일 경기 의정부시에 사는 강 모(남)씨는 최근 부모님 댁을 방문했다 밥솥 상태를 보고 기겁했다. 3년 전 강 씨가 선물해 드린 쿠쿠밥솥의 뚜껑 부분 코팅이 벗겨져 하얀 물녹이 흘러내리고 있었기 때문.

밥솥 뚜껑 부분 곳곳에 백화현상이 일어나 전체적으로 녹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강 씨의 주장.


▲ 밥솥 뚜껑 주위가 하얗게 이물질로 뒤덮혀 백화 현상이 일어난 모습


급한 마음에 손을 보려고 가까운 전파상으로 문의하자 '수리가 불가능하다. 당장 버리라'는 답을 듣게 된 강 씨는 고객센터으로 연락해 원인에 대해 명확히 조사 결과를 알려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서비스센터 직원은 '자주 일어나는 현상으로 특별히 조사할 내용이 없다'고 답했다고. 며칠 후 본사 측 직원 역시 "사용 기간에 오래되어 코팅 부분이 벗겨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고 중금속 물질이 아니라 인체에 무해하다"고 설명했다.

강 씨는 "우리 가족도 쿠쿠밥솥을 15년 넘게 사용하고 있지만 이런 현상은 처음 본다"며 "부모님이 그동안 중금속이 흘러들어간 밥을 드셨다고 생각하니 기가 찬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쿠쿠홈시스 관계자는 "제품 수거후 성분분석 결과 밥 지을 때 물때가 축적돼 미네랄이 굳어져 생긴 것으로 인체에 무해하다"며 "3년가량 사용한 제품에서 이러한 현상이 생기는 것은 정기점검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 씨는 "미네랄 등의 성분이 축적돼 끼이는 것과 코팅이 벗겨지는 것도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눈이 나쁘진 않다"고 반박했다.

◈ 설익고 죽 만드는 밥솥이 정상?...제조사 "쌀 상태, 물 양 등 변수 많아" 

경기 양주시 사는 정 모(여)씨는 지난 2월  50만원에 구입한 쿠첸 압력밥솥 기능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밥솥은 구매 첫 날부터 밥을 하면 내솥 뚜껑에 물이 한가득 고여 매번 밥을 지을때마다 물받이를 비워야했고 쌀이 제대로 익지 않아 밥맛이 엉망이었다고.

타사 AS담당기사에게 제품을 보일 기회가 돼 의뢰하자 "정상제품이 아니니 수리를 받거나 환불을 받으라"는 조언을 받았다고. 하지만 쿠첸 측은 점검 후 '제품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답했다.

정 씨는 "쌀 종류를 바꿔가며 시도해봤지만 설익은 밥이 될 뿐"이라고 억울해했다.

이에 대해 쿠첸 관계자는 "당사 서비스센터에서 제품을 회수해 직접 취사, 보온, 콩밥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정상제품 판정이 나왔다"고 답했다.

대구광역시 달서구 월성동 정 모(남.57세)씨 역시 죽밥이 되는 쿠쿠 전기 밭솥에 속을 태워야 했다.

무엇보다 밥맛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26만원상당의 제품을 선택했지만 기대와 달리 밥솥은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제품설명서대로 쌀과 물의 양을 조절해 취사를 했지만 매번 죽이 되어 버렸고 물의 양을 조금씩 줄여봐도 상황을 달라지지 않았다고.

게다가 보온 후 몇시간이 지나지 않아 밥 색이 누렇게 변하고 역한 냄새가 풍겼다는 것이 정 씨의 주장.

정 씨는 "계속 죽밥이 돼서 먹을 수 없는 하자 제품을 판매하고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제조사 측은 "쌀 상태, 물의 양, 기능 설정 상태에 따라 밥 맛은 달라질 수 있어 무조건 제품의 하자로 단정할 수 없다. 우선 고객센터로 연락해 제품의 고장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 내솥 코팅 성분 정말 안전할까? 소비자 의혹 여전해

밥솥 관련 문제 중 소비자-제조사간 가장 많은 다툼이 일어나는 부분은 바로 '내솥 코팅'문제.

내솥은 이전부터 밥맛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해 제조사에서도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는 부분. 이전엔 황동이나 금을 도금처리한 내솥이 주를 이뤘다지만 최근엔  내구성이 강한 티타늄이나 열전도율이 높은 황금을 도금해 코팅한 제품도 등장하고 있다.

제조사 및 관련 부처에서는 유해성 논란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우려는 많지만 실질적으로 인체에 유해하다는 증거가 없다는 점을 짚었다.

국내 한 제조사 관계자는 "보통 내솥 평균 연한을 57년으로 잡는데 관리 여부에 따라 기간이 단축될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코팅이 벗겨진다해도 미국식품의약국(FDA)기준에 적합하게 제작했기 때문에 유해성을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 역시 "내솥 코팅은 일반적으로 불소수지 코팅(테프론 코팅)을 하는데 고분자 덩어리이기 때문에 만약 인체에 들어가더라도 그대로 배출돼 인체에 해가 되진 않는다"며 "다만 내솥이 부식되거나 코팅이 벗겨졌다면 되도록 교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단순히 코팅 재질만 갖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벗겨진 부위에 눈에 보이지 않게 끼여 있을 이물과 부식 등을 포괄적으로 짚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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