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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불' 켜진 현대산업개발 경영실태…정몽규의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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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불' 켜진 현대산업개발 경영실태…정몽규의 해법은?
  • 이호정 기자 meniq37@csnews.co.kr
  • 승인 2013.05.24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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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호정 기자]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딜레마에 빠져 있다. 우선 그의 경영 성적표가 거의 낙제 수준이다. 건설경기 한파로 건설업계가 모두 어려운 점을 고려해도 그 내용이 너무 부실하다.

이 회사의 대주주로 부상한 템플턴자산운용이 '낙제'수준인 경영성적을 빌미 삼아 경영권을 공격할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정 회장이 대한축구협회 회장을 맡은 뒤 현대산업개발의 실적이 크게 악화되는 바람에 외부 활동 보다는 집안살림부터 추스리는 게 순리가 아니냐는 말까지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회장 감투는 체육단체 회장 자리 가운데 가장 바쁜 곳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조직도 방대하고 이슈도 많은 자리이며, 툭하면 말도 많고 탈도 많아 시간과 열정을 빼앗길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게다가 현대산업개발이 최근 재건축사업 분담금 문제로 주민들과 잇단 분쟁을 벌이면서 기업 이미지마저 추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택건축사업은 소비자들의 브랜드 파워를 먹고 사는 사업의 대표적인 업종 가운데 하나다. 민원이 빈발하고 매끄러운 처리가 뒤 따르지 않아 분쟁과 소송에 자주 휘말릴 경우 이미지 실추가 불가피하다. 주택사업은 현대산업개발의 매출액 대부분을 차지해 심장이나 다름없다.

24일 재벌 및 CEO 경영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의 올해 1분기 매출이 7천852억 원으로, 전년 동기 7천632억 원 대비 2.9% 증가에 그쳤다.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형편 없는 수준이다.

그렇다고 작년 실적이 좋았던 것도 아니다. CEO스코어가 분석한 국내 500대기업 실적 가운데 건설업계 데이터에 따르면 정몽규 회장의 성적표는 참담하다. 매출액 랭킹은 12위에 머물렀고 매출액은 19%, 영업이익은 무려 74% 줄었다.(맨 아래 표 참조)

올해 1분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쪼그라들었다.

영업이익은 올해 1분기 291억 원으로 전년 동기 595억 원 대비 51% 감소했고, 당기순이익도 69억 원에 불과해 전년보다 76%나 줄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과 당기순이익률은 3.7%와 0.9%에 불과했다. 전년도 7.8%와 3.8% 대비 각각 4.1%포인트와 2.9%포인트 낮아졌다.

이 뿐만이 아니다. 올해 1분기 자산은 전년 동기에 비해 199억 원 줄어든 반면, 부채는 237억 원이나 늘어나 부채비율도 173%에서 176%로 높아졌다.

이처럼 악화된 실적은 고스란히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분기보고서를 발표한 지난 15일 2만6천600원이었던 주가가 20일(종가 기준) 2만5천900원으로 3% 가량 감소했다.

현대산업개발이 시장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최악의 성적을 거둔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여타 대형 건설사와 달리 사업 분야가 토목과 주택 분야에 편중돼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이 시평순위에서는 8위지만, 재개발·재건축 분야에서는 예전부터 톱3에 들어갈 만큼 강자였다”며 “2011년 이후 재개발·재건축 물량이 대거 줄어들면서 현대산업개발의 매출도 급격히 줄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관급공사가 과거보다 많이 줄어 토목 매출도 감소했고, 부동산 경기침체 직격탄에 미분양 물량도 현대산업개발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문제는 공교롭게도 정 회장이 축구협회 수장 자리를 맡은 뒤 실적이 고꾸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 회장이 축구협회 업무를 살피느라 회사 경영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로 정 회장은 대한축구협회 관련 행사 등을 챙기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현대산업개발보다 대한축구협회에 상주하는 시간이 훨씬 긴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사의 특성상 최고경영자가 시공자로 참여한 전국 곳곳의 단지를 챙겨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정 회장의 부재가 실적 악화에 영향을 끼쳤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몽규 회장이 과거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를 역임하면서 현대산업개발을 잘 컨트롤했기 때문에 회사 업무와 연관 짓는 것은 무리가 따를 수도 있다”면서도 “대한축구협회장 자리와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 자리는 외부 활동량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부담이 크게 늘어난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경영권 분쟁이 다시 격화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대주주로 올라선 템플턴자산운용이 현대산업개발의 실적부진을 빌미로 경영 참여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정몽규 회장과 주식보유비율을 1% 이상 격차를 벌인 템플턴자산운용은 상황에 따라 경영에 참여할 수도 있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 회장이 축구협회 일로 자리를 비우는 시간이 길어지고 실적부진이 지속될 경우 템플턴자산운용 측에서 이사 선임 요구와 같은 적극 공세로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산업개발은 이 같은 와중에 최근 주민들과의 마찰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경기도 부천 약대주공과 서울 강동구 고덕주공4단지, 노원구 인덕마을 등 재건축 주민들과 분담금 등의 이유로 마찰을 빚고 있으며, 경기도 일산 덕이동 아이파크와 부산시 파크 하얏트 등에서는 주민들고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진행 중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이에 대해 “대형 자체 사업이 많이 끝났고, 단순 시공으로 참여를 많이 하다 보니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줄어든 것이고 파크 하얏트 부산 등의 소송도 조정을 기다리는 중”이라며 오너 리스크와는 별개라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정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현대산업개발 주식을 추가 매입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최근에 전해진 소식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산업개발은 올해 1분기 직원수를 살펴본 결과, 전년 동기에 비해 계약직보다 정규직이 많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정규직은 1천201명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7% 줄어들었으나, 계약직은 448명으로 2% 감소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정규직은 사무직 인원을 7% 줄였고, 계약직은 기술직에서 3% 줄었다.

현대산업개발은 이에 대해 “정년퇴임 등으로 인원이 줄어든 것일 뿐”이라며 “회사의 경영상황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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