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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 여름철 화랑곡 나방과의 전쟁 '힘겨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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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 여름철 화랑곡 나방과의 전쟁 '힘겨워'
습하고 더운 날씨에 애벌레 기승...플라스틱 식품 포장재마저 무방비
  • 조윤주 기자 heyatti@csnews.co.kr
  • 승인 2013.06.15 0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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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여름 장마를 앞두고 식품업계와 화랑곡 나방과의 힘겨운 전쟁이 시작됐다.

비닐이나 알루미늄 , 심지어 플라스틱 포장지를 뚫을만큼 강한 이빨과 턱을 갖고 있는 화랑곡 나방(일명 쌀벌레)은 오랜시간 식품회사들을 괴롭혀 온 '숙적'이다.

식품에서 화랑곡 나방의 애벌레가 발견되면 비생위적인 식품 회사라는 오명을 감수해야 한다. 제조 공정이 아닌 유통과정 중 유입된 것이라는 해명 또한 변명으로 치부되기 일쑤다.

농심. 오뚜기. CJ. 동원F&B. 롯데제과. 해태제과. 오리온. 크라운제과. 동서식품. 대상 등 거의 모든 식품업체들이 이 해충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화랑곡나방은 곡류, 과일, 채소, 사료, 각종 과자류 등 애벌레 먹잇감 인근에 알을 낳으며 알은 적합한 환경이 조성되면 순식간에 부화해 애벌레가 된다. 특히 강력한 이빨을 가진 애벌레는 주변의 열매껍질, 포장지 등을 손쉽게 뚫고 들어가 내용물을 먹으며 성장한다.

하지만 잘 관리된 식품 포장재를 개봉해 그 속에서 나방이나 애벌레를 발견한 소비자들은 '제조공정상의 문제'라는 의심을 지우기 쉽지 않다.

식품업체들은 이같은 화랑곡 나방의 '침공'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로 포장개선에 힘쓰고 있지만 원가상승 등의 이유로 쉽게 개선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또 먹는 식품이라서 방충제 등의 처리도 쉽지 않은 상황. 

소비자 문제 연구소 컨슈머리서치 최현속 대표는 "식품을 구입할 때 포장이 훼손되지 않았는지 잘 살펴야 한다. 또한 화랑곡나방이 습기가 많은 곳을 좋아하기 깨문에 입한 식품 보관 시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 사례 1 = 경기도 구리시 교문동의 이 모(남)씨는 병주스를 마시려고 뚜껑을 열다 깜짝 놀랐다. 뚜껑을 싸고 있는 포장 비닐을 뜯어내려 하던 중 뚜껑 안쪽에 이상한 이물질이 붙어있는 걸 발견한 것. 이씨가 확인한 것은 벌레집이었고 잠시 후 그 속에서 1cm가량의 초록색 애벌레가 꿈틀대며 기어 나왔다. 제품을 확인한 제조사 관계자는 "살균 열처리된 주스를 뜨거운 상태에서 병에 담고 뚜껑 또한 살균해서 진공포장하기 때문에 살아있는 벌레가 제품 속에 있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뚜껑과 병 사이에 먼지 등이 끼는 걸 막기 위해 씌우는 포장지 사이의 공간에 간혹 화랑곡나방이 알을 까서 유통 중에 부화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데 뚜껑을 돌려서 여는 과정에서 혼입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해명했다.

# 사례 2 = 고양시 화정동에 사는 중학생 남 모 양은 작년 친구들과 함께 과일맛 카라멜을 먹으려고 속 포장을 뜯던 중 애벌레로 보이는 이물질을 발견했다. 함께 있었던 남양의 친구들과 주변의 어른들도 모두 벌레임을 확신하고 몸서리 쳤다. 제품을 수거해간 제조사 관계자는 "이물질은 쌀벌레의 일종인 화랑곡나방의 유충이다. 주로 곡물이나 야채에서 생겨나는데 포장지를 뚫고 유입된 것으로 유추된다.이 벌레의 경우 건강에는 무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 사례 3 = 부산 대연동의 박 모(여) 씨는 시리얼에 우유를 부어 먹던 중 득시글거리는 수많은 벌레를 발견하고 기겁했다. 너무 놀라 시리얼 포장지 안을 들여다보니 그 안에도 작은 애벌레와 알들이 가득했다. 이제 막 돌이 지난 아들에게 먹일 때 우유 위로 미세한 조각들이 떠올라 아몬드 부스러기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게 벌레 알이었던 것. 전날 먹은 남편은 평소 시력이 좋지 않은데다 어두운 곳에서 TV를 보며 먹느라 뒤늦게 발견했고 이후 복통 등으로 고생해야 했다. 업체 관계자는 “제조공정상 120℃의 고온에서 쪄낸 후 100℃에서 건조, 다시 200℃의 고온에서 굽는다. 따라서 완제품에서 벌레의 형체가 유지되어 혼입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벌레는 쌀벌레의 일종인 화랑곡 나방으로 추정된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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