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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유 속 별의별 이물질...대응은 '제조공정상 불가능'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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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유 속 별의별 이물질...대응은 '제조공정상 불가능' 뿐
벌레·플라스틱 등 갖은 이물 발견에도 "유입 불가' 앵무새 대응
  • 조윤주 기자 heyatti@csnews.co.kr
  • 승인 2013.08.23 0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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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분유로 식품업계가 떠들썩해 지면서 면역성 약한 아기들의 주식인 분유의 위생 및 안전 문제가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그동안 남양유업 매일유업 일동후디스 파스퇴르 등 유명 브랜드 분유에서 벌레, 원인모를 검은 이물 등이 발견돼 부모들의 불안감을 높여왔지만 업체들은 제조공정상 불가능하다며 소비자들의 불만에 귀를 닫아왔다.

올 상반기에 소비자고발센터로 접수된 분유 이물질 관련 고발도 총 15건에 달했다. 그중 벌레 이물이 7건으로 가장 많았고 원인모를 검은 이물질 5건, 플라스틱 2건 순이었다. 지퍼 손잡이가 발견되는 황당한 사례도 1건 접수됐다.

그러나 이같은 잦은 '사고'에도 불구 제조업체들의 소비자 대응은 '개구리 분유'사건에서 처럼 제조공정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경했다.

실제 제보 건 중 제조과정 상 유입과정을 인정한 것은 업체 측이 ‘초분’이라고 주장하는 검은 이물질 5건이 전부였고 나머지 10건은 모두 제조상 유입 불가를 주장하며 책임을 미뤘다.

개봉 직후 이물을 발견해 보관 상 유입될 수 없었다는 소비자들의 구체적인 정황 설명에도 소비자 과실을 탓하거나 심지어 블랙컨슈머로 바라보는 눈초리도 적지 않았다.

이물이 발견된 분유를 먹은 후 아이가 구토 설사 등 이상 증세를 보일 경우 부모들의 마음은 더욱 불안해지지만 명확한 발병 원인을 입증하기  어려워 보상을 요구하기도 쉽지 않다. 결국 구매가를 환불받거나 동일 제품을 몇 통 더 지급받는 것이 전부다.

한편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2011년 이물질 관련 안전사고 분석 결과 총 2천612건 중 분유에서 발견된 이물이 186건(7.1%)으로 가장 많았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많은 이물 사고가 일어나고 있지만 업체들의 책임없는 대응이 소비자의 불신과 불만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 분유 속에서 지퍼 손잡이?..."공정상 있을 수 없어"

경기 안산시 단원구 원곡2동의 배 모(남)씨는 2주 전 2살짜리 딸아이를 돌봐주시는 장모에게서 연락을 받고 깜짝 놀랐다.

분유통에서 지퍼가 나왔다는 소식에 놀란 배 씨는 제조사에 신고했고 방문한 직원은 처음부터 ‘공정상 절대 그럴 일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며칠 후 회사 측 조사 결과 역시 동일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배 씨는 “아기가 먹는 분유에서 지퍼가 나왔는데 절대 그럴 일이 없다고 하면 부모인 우리가 분유에 지퍼를 넣었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며 분개했다.

이어 “제조공정상 들어갔든, 누군가 악의를 가지고 집어넣었든 분명 분유 안에서 지퍼가 나왔다. 진실은 밝히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소비자를 블랙컨슈머 취급하는 업체 측 태도는 바로잡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압착 벌레, 분유통에 납작하게 붙어 

경남 양산시 신기동에 사는 전 모(여.38세)씨는 지난해 8월 말 오픈마켓에서 8개월된 아이를 위해 분유 3통을 7만원에 구입했다.

1통을 다 먹고 보름뒤 두 번째 분유를 개봉했다. 개봉 일주일뒤 분유를 타기 위해 통을 열자 거뭇한 이물질이 눈에 띄었다. 자세히 보니 다름 아닌 벌레 사체였다.

1cm가량의 모기로 추정되는 벌레가 벽에 납작하게 압착돼 붙어 있는 상태로 외부에서 들어갔을 리가 없다는 게 전 씨의 주장.

이미 아이에게 1/3가량의 분유를 먹인 후 발견한 터라 찜찜함을 쉽게 떨칠 수 없었다는 전 씨는 “믿고 먹여온 아기 분유에서 이런 이물이 발견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명확한 유입경위가 밝혀지길 바란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에 대해 업체 관계자는 "분유를 제조하는 과정에서는 벌레가 유입될 수 없는 구조다. 다만 용기를 들여올 때 벌레가 유입된 게 아닌가 추측하고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문제가 된 제품은 교환처리를 했으며 무엇보다 불쾌했을 고객에게 진심으로 사과 말씀을 전했다”며 “분유는 실온에 보관하기 때문에 각별히 유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 검은 이물질은 무조건 초분?..."쇳가루일까 걱정~"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사는 김 모(여.32세)씨는 생후 5개월된 아기에게 먹이던 분유에서 원인 모를 이물질을 발견했다.

젖병에 분유를 덜어 뜨거운 물을 붓고 아이에게 먹이려는데 그날따라 유독 우유색이 좀 탁한 듯 해 뚜껑을 열어보니 놀랍게도 거뭇거뭇한 가루가 표면에 떠 있었던 것.

혹시 분유통에 이물질이 들어간 게 아닌가 확인했지만 이상을 찾을 수 없었고 분유가 물과 섞이니 검은 이물질이 떠 올랐다. 냄새는 없었지만 손으로 만져질 정도의 입자가 있는 이물질이라 혹 아기에게 유해한 물질이 아닐까 염려스러웠다는 김 씨.

곧장 본사에 문의하자 담당자가 방문했고 “분유를 건조해 분쇄할 때 생길 수 있는 ‘초분’으로 인체에 무해하다”는 답변을 하고 분유 3통을 주고 돌아갔다. 그러나 한달 뒤 담당자가 주고 간 분유 개봉 이틀만에 똑같은 이물질이 다시 발견됐다.

 

업체 측 담당자의 대답은 지난번과 같았고 다시 분유 3통을 주며 수거를 요청했지만 신뢰를 잃은 김 씨는 제품 양도를 거부했다.

김 씨는 “두 번이나 같은 이물질이 나오다니...인터넷을 보니 분유에서 이물을 발견한 사례들이 많은데 엄마들이 안심할 수 있게 자료를 제공하고 해명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업체 관계자는 "처음 것은 분유를 건조, 분쇄시 생기는 초분성분으로 밝혀졌다. 초분 성분은 식약청 식품고시상 함유 규격이 100mg당 7.5mg이하로 제한돼 있어 소량 함유돼도 인체에 무해하다"고 전했다.

식약청 관계자는 "자가품질검사를 통해서는 쇳가루같은 금속성 이물을 분류할 수 없다"며 "의심이 된다면 직접 식약청에 신고해 조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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