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블화' 폭락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탈(脫) 러시아' 현상이 이어지고 있지만 현대·기아자동차는 기존 사업을 유지하며 현지시장 방어에 나서기로 했다.
해외매출에서 러시아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현대·기아차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정몽구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이 러시아 시장을 직접 챙기며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현대차 해외영업을 담당하는 정 부회장의 통상적인 업무라는 현대차의 설명이지만 정 부회장이 향한 러시아 완성차 시장은 초비상 상태다.
러시아 루블화의 가치가 폭락하면서 경기침체로 이어지자 GM, 닛산, 폭스바겐, 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올 들어 러시아에서의 차량 생산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거나 규모를 줄였다.
국내 완성차 업체 중에서도 쌍용자동차가 올해 초부터, 한국지엠은 3월부터 한시적으로 러시아 영업을 중단했다.
올해 1분기도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41.2%나 감소한 3천660억원에 그쳤다. 러시아 시장 현대·기아차 전체 판매대수도 8만3천여 대에서 7만5천여 대로 9.2% 줄었다.
수익성이 떨어지자 국내 러시아 수출물량도 급감하고 있다. 올해 1분기 현대차는 러시아에 4천500여 대를 수출했는데 1만4천여 대를 보냈던 전년 동기대비 32% 수준이다. 기아차 역시 같은기간 70% 삭감한 물량만 러시아로 보냈다.
현대·기아차가 대내외적 어려움에도 러시아 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이처럼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다른 시장에 비해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현대·기아차의 시장지배력이 상대적으로 크다.
현대차 쏠라리스(국내명 엑센트)는 지난해 러시아에서만 11만4천여 대를 판매하면서 러시아 시장에서 두 번째로 많이 팔렸고 기아차 리오(국내명 프라이드)도 9만3천여 대를 팔아 3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해외 시장에서 현대·기아차 모델이 연간 판매대수 3위 내에 진입한 국가는 소형차 i20가 3위를 차지한 오스트리아와 엑센트와 피칸토(모닝)가 2·3위를 기록한 아프리카 알제리 밖에 없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차 값을 올려 수익성을 맞추는 경쟁사와 달리 관세 부담이 있는 국내 수출물량 대신 CKD(반조립제품) 중심의 생산으로 이어간다"며 "국내에서 수출하는 러시아 물량은 당분간 지속 감소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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