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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다 갑자기 시동 '뚝', 중대결함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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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다 갑자기 시동 '뚝', 중대결함 아니라고?
보상은 '증상'아닌 '부품' 기준...반복돼도 원인 다르면 보상 無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15.06.08 0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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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 서울 구로구 개봉동에 사는 전 모(남)씨는 작년 9월에 구입한 벤츠 E300 차량의  시동꺼짐이 반복돼 걱정이다. 고속도로 주행 도중 엔진경고등에 불이 들어오더니 속도가 떨어져 급히 갓길에 차를 세웠다. 다음 날에도 증상은 반복됐다. AS센터에 입고시켰지만 정확히 어떤 부품에서 문제가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결과를 받았다. 전 씨는 "운행 중 언제 멈춰 설 줄 모르니 불안해서 운행할 수도 그렇다고 차를 그냥 세워둘 수도 없는 답답한 노릇"이라고 말했다.

#사례2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사는 정 모(남)씨는 2012년식 올란도에서 시동꺼짐이 반복적으로 발생해 불안하다.  AS센터에 입고시켰지만 배터리 케이블 불량이라고 유상수리 처리했다. 지난 달 올란도가 '시동꺼짐'으로 리콜되면서 제조사에 다시 문의했지만 하자 부품이 달라 무관하다는 답을 받았다. 정 씨는 "같은차량에서 시동꺼짐으로 리콜됐는데 부품이 달라 차별을 두는 것은 황당한 일 아니냐"며 난감해했다.

시동꺼짐 하자에 대한 문제가 수 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제조사들의 대처는 제자리걸음이라 운전자들의 불안만 증폭되고 있다.

특히 시동꺼짐은 주행 도중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한 순간에 대형사고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오르막길을 올라가거나 가속할 때 자주 발생하는데 가속페달을 밟았는데도 출력이 나오지 않고 엔진경고등에 불이 들어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문제는 반복 수리를 받아도 증상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 무엇보다 시동꺼짐이 간헐적으로 발생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

실제로 시동꺼짐으로 AS센터에 입고시켰지만 점검시 아무 이상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운전자들만 속을 태워야 하는 상황이 잦다.

◆ 시동꺼짐 관련 리콜도 매 년 증가

시동꺼짐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공식적으로 리콜 판정을 받는 모델도 증가하고 있다.

자동차안전관리공단 결함신고센터 자료에 따르면 올해 1~5월 '시동꺼짐' 증상으로 리콜 판정을 받은 차량은 총 1만4천541대다. 지난해 1~12월 리콜대수 16만3천여 대에 비해 10분의 1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4월 한꺼번에 16만여 대가 리콜된 SM5를 제외하면 지난해 전체 리콜대수보다 7배 이상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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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 모델로는 한국지엠 올란도가 9천338대로 가장 많았고 르노삼성 SM5 TCE(2천625대), 벤츠 C200(1천187대), 포르쉐 카이엔/파나메라(1천35대) 순이다. 

리콜 대상 차종도 매 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총 6개 모델이 시동꺼짐으로 인한 리콜을 받았는데 올해 5월까지 벌써 8개 모델이 대상에 올랐다. 그 밖에 제조사가 선제적으로 무상수리를 진행해 리콜에 포함되지 않은 모델도 있다.

지난해 시동꺼짐 증상이 발견된 말리부 디젤은 한국지엠이 자체적으로 무상수리 조치했고 외부 전자장치에 수분이 유입돼 시동꺼짐이 발생했던 쌍용자동차 티볼리는 문제부품을 방수처리된 개선부품으로 교체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시동 꺼짐에 대한 원인은 매우 다양해 반복 하자라고 판단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면서 "고객 관리 부실로 발생하는 케이스도 있어 판단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고 답했다.

◆ 보상정책, 증상보다 '부품 위주'로 진행...'중대 결함' 기준 명확해야

시동꺼짐은  안전사고 위협이 따르는 만큼 여러 번 증상을 경험한 소비자들은 차량 교환 또는 환불처럼 강경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대체적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 분쟁해결기준을 근거로 보상정책을 펼치고 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차량 인도 후 1개월 간 주행 및 안전도 관련 중대결함 2회 이상 또는 차령 12개월 내 주행 및 안전도 관련 중대결함 3회 발생 후 재발하면 차량 교환 또는 환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결함 인정 기준을 '증상'이 아닌 '부품'에 두는 것이 함정이다. 다시 말해 '시동꺼짐'이라는 증상이 보증기간 내 4회이상 발생해도 서로 다른 부품의 문제로 시동이 꺼진다면 교환 혹은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한국 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시동꺼짐 증상으로 접수된 128건 중 차량 교환이나 구입가 환급을 받은 사례는 단 6건(4.7%)에 불과했다는점도 이를 방증하고 있다. 

'중대 결함'이라는 범위가 모호하다는 점도 문제다. 중대결함에 속하는 결함이 명문화되어있지 않다보니 시동꺼짐을 중대결함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을 제조사가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위험이 높은 것.

품질보증기간의 경우 엔진 및 동력전달 계통 부품을 차체 및 일반부품보다 길게 책정하고 있지만 엔진 및 동력전달 계통 부품 결함을 곧 중대 결함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어 명확한 기준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컨슈머리서치 최현숙 소장은 "시동꺼짐은 한 순간에 큰 사고로 번질 수 있어 중대하자라고 볼 수 있다"면서 "모호한 중대하자 기준과 더불어 제조사들의 소극적인 대처방안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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