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디젤의 외관 디자인은 익숙하다. 이미 동일한 디자인의 가솔린 모델이 올해 3월 출고됐기 때문이다.
매끄럽고 길게 뻗은 헤드램프와 LED 주간주행등은 이전 세대 크루즈보다 스포티한 느낌이다. 쉐보레 패밀리룩을 상징하는 강렬한 듀얼 포트 그릴 디자인은 전면부를 보다 웅장하고 다이내믹하게 그려냈다.
실내 공간도 휠 베이스가 2400mm로 증대되며 이전 세대보다 넉넉해진 느낌이다. 특히 센터스택 분리형으로 설계된 센터페시아 하단은 운전석과 동반석에 한층 여유로운 무릎 공간을 제공한다. 동급 최고 수준으로 늘어난 2열 레그룸과 낮게 설계된 2열 센터 터널은 탑승객의 공간 편의성을 향상시켰다.
기존의 가솔린 모델에서 지적되던 2열 편의성도 개선됐다. 에어 덕트가 추가돼 2열 탑승자도 따뜻한 바람을 누릴 수 있게 됐다. 더불어 2열 열선시트도 탑재됐다.
광범위하게 적용된 가죽 트림과 부드러운 촉감의 마감 소재는 고급감을 높였다. 다만 방향지시 버튼에서 딸깍거리는 특유의 플라스틱 느낌은 살짝 거슬린다.
올 뉴 크루즈 디젤의 강점은 주행성능에서 두각을 드러낸다. 기존 크루즈 대비 27% 향상된 차체 강성과 110kg 경량화를 동시에 이뤘다. 아키텍처 기반의 최신 1.6리터 CDTi 디젤 엔진과 3세대 6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이 선사하는 고품격 주행성능도 돋보인다.
한국지엠 차량 구동시스템 총괄 황준하 전무는 “고성능 고효율의 파워트레인을 더한 크루즈 디젤은 동급 최고의 퍼포먼스로 독일산 경쟁차와 견줄 성능을 보여줄 것”이라며 “탁월한 주행성능과 안전성을 바탕으로 쉐보레가 쌓아온 명성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크루즈 디젤은 ‘속삭이는 디젤’(Whisper Diesel) 이라는 별칭을 얻은 오펠의 1.6리터 디젤엔진을 얹었다. 최고출력 134마력, 32.6kg.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출력은 가솔린 모델(153마력)보다 낮지만 최대 토크(가솔린 24.5kg·m)는 8.1㎏·m 높다.
여기에 젠3(GEN3) 6단 자동변속기가 조화를 이뤄 클러치시스템과 동력 전달 효율을 개선해 응답성이 보다 향상됐다는 게 한국지엠측의 설명이다.
다만 디젤엔진 특유의 폭발적인 토크감은 예상에 못 미쳤다. 보통 디젤 엔진은 동급 가솔린 보다 토크(차축을 회전시키는 힘)값이 높아 힘과 가속 성능이 우수하다. 크루즈 디젤은 토크가 딸리지는 않지만, 초반 가속이나 오르막 구간에서 여유롭다는 느낌은 주지 못했다.
크루즈 디젤에는 동급으로는 드물게 랙타입 전자식 차속 감응 파워스티어링(R-EPS) 시스템이 적용됐다. R-EPS 타입의 스티어링 휠의 조작감은 가볍고 정교하다. 덕분에 운전대는 저속과 고속에서의 조향질감이 크게 다르지 않다.
크루즈 디젤은 시종일관 단단한 주행감을 선사하는데 서스펜션의 스트로크가 짧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이 같은 부분이 편안하면서도 다이내믹한 운전을 가능케 하며 재미를 더한다.
디젤 엔진의 강점인 연비에서도 만족할만한 수치를 보였다. 한국지엠은 크루즈 디젤의 복합연비를 리터당 16km로 밝히고 있다. 하지만 실제 주행에서는 이를 상회하는 리터당 17~18km의 연비를 보였다.
시승 결과 가솔린 모델과 마찬가지로 디젤의 성능은 기대 이상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문제는 가격이다. 경쟁 모델보다 높은 가격표가 아쉬움으로 남는다. 올 뉴 크루즈 디젤 판매 가격은 LT 2천249만 원, LT 디럭스 2천376만 원, LTZ 2천558만 원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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