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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경영혁신' 금융공공기관 직원 5년간 27% 증가...주택금융공사 70% 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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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경영혁신' 금융공공기관 직원 5년간 27% 증가...주택금융공사 70% 늘려
  •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 승인 2018.01.30 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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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년 동안 민간은행들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몸집을 줄이는 동안, 금융 공공기관은 직원 수를 계속 늘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4대 시중은행의 직원수가 5년간 11% 감소한 데 비해 주요 금융공공기관 7곳은 직원을 30% 가까이 늘렸고 주택금융공사의 경우엔 증가율이 70%에 육박한다.

말로는 경영혁신을 외치면서도 해마다 몸집만 불려온 셈인데 문재인 정부가 청년고용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구조조정이라는 구호마저 실종되는 분위기다.

30일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ALIO)'에 따르면 기업은행(행장 김도진)과 산업은행(행장 이동걸), 신용보증기금(이사장 황록), 수출입은행(행장 은성수), 기술보증기금(이사장 김규옥), 주택금융공사(사장 이정환), 예탁결제원(사장 이병래) 등 7개 주요 금융 공공기관의 직원 수는 2017년 4분기 기준 2만2천190명으로 집계됐다. 

전년에 비해 768명, 비율로는 3.5% 증가했다. 5년 전인 2012년과 비교하면 무려 26.6%(4658명)이나 늘었다.

금융공공기관 직원 수 변화.GIF
▲ 자료: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ALIO

7개 금융 공공기관 직원 수는 지난 2012년부터 줄곧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2년 1만7532명에서 꾸준히 늘어 2015년 2만 명을 넘겼고, 지난해 2만2000명도 넘긴 상황이다. 지난 5년 동안 직원수가 줄어든 경우는 전무하다.

기관별로 기업은행의 직원 수가 1만2천626명으로 가장 많았다. 2016년보다 406명이 늘었고, 2012년 대비해서는 2676명 늘어났다. 산업은행은 총 직원수가 3326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산업은행의 직원수는 지난해 1명이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5년 전과 비교하면 26%나 증가했다.

지난해 12개 금융 공공기관 신규채용(약 1천명)의 절반 수준을 차지한 기업은행 관계자는 "지점수가 늘어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1년에 조단위로 자산이 지속 증가하고 있다"며 "한 지점당 관리해야 하는 고객 수가 늘어나 오히려 직원 수가 모자란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증가율 기준으로는 주택금융공사가 5년간 몸집을 가장 많이 불렸다. 주택금융공사는 2012년 473명에서 지난해 803명으로 69.8%나 직원을 늘렸다. 지난해에만 직원수가 140명(21.12%)이나 증가했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주택연금 도입을 2007년에 했는데 가입자 수가 계속 증가하면서 연금신청 및 상담 업무가 늘어나며 인원이 계속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초 금융 공공기관들은 지난 2016년까지만 해도 계속된 방만 경영 비판에 따라 전체 인력을 감축하는 방향이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지난 2016년에 인력 로드맵을 발표하고 각각 2021년, 2020년까지 전체인력을 감축하기로 했었다

지난 2016년 6월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임종룡 금융위원장 등은 제1차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임원들의 임금삭감, 직원들의 임금동결, 인력과 조직감축 등을 포함한 자구계획을 내놓았다. 산업은행은 2021년까지 현재 인원인 3193명의 10%인 319명을 줄이기로 했다. 수출입은행은 2021년까지 현재 인원 978명의 5%인 49명을 감축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 2017년 초 정부가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금융 공공기관의 솔선수범을 강조하면서 인력을 늘리는 쪽으로 선회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공공부문 일자리 조기 집행을 통해 민간 일자리 창출을 견인한다는 방침이어서 올해 금융 공공기관들의 직원 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 민간은행 직원 수 줄이는 것과 대조적...경쟁력 저하 지적도

4대은행 직원 수.GIF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2012년 하나은행 직원 수는 외환은행과 합산.

금융 공공기관들의 행보는 민간은행들이 직원 수를 적극적으로 줄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KB국민은행(행장 허인), 신한은행(행장 위성호), 우리은행(행장 손태승), KEB하나은행(행장 함영주) 등 4대은행 직원 수는 올해 3분기 기준 6만1172명으로 1년 만에 4469명이 감소했다. 5년 전인 2012년과 비교해서는 8053명(11.6%)이나 줄었다.

5년 전과 비교해 민간은행들이 8천명을 줄인 반면, 7개 금융 공공기관은 4천명을 늘렸다.

현재 민간은행들은 디지털 금융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점포 효율화를 위해 임금피크제 대상자뿐만 아니라 희망퇴직 대상자도 확대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8일까지 근속연수 15년 이상 1978년 이전 출생 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고 780명이 회사를 떠날 예정이다. KB국민은행은 임금피크제 적용 직원은 물론 2019년과 2020년 임금피크제 전환예정자도 신청받았다.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SC제일은행 등도 지난해 말과 연초에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비대면거래가 확대되면서 점포방문 고객이 줄어들자 민간은행들은 점포를 통폐합하는 방식으로 수를 줄여왔으며 이는 직원들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예전에는 금융위기와 같이 위급상황에서만 이뤄지던 희망퇴직이 최근에는 거의 매년 시행되며 정례화되는 모습이다.

민간은행들이 생존을 위해 몸집을 줄여나가고 있지만, 금융 공공기관들은 직원 수 늘리기에 열중하면서 정작 효율성에는 물음표가 찍히고 있다. 방만 경영으로 해마다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직원 수의 지속된 증가는 민간은행 대비 경쟁력 저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금융 공공기관 직원 평균 연봉이 7천만 원 대 후반에서 9천만 원에 달하며, 신입사원 평균연봉이 4310만 원으로 대기업보다 높고 중소기업보다 71%나 많은 상황에서 직원 수 증가는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미 도입하기로 한 성과연봉제도 앞다퉈 철회하며 성과평가조차도 받지 않게 돼 비판여론마저 거센 상황이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금융 공공기관 관계자는 "금융 공공기관 별로 이유들이 상이하겠지만 매년 기업과 경제규모가 성장하면서 금융 공공기관이 감당해야 여신 규모가 늘어나 자연적인 인력 수급이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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